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덕희’ 라미란 “덕희 역, 제가 가장 잘 어울렸죠” [인터뷰]
입력 2024. 01.28. 11:57:19

'시민덕희' 라미란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역시 믿고 보는 라미란이다. 한 시민이자, 강한 엄마인 덕희 역을 그가 아니었으면 누가 소화할 수 있었을까. 영화 ‘시민덕희’(감독 박영주)로 이름값 제대로 증명해낸 그다.

‘시민덕희’는 보이스피싱을 당한 평범한 시민 덕희에게 사기 친 조직원 재민의 구조 요청이 오면서 벌어지는 통쾌한 추적극이다. 단편 및 중편 영화들을 통해 ‘영화계 뉴 제네레이션’으로 주목받은 박영주 감독의 첫 상업 영화 데뷔작이다.

“대본이 재밌었고, 덕희라는 인물이 되게 용감해 보였어요. 존경스러웠고, 실화라고 하니까 더 ‘리스펙’했던 것 같아요. 감독님 같은 경우, 정말 처음 봤을 때 학생 같았어요. ‘소녀소녀’하시더라고요. 스타일이 어떤지 전작을 봤어요. ‘선희와 슬기’를 너무 재밌게 봤죠. 믿고 갈 수 있겠다 싶었어요. 현장에서 감독님이 의외로 카리스마가 있더라고요. 조곤조곤하지만 다 얘기하셨어요. 첫 상업 영화이자 나이도 젊어 현장에서 위축될까 걱정했지만 그런 게 전혀 없었어요. 잘 따라가면 되겠다 싶었죠.”

라미란이 맡은 덕희는 생활력 만렙,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는 소시민 역이다. 그는 평생 모은 돈을 보이스피싱 사기로 인해 잃어버리고 절망에 빠진 평범한 시민 덕희 역으로 관객들의 공감대를 자극한다.

“다른 사람을 세워봤더니 별로 어울리는 사람이 없어서 제가 하는 게 제일 낫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잘할 수 있는 지점이 분명 있을 거라 생각했죠. 거기에 덕희라는 이름으로 세워놨을 때 가장 잘 어울리지 않을까 싶었어요. 이름이 촌스러워 그런가? 제가 잘 어울리는 것 같더라고요. (웃음) 의심 없이, 제가 이 역에 괜찮을까 싶었어요. 덕희는 평범하고, 주변에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가장 비슷했죠. 관객들도 저를 평범함의 대명사로 봐주시는 것 같아요. 실제로 그렇기도 하고요.”



‘시민덕희’는 2016년 경기도 화성시의 세탁소 주인 김성자 씨가 보이스피싱 총책과 조직 전체를 붙잡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감독과 배우들은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이 절대로 스스로를 탓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의기투합했다.

“자료조사는 감독님이 많이 하셨어요. 극중에서 덕희가 피해자들을 만나잖아요. 제 주변에도 피해자들이 있어요. 이 작품을 하면서 그 사이에도 있었죠. 최근 들어 ‘시민덕희’의 이야기를 하니까 ‘나도 있었잖아’ 하면서 들은 이야기도 많아요. 보이스피싱이 너무 무섭게 진화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건지도 모르고 당하겠구나 생각도 들만큼 빨리 진화하고 있죠. 경험담도 있지만 저는 덕희 입장에서만 생각했어요.”

라미란이 완성한 덕희는 실제 피해자들에게도 위로를 전하는 마음이 역할에 녹아있다. 덕희는 대단한 영웅이 아닌,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시민 영웅의 모습으로 위로와 공감, 속 시원한 쾌감도 안긴다.

“저는 덕희가 영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본인의 어떤 억울함,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추진력 있고 그런 인물은 없다고 생각했죠. 용감하고, 무대포이기도 하고, 시민의식 보다는 지극히 개인적이라고 봤어요. 그 상황에 놓여있을 때 개인이 공적인 뭔가를 하는 게 아니잖아요. 히어로물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의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라 생각했어요. 피해를 당했고, 움츠려져 있고, 제보를 통해 나아가면서 덕희라는 인물 스스로가 설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됐다고 생각해요. ‘시민덕희’라고 했지만 거창한 의미, 메시지를 준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자존감을 일으키는 것이 제일 카타르시스가 됐죠.”

라미란은 실제 사건의 주인공 김성자 씨와의 후일담을 전하기도 했다.

