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주현 논란의 본질, ‘여배우가 옥주현 하나뿐인가?’
입력 2022. 06.29. 16:53:27

옥주현

[유진모 칼럼] 뮤지컬 배우 옥주현의 ‘옥장판 논란’이 그녀가 김호영에 대한 고소를 취하함으로써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과거의 더블 캐스팅 때 분량을 거의 독식했다는 의혹이 제기됨으로써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을 줄 모르는 모양새이다.

지난 2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옥주현이 2016년 뮤지컬 ‘마타하리’ 공연 때 ‘회차 8:2로 욕심부리다가 캐스팅 변경.’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이미 과거부터 옥주현의 ‘갑질’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

이 글과 자료에 따르면 당시 타이틀 롤에 옥주현과 김소향이 더블 캐스팅되었다. 일반적으로 더블 캐스팅의 경우 두 배우가 유사한 비율로 공연을 소화하게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당시 옥주현과 김소향의 공연 비중은 8 대 2로 옥주현이 압도적인 분량을 차지했다. 그 후유증은 금세 나타났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주최 측은 캐스팅 일정표와 달리 일부 공연 때 옥주현에서 김소향으로 변경된 공지를 올렸다. 그 이유는 배우의 건강 문제. 그 글과 자료가 맞는다면 옥주현이, 혹은 제작사가 욕심을 부려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높은 옥주현에게 공연 기회를 몰아주었다가 과부하가 발생해 그녀의 건강이 악화되는 바람에 부랴부랴 김소향이 일부 분량을 추가해 맡게 된 것.

이는 결과적으로 제작사 혹은 옥주현이 자발적으로 관객들과 한 약속을 어김으로써 관람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 더블 캐스팅의 경우 배우와 상관없이 공연 자체를 선택할 수도 있지만 적지 않은 관객은 자신이 원하는 배우의 공연을 취사선택하기도 하기 마련이다.

이런 돌발 상황의 책임이 주최 측에 있는지, 옥주현에게 있는지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하지만 최근 옥주현을 둘러싸고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는 ‘갑질’ 의혹이 후자 쪽으로 추측이 기울어지게끔 만들고 있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실정이다.

‘엘리자벳’을 둘러싼 의혹과 비난 역시 그칠 줄 모른다. 서로 다른 의견을 지닌 두 스태프가 옥주현을 옹호하는 글과 이를 반박하는 글을 SNS에 올리며 다투는 동안 그녀의 인성을 둘러싼 대중의 의혹의 눈초리는 더욱 옆으로 길게 째지는 중이다.

여기에 지난 26일 옥주현에게 ‘갑질’을 당했다는 한 PD의 글이 올라오며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형국을 조성하고 있다. ‘엘리자벳’의 과거 공연 때 타이틀 롤에 옥주현과 한 배우가 더블 캐스팅되었는데 그 배우가 연습에 불성실하다는 이유로 옥주현이 제작사에 해고를 요청해 제작사가 그녀에게 엄청나게 고개를 조아렸다는 주장이다.

거듭 얘기하지만 책임의 기원이 어디에 있는지는 아직 확실하게 밝혀진 바 없다. 향후 영영 미궁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사, 감독, 옥주현은-설령 잘못이 없는 측일지라도-캐스팅 방식의 지금까지의 관행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할 듯하다.

캐스팅은 투자사, 제작사, 감독, 저작권자 등 스태프 피라미드의 최상위층으로부터 시작된다. 아니, 사실상 그들이 전권을 쥐고 있다. 그게 중세에 오페라와 발레가 유행되기 시작한 이래 시스템이었고, 할리우드와 TV 산업계로 이어져 왔다.

하지만 현실로 가면 변수가 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그 변수의 디테일도 예민하게 변화했다. 먼저 실력과 티케팅 파워를 겸비한 배우이다. 그런 배우라면 투자사와 제작사 입장에서는 무조건,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잡고 싶어 하기 마련이다. 그들 입장에서는 배우와 함께 감독 캐스팅에도 목을 매기 마련.

