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경수, 연기 괴물이 ‘선산’ 김영호를 만났을 때 [인터뷰]
입력 2024. 01.31. 08:00:00

'선산' 류경수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괴물 같은 연기력이다. ‘얼굴을 갈아 끼웠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매 작품 한계 없는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는 배우 류경수의 이야기다.

넷플릭스 시리즈 ‘선산’은 존재조차 잊고 지내던 작은아버지의 죽음 후 남겨진 선산을 상속받게 되면서 불길한 일들이 연속되고 이와 관련된 비밀이 드러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지난 19일 공개된 ‘선산’은 공개 3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시리즈(비영어) 부문 4위, 대한민국을 비롯해 홍콩, 인도네시아, 필리핀, 카타르, 싱가포르 등 10개 국가 TOP 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바.

“지금도 긴장돼요. 저는 굉장히 재밌게 봤거든요. 시청자 입장으로 볼 수 없지만 시청자 입장에선 재밌었어요. 보신 모든 분들의 의견을 듣기 어렵잖아요. 그런데 재밌다고 해주신 분도 있고, 아닌 분도 계실 수 있는데 많이 봐주신다는 건 어쨌든 좋은 것 같아요.”

‘선산’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선산과 상속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 어린 시절 가족을 버리고 도망간 아버지와 자식은 관심 밖이었던 어머니에게서 자란 윤서하(김현주)는 작은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선산이 상속된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하지만 이복동생 김영호(류경수)가 나타나 선산의 공동 소유권을 주장하며 또 다른 혼돈을 일으킨다.

“시나리오를 보고 흥미롭다고 생각했어요.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스산하고, 미스터리한 느낌이었죠. 저에게 제안 주신 김영호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해야 될까 고민되는 지점이 많았어요. 그리고 어떤 근친으로 태어난 인물이라는 것에 포커스가 맞춰지기 보다는 여러 가지 이유들로 인해 굉장히 고립됐던, 일상과는 굉장히 멀어진 인물에 초점을 맞췄죠. 그의 외관이나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나 그런 것들이 다수의 사람을 오래 만나지 못한 채 고립된 쪽에 초점을 맞췄어요.”

류경수가 맡은 김영호는 기괴하고 소름 돋는 분위기를 풍기며 존재만으로 미스터리함을 자아냈다. 특히 자신도 선산에 자격이 있다며 윤서하를 옥죄어 오는 집착은 보는 이마저 두려움에 떨게 만들기도.

“도전과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기를 해보기 쉽지 않은 캐릭터잖아요. 그러다 보니 뭔가 조금 더 그런 쪽보다는 어떻게 하면 이 역할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긍정적으로 작용됐어요. 이걸 잘 해내서 스스로도 조금 더 성장하고 싶었고요. 걱정도 됐는데 잘 해내보자, 고민을 많이 했죠.”



류경수는 존재부터 명확하지 않은 영호를 연기하기 위해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헤어스타일과 행색, 치열까지 고민했다. 더불어 고립되다 나온 느낌을 주기 위해 평범하지 않은 걸음걸이를 구현했고, 이는 비주얼만으로 시청자들에게 불편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김영호의 겉모습과 내면, 다 어려웠어요. 이질적이라는 단어는 친근하지 않다는 뜻에 가까운 것 같고, 이상하다는 것에 가까운 것 같았죠. 이상한 사람이 어떤 느낌일까 생각해보면 걸음이 좀 이상해도 이상한 사람처럼 보일 것 같더라고요. 제 주변 또래인데 흰머리가 많은 사람이 있어요. 모자를 벗는데 순간 흰머리가 많아서 몇 살이지? 싶더라고요. ‘흰머리’하면 나이 많은 사람에 대한 인식이 있잖아요. 나이조차 가늠이 안 되는 지점을 고민했죠. 또 본능적이고, 원초적인 인물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야생동물들은 습성이 있잖아요. 무리지어 다니는데 탈락된 거라 생각했어요. 그리고 정상적인 소통에 진행이 안 되면 어떨까 싶었어요. 정상적인 말의 흐름이 일반인과 다른 느낌이면 어떨까. 뭔가 소통이 아예 안 되면 어떨까 싶었어요. 목소리도 투박하고, 거칠면 어떨까 등 사소한 것들을 여러 가지 고민했어요.”

