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풍' 김희애가 '김희애' 했다 [인터뷰]
- 입력 2024. 07.07. 20:02:35
-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배우 김희애가 '돌풍'을 통해 '역시 김희애'임을 또 한 번 입증해 냈다. 연기할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는 42년 차 배우 김희애가 발연기까지 각오하며 임했던 '돌풍'.
김희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돌풍'(박경수 극본, 김용완 연출)은 세상을 뒤엎기 위해 대통령 시해를 결심한 국무총리와 그를 막아 권력을 손에 쥐려는 경제부총리 사이의 대결을 그린 작품. '추적자 THE CHASER(더 체이서)' '황금의 제국' '펀치'로 '권력 3부작'을 선보인 박경수 작가가 7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극 중 김희애는 세상을 바꾸고 싶어 정치를 시작했지만, 권력의 유혹 앞에 무너져 결국 대통령과 함께 부패의 고리 속으로 걸어 들어간 정수진 역으로 분해 이제껏 보지 못한 여성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대본을 처음 봤을 때 굉장히 설렜다. 매력적인 책과 캐릭터였다. 처음부터 박 작가님 팬이었는데 그분의 작품이라 해서 가슴이 뛰고 반가웠다. 이전에 봤던 이상으로 재밌었다. 악당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정수진 캐릭터 서사가 있고 깊이가 있더라. 연민을 느끼고 피해자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정수진을 사랑했다. 나쁘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고문을 당하면서도 신념을 가지고 했던 경이로운 어린 소녀였다. 운명적으로 한 남자를 만나면서 정치계에 깊이 들어가게 되고 남편이 타락한 손을 잡는 모습을 보며 오히려 깊은 연민을 느꼈다"
'돌풍'은 '퀸메이커', '데드맨'에 이어 김희애가 세 번째 선보이는 정치물이다. 그만큼 기시감에 대한 우려도 분명히 있었을 터. 하지만 '돌풍'은 김희애에게 또 하나의 도전이었고 전작과 달랐다.
"정치, 행정 용어 등이 어려워서 처음엔 연기고 뭐고 대사 전달만 잘 되게 하자는 마음으로 했다. 발 연기 소리 들을 각오까지 했었다. 대사가 많아서 너무 힘들었다. 좋은 작품은 시놉만 봐도 안다. '둘풍'이 그런 작품이었고 박 작가님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김희애는 뒤틀린 신념으로 계속해서 더 큰 권력을 좇는 정수진을 단순 악역이 아닌 현실에 있을 법한 인물이라 생각하고 그의 인간적인 서사를 그려내는 데 중점을 뒀다.
"권력으로 높은 위치에서 나락으로 떨어진다. 처음엔 악역이라 생각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그렇게 생각 안 했다.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 사람의 서사가 나오지 않았을 땐 권력을 가지고 싶어 하는 경제부총리 모습이었다면 뒤로 갈수록 한민호(이해영)가 그렇게 되고 브레이크가 고장 난 폭주 기관차처럼 이성을 잃게 된다. 전후반을 다르게 구별했다"
설경구와는 세 번째 호흡이다. 박동호 역으로 설경구 외에 떠오르는 배우가 없었다는 김희애. 앞서 제작발표회 당시 김희애가 설경구를 강력추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좋은 작품이었기 때문에 자신 있게 추천했던 거다. 역시 설경구 왜 설경구인가를 보여줬다. 그분도 이 작품을 한 것에 대해 과정 결과에 모두 만족하는 거 같아서 저도 너무 좋다. 좋은 배우가 좋은 작품을 만나면 더 빛이 난다고 생각한다. 이 역할에 설경구 아니면 또 누가 떠오르냐. 전작들에선 많이 마주치는 신이 없어 아쉬웠는데 이번엔 너무 좋았다. 설경구와 연기하는 걸 싫어하는 배우가 어디 있겠냐. 좋은 배우도 좋은 책이 없으면 빛을 발하지 못한다. '돌풍'이 재밌기 때문에 박동호, 정수진이 빛을 발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설경구 외에도 김미숙, 김영민, 김홍파, 임세미, 전배수, 김종구, 장광, 박근형, 이해영, 강상원, 정해균, 오민애까지 특급 조연들이 강렬한 연기 향연을 펼쳤다.
"김영민은 정말 힘든 역할이었다. 코미디 같으면서도 대통령을 주무르는 카리스마가 있어야 한다. 체구가 큰 편은 아니지 않냐. 작은 거인 같은 모습으로 아버지 앞에선 비굴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수위 조절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박근형 선배님도 카리스마 회장으로의 모습을 반전으로 보여주면서 너무 멋지셨다. 장광 선배님이 연기한 조상천도 인간이 저렇게 변해가는구나 서사를 알면서 연민이 가고 재밌었다. 김미숙 선배님의 음색을 좋아했다. 독보적인 분 같다"
어느덧 데뷔 42년 차 배우 김희애에게 이번 작품은 어떤 의미로 남았을까.
"의미는 안 둔다. 그냥 이번에도 일부였고 잘 지나갔고 좋게 봐주셔서 다행이고 감사하다. 연기를 잘하는 것보다 매력적인 연기가 하고 싶다. 인간으로서도 배우로서도 깊이 생각 안 하려 한다. 그냥 나의 일이고 일상적인 삶을 살려 한다. 그래야 좋은 연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다음을 위해 비워내는 준비를 하는 게 도움 되는 것 같다"
'퀸메이커', '데드맨', '윤희에게', '부부의 세계', '밀회' 등을 통해 강렬한 카리스마와 부드러움 사이를 오가며 한계 없는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 김희애. 그의 끊임 없는 노력과 도전이 있었기에 탄생할 수 있었던 결과물들이다.
"'밀회' 같은 경우 19살 차이 나는 역할이 아무한테 가지 않는다. 쉽지 않은 도전이다. '윤희에게'도 너무 좋은 작품이라 순한 마음으로 했다. '허스토리'는 60대 할머니를 돕는 사업가 역할이었는데 부산 사투리가 너무 힘들었다. 자면서도 들었다. 편하고 쉬운 것만 했다면, 도전하지 않았다면 오늘의 정수진은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동안 극적인 인물을 많이 맡았었다. 재밌고 대리만족도 했으니, 다음엔 편안한 생활 연기를 해보고 싶다"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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