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근차근 나아가는 정수정에게 온 귀한 선물 '거미집'[인터뷰]
- 입력 2023. 09.30. 09:00:00
-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거미집'이 제 눈앞에 펼쳐졌을 때 정말 설렜고 기분 좋았어요. 선물 같았죠. 커리어적으로도 '터닝포인트'가 될 거라 생각했고, 또 많은 분들이 즐겁게 봐주실 작품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작품도, 제 모습도 신선하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정수정
어떤 상황이 다른 방향이나 상태로 바뀌게 되는 계기 또는 그 지점을 우리는 '터닝포인트'라고 부른다. 배우 정수정에게 영화 '거미집'을 만난 그 순간이 그러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귀한 기회였고, 배우 인생의 새로운 길을 뚫어 준 값진 작품이었다.
'거장' 김지운 감독의 10번째 장편 영화 '거미집'은 1970년대 영화감독 김열(송강호)이 촬영을 마친 영화를 다시 찍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블랙코미디다.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 초청을 시작으로 제70회 시드니 영화제, 제71회 멜버른 국제영화제, 제18회 판타스틱 페스트, 제67회 BFI 런던영화제, 제56회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까지 초청되는 등 해외에서도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최근 '거미집'으로 칸 영화제 참석한 정수정은 "칸에 갔을 때 해외 관객 분들도 있었고 한국 관객분들도 계셨다. 영화를 볼 때 은근히 웃으시는 포인트들이 다 다르더라. 그런 부분이 신기했다. 다행히 칸 영화제에 있던 관객분들이 신선하다는 반응이 많아서 뿌듯하고 기분 좋았다"라고 기쁨을 전했다.
이어 정수정은 개봉을 앞둔 소감을 묻자 "이렇게 국내에서 '거미집'을 선보일 수 있어 기분 좋다. 촬영할 때 정말 행복했다. 늘 즐거운 마음으로 현장에 갔었다. 저 역시 '언제 개봉할까?'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관객들의 반응이 정말 궁금하고, 어떻게 보실지 기대된다"라며 설렘을 드러내기도 했다.
극 중 정수정은 떠오르는 스타 한유림 역을 맡았다. 극 중 극인 '거미집'의 여자 주인공인 '한유림'을 함께 연기해야 하는 캐릭터다. 정수정은 "두 가지 영화를 찍고 있다는 느낌으로 준비했다. 아예 나눠서 생각했다. 특히 극 중 극 '거미집'이 어려웠다. 70년대 말투를 처음 접하기도 하고, 생각보다는 쉽지 않더라. 감독님께 직접 코칭도 받았고 70년대 국내외 작품들과 짧은 영상들을 많이 봤다. 또 현장에서는 선배님들의 에너지를 받으면서 잘 적응해 나갔다.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해내지 않았나 싶다"라고 말했다.
액자식 구성을 가진 이 작품은 흑백, 컬러 두 가지로 진행된다. 정수정을 비롯해 모든 출연 배우들은 '거미집'만의 차별점이자 관전포인트로 '티켓 한 장 값으로 두 가지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이제는) 흑백 영화에 출연한다는 자체가 흔치 않은 일이잖아요. 너무 좋았죠.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흑백과 컬러로 나뉠거라고는 사실 상상도 못 했어요. 그렇게 구현된다고 했을 때 '더 좋아요. 우와 짱이다'라고 말했죠(웃음). 현장에서 모니터링할 때도 흑백으로 바로 볼 수 있었어요. 느낌이 좀 묘하더라고요. 모두가 정말 70년대 영화에 출연한 것처럼 그렇게 있으니까. 신기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재밌었어요.'관객들에게 이런 모습도 보여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너무 좋았죠."
김지운 감독은 '거미집'을 놓고 "배우들의 앙상블이 중요한 영화"라고 밝힌 바 있다. 전작인 독립영화 '애비규환'에서 비슷한 결의 앙상블 코미디를 경험한 정수정에게 이번 작품은 어떻게 다가왔을까.
"일단 출연을 결정했을 때 먼저 '민폐가 되면 안 되겠다'라는 생각이 가장 컸어요. 극 중 유림이가 아이 같고 징징거리기만 하고 철이 없는 면이 있는데 '그런 부분들을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사랑스러울 수 있게 표현할 수 있을까?, 밉지 않게 풀까?'라고 고민을 많이 했죠. 아무래도 배우들 간의 밸런스가 중요한 작품이니까 '나 혼자 너무 튀거나 지르는 거 아닌가?'라는 고민이 되기도 했죠. 그런 고민이 생길 때마다 질문을 했고, 감독님이 잘 조율해 주셨어요."
정수정은 이번 작품을 통해 김지운 감독을 비롯해 송강호, 박정수, 임수정, 오정세 등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호흡을 맞출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큰 영광이었다고 거듭 말했다.
"현장에서 선배님들 연기를 보면서 감탄했던 적이 너무 많아요. 그런 현장에 있다는 자체가 저에게는 한 단계 성장 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정말 많이 배운 현장이었죠. 물론 처음에는 긴장도 많이 했어요. 그런데 현장에 막상 갔을 땐 선배님들이 긴장하지 않도록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셨어요. 늘 선배님들과 수다 떨고 놀다가 촬영에 들어갔어요. 덕분에 긴장하지 않은 상태에서 연기를 할 수 있었죠. 그런 수다 타임들이 저에게 큰 도움이 됐어요."
'거미집'은 3개월에 걸쳐 촬영이 진행됐다. 당시 정수정은 '거미집'과 '크레이지 러브' 촬영을 병행했다고 했다. 그는 "극 중 한유림과 실제 저의 상황이 비슷했다. 2개월 정도 '거미집'과 '크레이지 러브' 촬영이 겹쳤다. 체력적으로 힘들긴 했다. 잠을 거의 못 잤다. 이동시간에 차 안에서 자곤 했다.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이렇게까지 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진짜 '거미집' 유림이와 비슷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거미집' 현장에 가는 날이 정말 좋았다. 감독님은 늘 저에게 '또 놀러 와'라고 말씀하시곤 했다(웃음)"라고 촬영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정수정은 '거미집' 이후 휴식을 취하며 차기작을 고르는 중이다. 그는 "큰 계획이나 목표는 없다. 꾸준히 연기하고 싶다. 지금처럼 큰 굴곡 없이 천천히 오래 잘 해내가고 싶다. 어떤 작품을 선택할 때 이미지 변신이나 새로운 도전에 대해 걱정이나 두려움은 늘 없었다. 오히려 그런 작품이나 캐릭터를 만나면 더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항상 새로운 걸 해보는 것에 재미를 느낀다. 앞으로도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소화해보고 싶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거미집'은 전국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바른손이앤에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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