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정우성 “망망대해에서 이태신 찾기, 연기에 의심도 들었죠” [인터뷰]
입력 2023. 11.30. 08:00:00

'서울의 봄' 정우성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이야기를 해주시니까 그런 의미로 남을 수 있겠구나 싶은데 저에게 모든 작품이 어느 순간부터 ‘어떤 의미로 남아야 된다’고 규정짓지 않고 있어요. 시간이 지난 후 (작품을) 바라봤을 때 스스로 의미가 커질 수 있겠구나 싶죠. 이태신도 무엇을 강요하거나 자신의 명분을 앞장서 큰소리로 외치는 캐릭터는 아니잖아요. 그런 이태신이기에 더 멋있게 바라봐주시는 게 아닌가 싶어요. ‘서울의 봄’을 보시는 분들이 각자의 의미가 다를 거라 생각해요. 어떤 의미이든 영화를 곱씹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하죠.”

영화 ‘헌트’(감독 이정재) 촬영이 끝났을 무렵,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을 제안 받았던 정우성은 출연을 고사했다. 비슷한 시대를 다루면서 전두환 전 대통령과 대립하는 비슷한 결의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출연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김성수 감독에 대한 ‘믿음’과 ‘신뢰’ 때문이었다.

“제일 중요한 건 ‘김성수 감독의 작품이라서’였어요. 한 인물과 대척점에 서 있는 역할이니까 이태신 캐릭터를 바라볼 때 저해되지 않을까, (감독님이) 손해되는 선택이 아닌가 싶어 말씀드렸어요. 그런데 감독님은 다리를 꼬면서 ‘개봉이 다 다를 텐데?’라고 하시더라고요. 하하. 사실 김성수 감독님이었기 때문에 작업의 치열함과 그 치열함 속에서 느껴지는 쾌감, 만족도가 있었어요. 당연히 김성수였기에 선택에 큰 결심을 가진 거죠.”



정우성과 김성수 감독의 만남은 벌써 5번째다. 영화 ‘비트’를 시작으로 ‘태양은 없다’ ‘무사’ ‘아수라’ ‘서울의 봄’까지 김성수 감독과 호흡을 맞춘 정우성은 ‘김성수 감독의 페르소나’라고 불리기도.

“점점 더 집요해지시더라고요. 그리고 점점 더 에너지가 넘치시는 것 같아요. 현장에서 임하는 자세, 현장을 즐기는 모습이 어린 시절, 젊은 시절의 저에게 큰 영감으로 다가왔어요. 그래서 감독님과 작업이 즐거웠죠. 놀라워요. 지치지 않으시니까. ‘서울의 봄’에는 정말 많은 캐릭터들이 다 살아 있잖아요. 매신, 작은 역을 하는 배우라도 캐릭터와의 접점을 찾아내 포착하려 해요. (감독님의) 집요함과 에너지에 (저는) 두 손 두 발 다 들 수밖에 없었죠.”

정우성이 맡은 이태신은 군인으로서 사명감과 신념을 대표하는 인물. 책임과 사명을 다하는 든든한 그 시대의 아버지 같은 인물로 그려내며 관객들이 정서적으로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태신을 준비하면서 감독님이 가장 많이 보내준 동영상이 저의 인터뷰였어요.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를 할 때 인터뷰였죠. ‘이렇게 했으면 좋겠어’라는데 그 모습이 어떤 모습인지 너무 막연했어요. 저의 인터뷰에서 조심성, 침착함을 발견하신 것 같더라고요. 난민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강요하는 게 아닌, 깨우쳐주는 게 아닌, 올곧이 사실을 전달해야 하는 것. 그런 자세로 인터뷰를 하는 모습이 이태신이 상황을 대처하는 방식, 대응하는 모습에 맞지 않을까 싶었죠. 정우성이 이태신을 한다면 조금 더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보이지 않았을까 싶었던 것 같아요. 인터뷰에 임하는 자세를 말씀하신 것이지, 정우성을 얘기하신 건 아니에요. 정우성이라는 사람이 상황에 대해 전달하려고 할 때의 자세였던 거죠. 어떻게 보면 사심의 폭주잖아요. 전두광이 본분을 망각하고 행동할 때 (이태신도) 같이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불의 싸움이 돼요. 불과 불의 싸움이 아닌, 불과 물의 싸움이 되어야 했죠.”



영화 속 이태신은 전두광의 대척점에 서서 외로운 싸움을 이어간다. 직접 제2한강교 위에 서서 공수부대를 막아서는 등 쿠데타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 한다. 이런 이태신의 모습을 보고 정우성은 ‘앵벌이 연기’라고 표현하기도.

“정말 힘들었어요. ‘앵벌이 연기’잖아요. 지치더라고요. 답답하고, 계속 설득해야 하니까. 그 타당함이 정해져있는 건 아니잖아요. 이태신의 입장에서는 직무에 맡는 행위를 하고 있는 건데. 사심이 됐든, 뭐가 됐든 모이면 큰 힘이 되잖아요. 그 힘에 부딪힐 땐 육본(육군본부)에 있는 사람들처럼 우유부단해질 수 있고, 저항에 대해 마치 승패가 뭔지 모르겠지만 이길 확률에 붙고자 하는 게 인간 본성이고요. 그걸 다 배제하고, 연기하려니까 답답했어요. 그 답답함에 생기는 외로움이 이태신에 더해지면서 완성되고, 구상됐죠.”

그렇기에 감정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모든 신이 어려웠다고 한다.

“이태신이라는 인물을 망망대해에서 찾는 느낌이었어요. 막연했죠. 가야하는 길이 있긴 한데 그 길이 구분이 안 됐어요. 행위를 할 때는 확신을 가지고 해야 하기 때문에 매 신이 어려웠던 것 같아요.”



‘망망대해에서 이태신을 찾았나’라는 질문에 “모르겠다”라고 답하며 말을 이어갔다.

“영화는 완성됐으니까 ‘이태신은 저런 인물이구나’ 느낌을 얘기해주시지 않을까요? 저도 저를 ‘정우성’이라고 하지만 정우성을 찾아가는 맥락과 같아요. 좋게 봐주시고 하지만 이번 영화처럼 ‘저게 괜찮은 건가?’, 제 연기를 보면서 ‘잘한 건가?’ 의심이 들더라고요. (연기를) 할 때는 확실히 했지만 이런 느낌은 처음인 것 같아요.”

이태신은 탐욕 그 자체인 전두광과 정반대 지점에 서 있는 신념과 책임감이 투철한 인물이다. 수적으로 열세인 상황에서도 12.12 당일 끝까지 서울과 국민을 지키려는 군인 이태신의 신념은 어떤 역이건 사력을 다하는 정우성의 진심과 닮아있는 듯하다.

“촬영할 땐 (이태신이) 멋있다는 생각을 못했어요. 멋은 타인이 보고 정해주는 거잖아요. 스스로의 멋은 폼만 나는 거예요. 이태신을 이렇게 멋지게 봐주시는 구나 정말 놀랐어요. ‘이태신은 어떤 인물이었지? 어떤 모습을 보고 멋지게 보는 거지?’ 생각했을 때 이태신은 자기 본분을 지키려는 사람이죠. 대의명분, 군인정신을 계속 얘기했으면 피곤했을 거예요. 그러나 ‘(군인) 이태신의 직무, 본분은 이거다’라는 우직한 책임을 지키려하는 모습을 멋지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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