‘고립’을 키워드로 외면과 내면 등 역할의 디테일을 고민한 류경수는 살아있는 캐릭터로 완성시켰다. 얼굴을 갈아 끼우는 듯한 캐릭터 변주는 연기 재능을 입증하기도.

“고립이 오래되다 보니 사람을 대할 때, 얘기할 때 등 방법을 모르는 거라 생각했어요. 탈락된 야생동물의 키워드도 가져갔죠. 야생적이고, 본능적인 것들이요. 건물에 액션신이 하나 있었는데 이 사람들이 사냥꾼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야생동물을 사냥하러 온 느낌이었죠. 어떻게든 생존해내려는 생존본능이 튀어나오는 짐승. 완전 그 상황에 집중하려고 노력했어요. 이 고립은 선배님들이 만들어주셨어요. 김영호는 아마 고립이 뭔지도 모를 거라 생각이 들더라고요. 태어나서 오랜 기간 그렇게 지내왔으니 외로움 감정도 모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본에서 보이는 리액션들, 김영호를 대했을 때 바라보는 리액션 등 주변인들이 김영호를 고립시켰던 것 같아요.”



2007년 SBS 드라마 ‘강남엄마 따라잡기’로 데뷔한 류경수는 그동안 드라마, 영화 등을 오가는 작품으로 다채로운 캐릭터를 선보여왔다.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며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는 관성을 따르지 않는 특색 있는 열연으로 ‘믿고 보는 류경수’ 수식어를 완성했다.

“‘선산’의 과정이 고난이었어요. 감독님과 어떻게 하지 고민하는 과정들이 소중했죠. 과정 자체가 저를 성장하게 만들어줬어요. 고민하다가 ‘안 해’ 하면 아무것도 아닌 게 되는데 어쨌든 맞든 아니든 해내니까. 그 과정에서 경험치가 쌓이지 않았을까 싶죠. 김영호를 맡아 표현했다는 자체가 만족스러워요. 연기를 잘했다, 못했다가 아니라 이런 캐릭터도 해냈구나. 평생 맡아볼 수 없는 캐릭터일 수 있는데 해냈다는 건 운이 좋고, 복 받았다는 생각을 해요.”

매사 쉽지 않은 캐릭터와 장르, 연기를 택하고 있는 류경수. ‘해내야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을까.

“해내고 싶은 욕심인 것 같아요. 흔히 얘기하는 극사실주의 연기, 일상처럼 하는 연기도 ‘도시남녀의 사랑법’ ‘글리치’ ‘대무가’ 등에서 해냈으니까요. 저는 편하게 연기하는 걸 지양해요. 김영호는 저 끝까지 가있는 사람이죠. 그러니 도전 욕구가 자극되는 것 같아요. 이걸 해내면 과정 속에서 성장하지 않을까 싶고요.”

강렬한 캐릭터를 연기함으로써 이미지 고착화에 따른 우려는 없을까. 그러나 류경서는 “몇 가지 무기들이 있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연기를 할 수 있는 자체가 행복한 것 같아요. 배역을 맡을 수 있다는 것. 그렇지 못했던 시간이 많았거든요. 배역을 맡아 한 시간보다 못했던 시간이 더 길어요. 지금은 너무 행복하게 하고 있어요. 이미지는 제가 변화한 모습을 보여드리면 될 것 같아요. 딱히 그것에 대한 큰 부담은 없어요. 몇 가지 무기들이 있기 때문이죠. 하하”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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