'태일이', 작은 불씨가 만든 큰 변화 [씨네리뷰]
입력 2021. 12.01. 07:00:00

'태일이'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호랑이는 죽으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있다. 누구보다 노동자의 근로 환경과 처우 개선에 앞장섰던 전태일. 한국 노동운동에서 빼놓고 말할 수 없는 노동 운동가 전태일의 이야기가 애니메이션 영화 ‘태일이’(감독 홍준표)로 재탄생했다.

열여섯, 집안의 가장이 된 전태일은 평화시장에 미싱사 시다로 생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환기조차 안 되는 비좁은 공간에서 하루 14시간 일하는 고강도 노동이었으나 전태일은 재단사를 꿈꾸며 성실히 일했다. 그의 남다른 근면, 성실함은 곧 사장의 눈에 띄었고 전태일은 금방 재단사로 승진한다.

그러나 승진의 기쁨도 잠시, 전태일은 미성년자 시다들과 여성 미싱사들이 처한 열악한 노동환경에 눈을 뜨게 된다. 제대로 된 식사도 하지 못한 채 수돗물로 배를 채우는 시다의 모습을 볼 때도, 공장 사장이 마음대로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시킬 때도 그들을 위해 도울 수 없는 것에 대해 전태일은 자꾸만 마음이 쓰였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이 일하던 여성 미싱사가 페병 3기 판정을 받자 가차없이 해고당하는 일이 발생한다. 공장 사장에 치료비 지원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한 전태일은 평화시장에 대자보를 붙이며 모금을 통해 여성 미싱사를 위한 병원비를 모았다.

이를 계기로 노동자 처우에 관심을 가지게 된 전태일은 근로기준법의 존재를 알게 됐고 평화시장 내에서는 근로 기준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음을 알게 된다. 전태일은 뜻을 맞춘 동료 재단사들과 함께 평화시장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힘썼으나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이에 전태일은 1970년 평화시장에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재봉틀이 아니다!”라고 외치며 노동운동에 앞장선다.

‘태일이’는 부당한 노동환경을 바꾸기 위해 뜨겁게 싸웠던 청년 ‘전태일’의 이야기를 그린 애니메이션 영화다.

이 영화는 전태일 열사의 일생을 무겁지 않게 풀어간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부터 미싱사 보조에서 재단사로 일하면서 넉넉한 한 끼도 먹지 못하는 시다들을 위해 도시락을 나눠주고 풀빵을 사주는 든든한 오빠이자 집에선 아버지에 담뱃값을 챙겨주는 다정한 아들로 영웅적인 모습의 열사 이외에도 사람 냄새나는 전태일의 모습을 오롯이 그려냈다.

‘태일이’는 220만의 관객을 동원한 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최고의 흥행작 ‘마당을 나온 암탉’을 제작한 명필름의 두 번째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여기에 배우들의 목소리 출연이 더해져 완성도를 높였다.

첫 더빙 연기에 도전한 배우 장동윤은 전태일과 같은 실제 대구 출신으로 자연스러운 사투리 억양과 어색한 서울 말투를 부담없이 소화해냈다. 더빙 연기 특성상 모든 감정을 오로지 목소리로만 표현해야 하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강직한 목소리로 전태일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울림을 선사했다.

‘태일이’로 또 한번 연기의 폭을 넓힌 장동윤의 모습을 발견한다. 여기에 염혜란, 진선규, 권해효, 박철민, 태인호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합세해 애니메이션으로 보고 있지만 배우들의 익숙한 목소리로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올해 전태일 열사의 51주기를 맞은 만큼 ‘태일이’의 개봉은 더욱 뜻 깊은 의미로 다가온다. 모두가 귀 기울이지 않은 때에도 노동자의 근로조건과 근로 환경 변화를 위해 앞장섰던 청년 전태일 열사. 그가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는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지킬 수 있었다. 전태일이 전하고자 했던 그의 숭고한 정신이 ‘태일이’를 통해 다시 한번 세상 밖으로 나왔다.

‘태일이’는 오늘(1일) 개봉. 러닝타임은 99분. 전체관람가.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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