“시사회 때 오셨어요. 그때 본 김성자 씨는 강단 있고, 용감하시더라고요. 이후에 지금까지도 본인의 것을 가지고 싸우고 계셨어요. 촬영 전에는 뵙진 않았어요. 뉴스에 나온 사진을 봤는데 너무 마르셨더라고요. 촬영이 들어갈 땐 이미 저는 (살이) 찌고 있었어요. 감독님에게 처음엔 빼겠다고 얘기했다가 실패하고, 촬영하면서 대실패했죠. 그래서 ‘그냥 이대로 찍어야 될 것 같아요’라고. 하하. 사실이 아닌 부분도 많이 있었기 때문에 실제 사건이라는 모티브만 가지고 왔어요. 덕희의 이야기이지 김성자 씨의 이야기가 아니라 생각하고 연기했죠.”



김성자 씨의 사연이 전해진 당시, 경찰을 향한 비판 여론이 거센 바. 그러나 영화는 수사기관의 잘잘못을 고발하는 게 아닌, 용기 있는 소시민 덕희와 동료들의 따뜻한 연대를 보여주는데 집중한다.

“(경찰의 대응이)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아니에요. 그들의 업무가 너무 많잖아요. 영화나 드라마에 나온 형사를 보면 성심성의껏 해결해주고, ‘용감한 형사’만 봐도 그렇잖아요. 그 일을 하면서 또 소외되는 누군가가 있을 거예요. 서운할 거고, 상처받을 거고. 그래서 누구를 비하하거나 공격하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김성자 씨의 입장인 거잖아요. 그런 걸 조금 중화시키려고 했어요. 포커스가 맞춰지길 바란 건 아니죠.”

‘시민덕희’는 보이스피싱 총책을 잡기 위해 사기 피해자와 발신자가 특별한 동맹을 맺는다는 기발한 생각에서 시작된다. 어쩌면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란 생각도 들 터.

“실화를 알기 전 대본을 봤어요. 실화 자체에도 힘이 있다고 느꼈죠. 이후에 다른 분들도 조직원을 잡기도 하고, 신고하는 여러 에피소드를 봤어요. 이 당시만 해도 센세이션한 일이었죠. 지금 봐도 제보를 했다는 자체가 신기한 일이에요. 되게 재밌는 이야깃거리,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라는 생각이 들었죠.”

라미란은 그동안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모습의 ‘엄마’를 연기해왔다. ‘정직한 후보’ 시리즈, ‘응답하라’ 시리즈 등 쾌활하고 친숙한 캐릭터부터 ‘나쁜엄마’의 굴곡지고, 감정 깊은 캐릭터까지 소화한 것. 이번 ‘시민덕희’ 속 덕희는 어떻게 그리려고 했을까.

“개인에게 집중했어요. 덕희의 자존감, 덕희가 피해자라 고개를 숙이지 않았죠. 총책이 제시한 1억을 받고, 집으로 돌아간다면 그 돈은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았어요. (돈을) 돌려주고, (총책에게) 맞더라도 존엄을 지키는 게 덕희에게 더 중요한 것 같았죠. 아이들의 엄마니까 당연히 깔려 있는 거라 생각했어요. 자신의 자존감을 찾아가는 것에 집중했죠.”



2005년 영화 ‘친절한 금자씨’로 데뷔한 라미란은 20여 년 시간 동안 단역부터 조연, 주연 한 계단씩 대중에게 스며들며 신뢰감을 쌓아왔다. 공백 없이 열일 중이기에 잠시 ‘쉼’이 필요하다고 느끼진 않을까.

“제가 어떻게 보면 다른 배우들에 비해 많이 하고 있잖아요. 텀없이 계속 나오고 있어 약간의 피로도가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해요. 그런데 멈출 수 없어요. 언제 일이 끊길지 모르기 때문이죠. 요즘은 혜란이 같은 애들이 치고 올라와요. 점점 설 자리가 없어지고, 분량도 줄어들고 있죠. 어차피 조금 있다가 쉬게 되어 있어요. 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고 생각하죠.”

여전히 연기가 즐겁다는 라미란. 끊임없이 도전하고, 새로운 얼굴을 선보일 그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저는 일이 재밌어요. 하는 역할도 다르고, 만나는 사람도 다르니까요. 배우 일에서 가장 좋은 건 비슷한 게 없다는 거예요. 둘러싼 인물들이 바뀌니 또 다르게 비춰질 수 있죠. 똑같이 할 수 없어요. 똑같이 하기도 힘들고요. 새로운 삶을 사는 게 되게 재밌어요. 몇 달 쉰다고 하면 쉴 때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여행 갈까?’ 싶다가도 막상 그 상황이 되면 어영부영 보내버리죠. 여유를 조금 챙겨야 될 것 같긴 하지만 할 수 있을 때 열심히 하고 싶어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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