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인' 임수정에게 찾아온 행운 [인터뷰]
- 입력 2025. 09.02. 15:39:20
-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배우 임수정이 '파인'을 통해 '테토녀'로 변신했다. 새로운 변신에 성공한 그는 연기의 즐거움을 무기로 새로운 도전에 나설 준비를 마쳤다.
임수정
지난달 13일 종영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파인: 촌뜨기들'(이하 '파인')은 1977년, 바다 속에 묻힌 보물선을 차지하기 위해 몰려든 근면성실 생계형 촌뜨기들의 속고 속이는 이야기다.
임수정은 총 11부작이 모두 공개된 뒤 "'파인'이 오랫동안 디즈니+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작품 자체에도 꽤 좋은 반응을 주시고, 출연했던 배우들의 모든 캐릭터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좋아해 주시더라. 제가 연기한 양정숙이라는 캐릭터에 대해서도 많은 얘기를 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파인'은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공개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다. 임수정은 원작 속 양정숙을 보고 더욱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고.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웹툰 원작과 감독님이 각색하신 시리즈 대본을 함께 보고 같이 검토해달라고 요청받았다. 원작은 원작대로 각색은 각색대로 재미있어서 바로 미팅으로 만나자고 했다. 원작 속의 양정숙은 제가 느끼기에 더 악독하고, 무시무시한 면이 많고 틈 하나도 없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감독님께 여쭤봤다. 감독님이 본 양정숙은 어땠는지, 그리고 제가 어떻게 이 캐릭터를 연기하면 될지 물어봤었다. 감독님께서는 기존에 제가 했던 캐릭터에서 영감을 받으셨다기보다는 거친 남자들 앞에서도 기세가 밀리지 않고, 현란하고 논리적인 연변으로 이들을 다 휘어잡는 카리스마와 포스를 원한다고 말하셨다. 그러면 저도 한번 같이 도전을 해보자 싶어 작품에 임하게 됐다."
임수정이 연기한 양정숙은 보물찾기의 자금을 대는 '흥백산업' 천회장(장광)의 새 부인이자 셈에 밝은 인물이다. 치밀한 계산력과 욕망을 동시에 지닌 캐릭터로, 지금까지 임수정이 맡았던 인물들과 완전히 다른 결이었다.
"처음에 1, 2회차 분량을 촬영할 땐 감독님이 '컷'하고 나서 제게 오셔서 눈빛이 아직 착하다고 말하셨다. 저도 이런 역할을 처음 맡다 보니 몰입이 덜 됐었나 보더라. 그래서 대사 톤도 조금 바꿔보고, 포즈도 조금씩 바꿔봤다. 또 헤어, 메이크업, 의상 등으로 외형적인 포스를 더해보기도 했다. 그렇게 감독님과 계속해서 캐릭터를 잘 만들어갔고, 그 뒤부터는 저도 자연스럽게 이 감정에 몰입이 됐다. 나중에는 제가 뭘 해도 감독님이 좋아해 주시더라. 현장에 들어올 때 발걸음부터 다르다고 흐뭇해하셨다. 저도 몰입해서 그 감정을 연기하다보니 목소리 톤이나 일그러지는 표정 근육, 눈빛에서 새로운 부분을 발견해서 너무 재미있었고, 하나하나 차곡차곡 세워가면서 신나게 연기했다."
양정숙을 임수정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도 당연히 있었다. 특히 대사 하나하나에 그 인물을 담아내는 데에 더욱 많은 신경을 썼다고.
"원작이 워낙 튼튼하다 보니 원작 팬들의 기대가 있고, 그들이 원작을 보고 상상한 캐릭터가 있다. 그것도 어느 정도 만족시켜드리고 싶고, 저라는 배우만 할 수 있는 양정숙을 만들고 싶었다. 우리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강렬한 여성 캐릭터의 외형적인 모습이나 연기 스타일이 있는데, 감독님이 제게 제안을 했으니 그걸 원하신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걸 다 끄집어내서 표현해야겠다고 생각을 했고, 다행히 감독님도 그걸 너무 좋아해주셨다. 양정숙의 대사는 수정할 필요 없을 정도로 양정숙의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었다. 그녀의 신념, 사랑관, 욕망, 감정, 시선 등 모든 게 다 들어있다. 대사에 완벽하게 캐릭터가 묘사되어 있었다. 그걸 빠짐없이 대사에서 어떻게 던질 수 있을지 많이 보면서 연구하고 고민했다."