순서와 방법의 문제이기는 한데 예를 들자면 봉준호나 박찬욱을 먼저 캐스팅한다면 사실 배우 캐스팅 문제는 절반 이상 해결된 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뮤지컬 업계는 영화 업계와는 살짝 다르다. 게다가 ‘엘리자벳’처럼 흥행이 보장된 토종 오리지널이 그리 많지 않은 것도, ‘봉준호’가 희귀한 것도 문제이다.

그러다 보니 일부 스타 배우에게 시선이 집중되기 마련.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스타 배우가 친분, 혹은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다른 주연, 조연들을 추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일부 ‘은근한 압력’을 행사하는 케이스도 있다. 그 ‘압력’에는 해당 배우의 소속사가 주체인 경우도 없지 않다.

그렇다면 티켓 한 장에 10만 원 안팎의, 거대한 상업적 구조의 뮤지컬 업계에서 그런 관행이 없으리라는 확실한 보장은 없다. 증거가 없고, 설령 사실일지라도 밝히기도 쉽지 않지만 옥주현 정도의 스타라면 그녀가 마음만 먹는다면 ‘친분 캐스팅’의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다. 투자사, 제작사, 감독 입장이라면 그런 무리수를 두어서라도 그녀를 잡고 싶어 할 공산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엘리자벳’의 주인은 한국도, EMK뮤지컬컴퍼니도 아니다. 라이선스 작품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공연할 때는 어쨌든 EMK, 투자사, 감독 등이 일차적 주인 역할을 할 것이다. 당연히 주연 배우들도 그런 1차적, 혹은 1.5차적 인식을 가질 것이다. 조연, 단역, 그리고 하위 스태프 역시 그런 주인 의식의 자세로 임할 것이다.

그런데 결국 모든 상업적 콘텐츠의 주인은 결국 소비자이다. 관객이 소비해 주지 않으면 그 뮤지컬은 공연의 자격이 없다. 정체성을 상실한다. 다수의 관객은 스타 배우와 스타 감독을 보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관객도 꽤 많다. 영화 ‘아가씨’가 개봉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관객의 관심은 박찬욱 감독, 하정우, 김민희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나니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인물은 신예 김태리였다. 그건 이창동 감독의 ‘버닝’도 마찬가지였다. 관객은 감독과 유아인에 호감을 느끼고 티케팅 하여 전종서를 발견했다.

우리 대중문화의 세계적인 수준에 비교해 인구가 상당히 적은 것은 사실이다. 일부 스타 배우에게 모두 경배할 수밖에 없기는 하다. 하지만 수많은 사례에서 보듯 제작사와 감독의 역량과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새로운 얼굴을 발굴해 내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재미를 줄 수 있다.

옥주현을 의심하고, 그래서 비난의 돌을 던지는 일부 몰지각하거나 성미 급한 사람들을 문제 삼을 게 아니라 제작진이 지금까지 너무 쉽게 돈을 벌려는 타성에 젖어 10만 원이 넘는 티켓 가격에 대한 예의를 갖추지 못한 것은 아닌지 뒤돌아 볼 때이다. 이건 옥주현이나 김호영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업계의 관행이 문제이다. 관객의 수준을 현실보다 낮잡아 본 게 문제이다.

중국에는 과유불급이라는 사자성어가 있고, 그 나라 철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아리스토텔레스와 함께 중용을 설파했다. 현재 옥주현은 EMK 뮤지컬 ‘마타하리’에 출연 중인데 오는 8월 15일까지 공연한다. ‘엘리자벳’은 그로부터 열흘 뒤 시작된다. 그녀 역시도 자신의 과소비가 일반화로 가는 데 대한 리스크도 고민해 볼 만한 시점이다.

[유진모 칼럼 / 사진=셀럽미디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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