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건주, 순하기만 한 배우라고요?[인터뷰]
- 입력 2025. 02.12. 17:20:00
-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그간 정건주가 쌓아온 이미지는 하얀색에 가깝다. 187cm의 큰 키와 순한 인상, 지고지순한 짝사랑으로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만 했던 필모그래피에 '천준화'라는 한 획이 그어졌다. 배우 정건주는 앞으로 어떤 그림을 그려갈까.
정건주
지난 10일 종영한 채널A 주말드라마 '체크인 한양'(극본 박현진, 연출 명현우)은 돈만 내면 왕도 될 수 있는 조선 최대 여각 '용천루'에 입사한 조선 꽃청춘들의 파란만장한 성장을 담은 청춘 로맨스 사극이다. 극 중 정건주는 용천루 태상방주(김의성)의 아들 천준화 역을 맡아 활약했다.
"모처럼 휴식기 가지고 있는데 휴식기 중 '체크인 햔양'을 시청하는 게 소소한 행복이었어요. 끝나니까 아쉬운 게 크고 뿌듯하기도 해요. 제 소소한 행복이 끝나니까 그 점이 가장 아쉽고, 뒤죽박죽 찍었던 씬들이 퍼즐처럼 맞춰진 작품을 보니까 저 때는 저랬지, 재밌었지 그런 생각들이 좀 많이 들었어요."
천준화는 극 중 가장 다이내믹한 감정 변화를 겪는 인물이다. 정건주는 천준화의 능글맞지만 순수한 모습부터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군림하는 대각주의 면모, 자신의 선택을 반성하고 돌아오는 과정까지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천준화는 제 모습 자체에요. 최대한 제가 가진 것에서 자연스러운 모습 보여드리고 싶었고 그게 잘 녹아든 것 같아서 다행인 것 같아요. 특히 능글맞은 부분은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 나오는 모먼트인 것 같아요. 하오나 4인방이랑 친하기도 하니까 컷 나고도 천준화였던 것 같아요. 장난도 많이 치고요."
'체크인 한양'하면 천준화(정건주), 이은호(배인혁), 홍덕수(김지은), 고수라(박재찬) '하오나 4인방'의 케미도 빼놓을 수 없다. 정건주는 "촬영 들어가기 전부터 정말 빠르게 친해졌다"고 얘기했다.
"나이대가 비슷하기도 하고 지은 누나가 재찬이한테 터울 없이 하는 걸 보니까 저희도 빨리 편하게 할 수 있었죠. 촬영 전에 카페 가거나 두바이 초콜릿 나눠 먹고 그런 기억이 있어요. 또 리허설 하면서도 서로 통하는 걸 느꼈어요. 저희끼리 으쌰으쌰 많이 했죠"
극 후반에 스토리가 깊어지면서 점차 진지한 대화도 많이 나눴단다. 정건주는 "초반에는 행복하게 리허설 했는데 후반에 가서는 리허설 시간이 2배로 늘었다. 앞뒤 상황, 이해관계에 대해 많이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체크인 한양'에서 기억에 남는 반응은 '흑화 준화 너무 멋있어'라고 밝혔다. 정건주는 "사실 미워하실 줄 알았다. 그래서 걱정 많이 했는데 좋게 봐주셔서 좋았다"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어 "흑화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감사하게도 '매력적이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내가 보여드리지 못한 나의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재밌는 거구나, 피부로 와닿았다. 아직 보여드리지 못한 매력들을 여러 작품을 통해서 보여드리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정건주는 천준화를 통해 처음으로 서늘한 연기를 선보였다. 흑화하는 역할이라는 설명을 듣고 설레기도 했다고. 그는 "힘든 점은 없었고, 대본 받았을 때 어떻게 하면 맛있게 만들 수 있을까라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청춘물이기 때문에 너무 세지도 약하지도 않은 잘 다듬은 흑화된 준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흑화의) 동기는 덕수에 대한 마음이기 때문에 최대한 그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으면서 흑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죠. 준화라는 친구는 한 여인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시작해서 끝나는 과정들이었기 때문에 미워도 미워할 수 없는 친구인 것 같아요."
사실 흑화한 모습을 연기하는 것보다 흑화했다 다시 돌아오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는 부분이 더욱 힘들었다단다. 그는 "14, 15화까지 휘몰아치고 16화에 아버지와 홍덕수의 관계를 알게 되면서 돌아오기까지 밸런스를 맞추기 어려웠다. 3화 만에 흑화했다가 돌아오는데 시간이 짧았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작가님 감독님과 많이 이야기했다. 감독님께서 '괜찮은 것 같다'고 피드백도 주시고, 저도 계속 시도했다"고 했다.
'체크인 한양'은 마지막회 전국 기준 4.2%(닐슨코리아 제공)를 기록하며, 채널A 역대 주말 드라마 시청률 1위 기록을 갈아치우는 유종의 미를 거뒀다. 또한 죽은 줄 알았던 태상방주가 살아서 남해여각에 찾아오는 장면으로 끝나, 시즌2에 대한 기대가 나오고 있다.
정건주는 "재찬이가 현장에서도 '나 이제 대각준데' 이런 얘기를 했었다"면서도 "그 뒤로 별다른 얘기 한 건 없다. 저희도 16부 대본 받았을 때 술렁이긴 했는데, 작가님께서는 결말을 스스로 판단하길 바라셨다"고 설명했다.
시즌2가 나온다면, 어떤 방향이었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그는 "천방주가 착해지진 않았을 것 같고 의주에게 복수하려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을까. 남해상단과 의주상단의 대립이 될 것 같다"고 상상력을 발휘했다.
정건주는 '어쩌다 발견한 하루' 이도화 역을 시작으로 '월간 집' 신겸, '꽃선비 열애사' 정유하까지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으로 '짝사랑 전문' 수식어를 얻기도 했다. 이번 작품에서도 짝사랑에 실패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는데, 정건주는 "다음에는 꼭 쌍방 로맨스를 해보고 싶다. 진한 멜로도 해보고 싶고, 재밌는 로코도 만들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얼굴이 선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뭘 해도 미워 보이지 않는다는 피드백을 들어서, 그런지 짝사랑해도 미워 보이지 않는 그런 거 아니었을까요? "
그는 차기작 '내가 죽기 일주일 전' 공개를 앞두고 있다. 연기 변신 이후에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증이 모이고 있는데, 약간의 스포를 부탁하자 "공명 형의 친구고 수영하는 남자다운 캐릭터다"라고 소개했다. 헬스, 농구, 축구, 클라이밍, 복싱까지 섭렵했다는 자타공인 '헬스 가이' 정건주가 '리바운드'에 이어 보여줄 운동선수 역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건주는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놀자"라는 2025년 신년 목표를 밝혔다. 그는 "진부한 얘기일 수 있는데, 놀 때도 소소한 행복을 다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일할 때는 또 열심히 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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