특히 '파인'이 큰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막강한 출연진 라인업에도 있었다. '파인'에는 임수정을 비롟해 류승룡, 양세종, 김의성, 김성오, 홍기준, 장광, 김종수, 우현, 이동휘, 정윤호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모두 출격했다.
"행복하게도 연기 베테랑이자 연기의 신인 선후배들과 함께 작품을 했다. 그러다 보니 저도 저의 능력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물론 저는 거의 서울 팀이라 목포 팀과 직접 만나서 연기하는 장면은 많이 없었지만 자주 소식이 들려왔다. 감독님이 짧은 편집본을 보여주며 얘기도 자주 해주셨다. 편집본들을 보면 기존 대사와 애드리브를 넘나들면서 실존 인물처럼 연기를 하고 계시더라. 그래서 '나도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 '전체 작품의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좋은 배우들과 함께 출연할 수 있어서 큰 행운이었다."
임수정이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한 만큼 '파인'은 그의 배우 인생에서도 큰 의미를 주게 됐다. 그는 "그전에 영화 '거미집'에서 살짝 악역을 했었지만, '파인'에서 제가 제대로 첫 악역, 빌런을 선보였다. 더 다양하게 열린 장르의 다양한 캐릭터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저도 이 부분을 바라게 됐다. 제가 그런 캐릭터를 보여드렸을 때 대중분들도 더 큰 관심을 주시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임수정은 최근 '파인' 뿐만 아니라 20년 전 촬영했던 '미안하다 사랑한다'로도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20주년 기념 웨이브 리마스터링과 tvN 예능 '뿅뿅 지구오락실3'에서의 언급으로 인해 드라마가 역주행한 것. 그는 "이번 계기를 통해서 '미사폐인' 분들은 오랜만에 작품이 언급되니 반가워해주셨다. 저는 '지구오락실3'에서 언급되면서 MZ세대도 이 드라마를 본다길래 정말 고맙고 반가웠다"며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도 아직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그렇다면 '미안하다 사랑한다'가 나온 뒤 '파인'이 나오기까지 배우 임수정의 20년은 어땠을까. 이에 대해 그는 "평소에 인식하고 살지 않으니까 사실 그 시간을 잘 체감하지 못한다. 최근에 꽤 지난 작품이 다시 언급되고 보이니까 '그래도 내가 꾸준히 잘 배우로서 해왔구나' 이런 생각도 들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임수정은 "요즘에는 다시 연기가 재미있다"고 고백했다. 또한 그는 주기적으로 연기의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준 작품들을 '행운'이라고 표현했다.
"20대에는 연기가 너무 재미있고, 제 삶이 연기로 가득했다. 하나하나 필모를 쌓아가는 것도 좋았고, 영화를 하나하나 찍어가면서 연기도 많이 배워가는 게 재미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30대에 청룡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뒤에 온도가 조금 미지근해졌다. 그때는 일에만 몰입하는 게 아니라 개인의 삶에도 밸런스를 맞춰야겠다고 생각해서 일부러 일하는 것에 몰입도를 조금 주고 저 자신을 챙겨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지내다가 다시금 연기가 재미있어져서 활발하게 해볼까 했던 작품이 2019년의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였다. 또 '파인'에서 양정숙을 연기할 때도 스스로도 너무 재미있게 임했더니 잘 담겼고, 그래서 시청자분들도 그걸 느낀 것 같다. 내게 배우라는 직업이 잘 맞았던 건가 다시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고, 계속 재미있게 하고 싶다는 생각도 강해졌다. 앞으로도 10년, 20년 더 흥미로운 캐릭터들 보여주면서 하고 싶다. 이런 식으로 제가 다시 재미를 찾을 수 있는 작품을 만나는 것도 배우로서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적당한 타이밍에 재미를 느끼는 작품이 와준다는 게 정말 감사했다."
연기의 재미를 다시 만난 임수정은 차기작 '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에서 또 새로운 변신을 예고했다. 그는 "요즘에는 이 작품에 몰입이 되어있다. 계속해서 재미있는 작품을 만나는 것도 배우로서 행운인 것 같다. 요즘에는 연기하는 게 정말 재미있어서 다양한 캐릭터와 작품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쉴 틈 없이 달려볼까 하는 마음도 있다"며 연기에 대한 열정과 자신감을 내비쳤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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