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에이트 쇼' 한재림 "사회 부조리극?…입체적인 시선 담았다"[인터뷰]
입력 2024. 05.29. 07:00:00

한재림 감독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창작자로서 고민은 계속돼요. 앞으로도 감독으로서 어느 지점에 서 있어야 하는지, 관객에게 어디까지 다가가야 하는지 고민해야죠. 자본주의 시대에 누군가에게 사랑받지 않으면 못살잖아요. 감독으로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담았어요."

적나라하게 사회의 부조리를 폭로하는 작품이라는 말만으로는 '더 에이트 쇼'를 설명하기 부족하다. 도파민 중독 사회에 대한 고민, 극에 달한 쾌락은 불쾌감으로 변질된다는 경고. 현대 미디어에 대해 한재림 감독이 울리는 경종, '더 에이트 쇼'다.

'더 에이트 쇼'는 8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비밀스러운 공간에 갇혀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달콤하지만 위험한 쇼에 참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메가폰을 잡은 한재림 감독은 '더 에이트 쇼'를 통해 시리즈에 처음 도전했다.

"시나리오 쓸 때가 (영화와) 가장 달랐어요. 전체적인 서사뿐만 아니라 한 회 안에서도 기승전결이 있어야 하고, 또 다음 회차가 보고 싶게 만드는 방법이 뭘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 부분이 영화랑 가장 다른 지점이었다고 생각해요. 시리즈는 시청자들에게 저항이 많아요. 영화는 영화관에 관객들을 모셔놓고 보여드리는 거지만 (시리즈는) 핸드폰, 티비로 보면서 외부의 많은 저항, 자극들과 싸워야 하니까요. 끝까지 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했어요. 그리고 시리즈는 공개가 더 기대되는 느낌이에요. 영화는 성적표를 받는 기분이었거든요. 시리즈를 전 세계에, 아예 모르는 삶을 사는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설렜어요."



'더 에이트 쇼'는 배진수 작가의 웹툰 '머니게임'과 '파이게임'을 원작으로 한다. 한재림 감독은 '머니게임'의 룰과 '파이게임'에서 시간이 곧 돈이 된다는 설정을 섞어 '더 에이트 쇼'를 완성했다. 이에 '아무도 죽어서는 안 되는' 유니크한 서바이벌 게임이 탄생했다.

"배진수 작가님의 '머니게임', '파이게임'은 굉장히 독특한 서바이벌 장르에요. 보통 서바이벌에서는 주인공이 똑똑해서 성공하는데, 이 작품들은 주인공이 계속 위기에 처해요. 그런 포인트가 재밌었어요. 주인공의 허당끼가 블랙코미디가 되는 지점을 최대한 살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일반적으로 서바이벌 게임은 누군가 죽어야 하는데, '파이게임'은 죽으면 끝나는 설정이잖아요. 이걸 가져오니까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는 얘기로 바뀌더라고요. 이 두 가지 독특한 포인트로 이야기를 만들자, 생각하고, 각 시리즈에서 계층을 대표하는 캐릭터를 갖고 와서 '더 에이트 쇼'로 각색한거죠. '더 에이트 쇼'를 처음 봤을 때는 자본주의 극으로 보여요. 계층 간의 이야기, 사회적인 메시지. 혹은 서바이벌 게임, 장르를 기대하고 보시잖아요. 근데 저는 서바이벌 장르를 좀 비켜나가고 싶었어요. 이걸 통해서 사회부조리극을 만들고 싶었던 의도가 있었어요."

'더 에이트 쇼' 속 인물들은 이름이 아닌 층으로 불린다. 이들은 서로 이름도, 나이도, 사연도 모른 채 '돈'이라는 공동 목표를 위해 공생한다.

"'8명이 8개의 에피소드인데 8개의 계층이다'라는 컨셉을 갖고 구성했어요. 회차마다 다른 인물로 시작해요. A로 시작해서 끝날 때는 B가 포인트를 주도록 만들었죠. 다음 화는 B로 오프닝을 짰어요. 사건과 인물이 같이 궁금하게 만들려는 의도였죠. 또 각 캐릭터의 이름과 전사를 최대한 배제해서 인물이 아닌 계층에 이입하도록 했어요. 누구는 3층에 이입하고, 누구는 7층에 이입한다면 이야기가 입체적으로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 거죠."

