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박은빈이어야만 했던 이유 [인터뷰]
입력 2022. 09.02. 06:00:00

박은빈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배우 박은빈의 진심이 전 국민을 울리고 웃겼다. 방대한 대사량, 자폐 스펙트럼을 지닌 천재 변호사를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몇이나 될까. 그야말로 박은빈이라 가능했고 박은빈이어야만 했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였다.

지난달 종영한 ENA채널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연출 유인식, 극본 문지원)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그린 드라마. 최종회는 17.5%(닐슨코리아, 전국 유료플랫폼 가입 가구 기준)의 자체 최고 시청률로 유종의 미를 거두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16부까지 약 7개월간에 내외부적인 어려움을 딛고 완성해낸 나 자신에게 수고했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시청률은 2회부터 놀랐던 것 같다. ENA가 신생 채널인데다가 1%을 넘은 적이 없었던 채널이라고 들었다. 2회부터 저희의 예측을 훌쩍 뛰어넘어서 많이 놀랐다"

극 중 박은빈은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의 성장을 밀도 있게 그려내며 호평을 받았다. 목소리 톤부터 손짓, 걸음걸이, 눈빛 등 캐릭터에 완벽히 몰입해 시청자들의 감탄을 자아낸 박은빈은 세상 속으로 씩씩하게 부딪치며 나아가는 우영우의 모습을 따뜻한 감동과 유쾌한 웃음, 특별한 설렘과 함께 담아내며 햇살 같은 힐링을 전해 큰 여운을 남겼다.

"이 작품에서는 많은 대사량을 정보 전달 측면에서 걸리는 것 없이 속사포로 내뱉어야 하는 미션이 있었다. 발음에 많이 신경 썼다. 연기할 때 발음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건 익숙한 일이 돼서 크게 어려움은 없었지만 법정 신 같은 경우에는 최소 30-40번씩 같은 대사를 읊어야 했다. 특히 법정에서 법을 이야기하고 고래를 이야기하는게 영우 에너지를 분출하는 치유 방식이라고 자문 교수님께서 설명해 주셔서 박은빈한텐 아니지만 영우한텐 법 이야기를 하는 게 즐거운 현장이었다. 머리가 새하얘질 때도 있고 여러 경험을 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배우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여러 한계를 시험해 보는 장이었던 것 같다"

'우영우' 신드롬을 일으키며 인생캐를 경신한 박은빈은 당초 이번 작품 출연을 여러 번 고사했다. 이에 제작진은 박은빈을 대체할 만한 배우가 없다고 판단, 1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린 것으로 전해졌다. 박은빈은 제작진들의 믿음을 확신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고 지금의 우영우를 완성해냈다.

"나를 믿어주시는데 내가 그만큼 잘 해낼 수 있을지 스스로 확신이 없었던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연모'같은 경우에는 내가 남장 여자 왕을 하는 데 있어서 '여자가 조선시대 왕이 가능해?'라고 불신했다면 나는 자신이 있었다. 반대로 '우영우'는 모두가 내가 우영우를 잘 할 거라고 말해주는데 자신이 없었다. 평소 대본을 볼 땐 내가 어떻게 연기하면 되겠다던지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이구나라는 게 그려졌었는데 영우는 내가 함부로 편견을 가지고 대하면 안 될 캐릭터 인 것 같아서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았던 게 가장 큰 요인이었던 것 같다. 영우라는 캐릭터를 보면 뛰어노는 모습이 그려져야 하는데 까만 블랭크만 보여서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어려웠다. 그런 지점들이 망설이게 했었는데 또 나의 가능성을 믿는 부분이 있다. 나는 무엇이든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이 어렸을 때부터 있었던 것 같다. 이 역할을 마주하기로 마음먹으면 제대로 해내야지 하는 마음이 있었고 지금의 우영우를 만들게 한 것 같다"

이 같은 박은빈의 열연에 힘입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넷플릭스 TV 비영어 부문 가장 많이 본 콘텐츠 1위를 비롯해 아시아는 물론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브라질 등에서도 넷플릭스 TOP 10 순위 안에 들며 큰 인기를 끌었다.

