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로커’ 송강호 “배우=마라토너, 목표 향해 묵묵하게 갈 뿐” [인터뷰]
- 입력 2022. 06.17. 16:40:52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배우 송강호가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칸 국제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칸 본상 7개 부문’ 석권을 완성시킨 것. 한국 남자 배우 최초로 칸 국제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송강호는 한국 영화사에 다시 한 번 역사적인 신기록을 세웠다.
'브로커' 송강호 인터뷰
“제가 잘해서 받았다 보다, 영화라는 게 사실 많은 요소들이 뭉쳐져야 하는 작업이에요. 저뿐만 아니라 배두나, 강동원, 이지은, 이주영 씨부터 특별출연한 김새벽, 송새벽, 김선영, 이동휘 씨 등. 심지어 아기까지 단역 하나하나 모든 배우들의 땀방울이 모여 한 작품이 된 거죠. 그리고 최고의 스태프들이 받쳐주시고, 모든 분들이 최선을 다해줬기 때문에 칸 영화제도 갈 수 있었고, 거기서 저는 영광스럽게 상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모든 요소들에 깊은 감사를 드리고, 영광을 나누고 싶어요.”
앞서 이지은은 인터뷰에서 칸 국제 영화제 참석 당시, 배우들은 물론 모든 스태프들이 송강호에게 의지했다고 밝힌 바. 송강호는 선배로서 팀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었을까.
“든든한 선배이길 원했어요. 제가 이끌기보다, 든든한 사람이 앞에 서 있으면 뒤에 분들이 조금 편하게 있지 않을까 정도로만 생각했죠. 그리고 중요한 건 영화제는 축제에요. 특히 칸 영화제는 세계 최고의 영화제에 영화들이 모이는 거니 그 자체가 설렜죠. 설렘, 즐거움, 영광스러움을 즐기자는 얘기를 수시로 해왔어요. 저 스스로도 그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후배들도 그렇게 생각하길 원했죠. 추억이 되고, 잊지 못할 시간을 보낼 거라 생각했어요. 그러면 정말 편해지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온다고 얘기했죠.”
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 수상으로 한국 영화사에 특별한 족적을 남기게 된 송강호. 그는 이번 수상으로 인해 자신에게 ‘변화’가 생길까. ‘만약 수상을 하지 못했다면 섭섭했을 것 같냐’는 질문에 “수상을 못하고 집에 돌아왔어도 달라질 건 없다”라며 웃음 지었다.
“폐막식에 참석하라는 전화를 받아서 모두 기뻐했어요. 어떤 상이든 수상을 하는 거니까요. 그냥 돌아가는 것보다 폐막식에 참석하고 돌아오는 게 좋잖아요. 그렇다고 제가 수상을 못하고 집에 돌아왔어도 달라질 건 하나도 없어요. 최고의 영화제에 소개된 것만 해도 영광스럽고, 감동이었죠. 영화제 출품을 위해 연기하는 배우, 감독은 없을 거예요. 영화라는 작업이 그런다고 해서 상이 주어지고, 초청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수상은 그 과정 속에 한 부분인 거예요. 물론 영광스럽고, 기쁘고, 최고의 순간과 변곡점이 될 수 있지만 그 자체가 가진 의미는 중요하지 않아요. 영화를 만드는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관객과의 소통’이거든요. 그 과정에서 영화제가 있고, 수상이 있는 거예요. 그걸 넘어 관객과 만남이 중요해요. 칸 수상 이전, 이후 송강호의 모습은 전혀 달라질 게 없어요.”
송강호는 자신이 상을 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수많은 영화인들이 켜켜이 쌓아온 ‘노력’ 덕분이라며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칸이라는 세계무대에서 수많은 팬들이 한국 영화, 콘텐츠를 존중하고, 인정한다는 걸 체감했어요. 항상 어느 자리를 가든 한국 영화와 콘텐츠에 대해 얘기를 하면 뿌듯함과 자긍심이 생겼죠. 하루아침에 생긴 게 아니라, 임권택 감독님부터 20년 넘게 차곡차곡 쌓아온 게 이제야 결과적으로 다가오는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도 더 쌓아갈 것이 많기 때문에 저뿐만 아니라 한국 영화인, 감독님, 배우들이 쌓아가는 지점들이 분명 존재한다고 느꼈어요.”
봉준호, 박찬욱, 김지운 감독 등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감독들의 페르소나로 손꼽혀온 송강호. 이번에는 일본의 거장 감독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호흡을 맞추게 됐다. 이처럼 ‘거장’ 감독들이 앞 다투어 송강호를 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는 배우로서 운이 좋은, 축복 받은 배우에요. 그래서 운이 좋았다고 말씀 드릴 수 있죠. 계속 생각을 해 온 질문이에요. 제가 내린 해답은 ‘평범해서’ 같아요. 이웃 같고, 잘생기지 않은 모습이 뭔가 친숙한 느낌을 줘서. 그런 요소들 때문에 기회를 많이 얻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송강호는 ‘브로커’ 이후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으로 관객들과 다시 한 번 만날 예정이다. 최근에는 김지운 감독의 ‘거미집’ 촬영을 끝낸 바. 앞으로 다양한 이야기와 장르, 캐릭터로 관객 앞에 설 송강호다.
“단거리 주자로 시작해 결승점을 통과하는 게 아닌, 42.195㎞를 달리는 긴 마라토너와 같은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힘들고, 숨이 찬다면 천천히 뛰면서 호흡을 가다듬어야 컨디션이 올라오고, 다시 빨리 뛸 수 있으니까요. 자연인 송강호와 배우 송강호는 어떤 결과, 상황에서도 본질을 벗어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일희일비도 있겠지만 결과를 받아들이고, 묵묵히 목표점을 뛰어가는 마라토너와 같아요. 남우주연상을 수상해 저에게는 너무 영광스럽고, 잊지 못할 순간이지만 배우의 긴 인생에서 보자면 칸 수상 이전, 이후는 똑같아요. ‘묵묵하게 걸어가겠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것이 배우의 가장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태도라고 생각해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써브라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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