얼핏 보면 계층에 대한 이야기다. 높은 층으로 갈수록 넓은 방, 높은 분급, 식사와 물을 먼저 받을 수 있다는 이점까지. 익숙한 사회 부조리극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재림 감독은 시간을 늘리기 위해 '재미'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감독으로서 또 다른 관점으로 작품을 바라봤다고.

"제가 감독으로서 생각했을 때, 이 작품의 주제는 '재미란 무엇인가?'예요. 참가자들은 돈을 벌기 위해 주최 측의 재미를 위해서 노력하는데, 그게 제 직업과 맞닿아 있더라고요. 재미를 위해서 움직이는 게 저인 것 같았어요. 저도 관객에게 잘 보여야 하니까. 그럼 나는 어떤 재미를 추구해야 하지, 고민했어요. 그러면서 저는 이게 엔터테인먼트, 창작자에 대한 이야기구나! 깨닫게 됐죠. 옛날에는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고 그런 걸 아주 좋아했는데, 지금은 재미만 있으면 충분한 시대인 것 같아요. 재미만 추구하는 시대죠. 저도 숏폼을 보면서 엄청 집중하고 빠져드는데, 그런 시대가 되면서 과연 나는 어떤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가 고민이 돼요. 그런 고민이 투영된 작품이에요"



이러한 까닭에 극적인 장면을 배제했다고 전했다. 특히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장면은 3층(류준열)의 상상으로 대체하는 등 기존 문법을 비껴갔다.

"창작자가 어디까지 관객에게 사랑받기 위해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고민을 담다 보니까 도덕적, 윤리적으로 그런 장면을 넣는 게 마음이 걸렸어요. 이걸 주면 재밌을 것 같긴 한데, 이걸 주는 게 맞나? 고민했죠. '천우희와 박해진 베드신 왜 안 보여주냐. 왜 이런 장르에서 그런 자극을 주지 않냐'는 반응을 봤어요. 저는 그런 것에서 쾌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동시에 잔인하고 폭력적이라고 느끼는 장면은 이를 통한 쾌감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불편한 거예요. 보통은 (드라마에서) 폭력은 속 시원한 느낌을 줘요. '더 에이트 쇼'는 의도적으로 그런 장면에서 쾌감을 배제했어요. 관객들에게 한번 생각해 보자고 얘기하고 싶었어요."

이에 한재림 감독은 의도적으로 '더 에이트 쇼'의 주최를 지웠다. 시청자는 이러한 쇼를 기획한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해하다가 결국 자신에게 시선을 돌리게 된다.

"결국 '더 에이트 쇼' 주최는 관객이라고 생각해요. 시청자라고 생각했고, 보시는 분들도 그렇게 느끼길 바랐어요. 주최 측을 안 보여주는 것에 대해 끝까지 궁금한 분도 계셨는데, 저는 주최 측은 아예 없다는 게 컨셉이었어요. 그래서 3층이 카메라를 다 부수는 게 '안 보여주겠다.' 말하는 거죠. 볼 수 없으면 끝나는 거니까."

마지막으로 한재림 감독은 '더 에이트 쇼'가 다양한 관점에서 오래 시청되길 바란다는 소망을 전했다. 원작의 사회 비판적인 시선과 함께 자신이 담은 '도파민 중독 사회'에 대한 고민이 모두 시청자에게 전해졌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남겼다.

"1층(배성우)은 찰리 채플린을 떠올리게 하는 인물이에요. 마지막에 찰리 채플린이 영사기에 매달려서 떨어져요. 영사기는 진짜 같은 가짜를 반영하죠. 영사기에 매달려 떨어지고 불타 죽는 장면에는 제가 느끼는 시네마에 대한 아쉬움이 반영돼 있어요. 마지막에 '기억해야 한다'는 건 자본주의 체제 아래 진짜 소외계층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도 있지만, 사라져가는 시네마를 기억해야 한다는 의미도 있어요. 이런 것들이 맞물려서 '더 에이트 쇼'는 자본주의 극이기도 하고, 서바이벌 게임을 비튼 장르기도 하고, 영화에 대한 메타포(metaphor)이기도 해요. 입체적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한번 보고 '재밌네' 소비되는 게 아니라, 생각해 보고 질문하고 그런 작품이었음 좋겠어요."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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