"재미나 웃음은 문화적 코드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문화적 코드를 뛰어넘는 감수성이 있는 것 같다. 사실 인기 요인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제가 미쳐 파악하지 못하는 너무 많은 요인이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해 보자면 한국 드라마에서 자폐인 여성을 내세워서 누군가의 관찰자가 아닌 직접 세상과 소통하는 주인공으로 내세워서 그런 인물이 과연 새로운 세계, 대형 로폼이라는 세계에 던져져서 어떻게 그 세계로 스며드는지, 어떻게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어떤 성장을 이뤄내는지 많은 사람들이 한 사례로 그 과정을 목격하고 싶은 게 아닐까 생각했다. 제가 맡은 우영우가 자폐인을 대변하는 인물은 아니지만 적어도 어떤 개성 강한 특성을 가진 인물이 새로운 세계와 맞딱뜨리면서 어떻게 발전해나가는지가 핵심 내용이었기 때문에 호기심 있게 봐주신 게 아닐까. 우영우 세계를 함께 탐험해 주셔서 감사하다"

박은빈은 우영우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자폐인을 따라하거나 도구적 장치로 이용하는 것을 금기시했다. 배우로서 윤리적인 책임을 느낀 박은빈은 그저 독자적인 캐릭터를 구축해서 고유성을 찾고자 했다.

"영상 래퍼런스를 배제했던 건 자문 교수님께서 우영우를 모델링 삼을만한 캐릭터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셨고 미디어를 통해 구현된 캐릭터는 그 작품 속에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모델링 된 캐릭터라고 생각이 들었다. 실제 자폐인 분들은 따라 하는 건 절대 금기시해야 하는, 배우로서 윤리적인 책임이라고 느껴졌다. 배우마다 톤이 다르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방법론에 있어선 실제 자폐인들을 관찰하고 그분들 모습을 도구적 장치로 이용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독자적인 캐릭터를 구축해서 고유성을 찾아보자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론 자폐 스펙트럼 진단기준을 찾아본 게 도움이 많이 됐다"

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한 박은빈에 대한 국내외 관심 역시 폭발적이었다. 국내 광고 시장에서 블루칩으로 떠올랐으며, 해외 매체들의 인터뷰 요청 또한 쇄도했다.

"아무래도 부담감이 많다. 사실 나는 인식 개선, 현실 타파 이런 거창한 꿈을 꾸고 사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배우로서 영향력이 있다고 인지하고 사는 사람으로서 이런 드라마를 할 때 내가 신중 해야할 게 뭔지 인지하고 있었고 그런면에 있어서 모두의 기대 이상으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이 도의적 책임이 느껴지는 일인 것 같다.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어떤 영향력을 줄 수 있다면 이 작품이 종영된 이 시점부터가 중요한 것 같다. 우영우 신드롬이라고 붙여주신 만큼 좋은 사회적 합의를 이뤄나가고 싶다"

이처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다시 한번 대체불가 ‘믿보배’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박은빈.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다채로운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는 천상 배우 박은빈의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일각에서는 왜 이렇게 도전을 좋아하냐는 이야기를 근래 많이 들었다. 어려운 역할에 도전한다는 인상을 받으셨나 보다. 배우 박은빈이 아닌 인간 박은빈은 안정적인 상황을 좋아하는 사람은 맞다. 배우로서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게 새로운 경험이 된다. 성과를 낸다는 것을 성취감을 내는 작업인 것 같다. 실패가 내 인생에 전부는 아닐 거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도전을 해보게되는 그런 과정에 있는 것 같다. 한 발 한 발 다음 단계를 보면서 살다 보니 이렇게 사랑받는 날이 온 것 같다. 슬럼프 같은 경우도 언젠가는 있었을 것 지나고 보면 저를 단단하게 해준 시간들이라고 생각한다"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나무엑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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