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 디자이너’ 도전자의 생존이냐 프로그램의 생존이냐
입력 2013. 01.11. 10:18:33

[매경닷컴 MK패션 김혜선 기자] 바야흐로 오디션의 시대다. 노래, 연기 구분 할 것 없이 저마다 프로의 세계로 가기 위한 발판으로 많은 이들이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하고 있다. 치열하다고 소문난 패션계도 예외는 없는 법.
온스타일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가 시즌4까지 진행된 가운데, 이에 질세라 MBC 에브리원에서는 ‘탑 디자이너’을 선보였다.
10일 첫 방송된 ‘탑 디자이너’는 매회 기계적인 1인 방출과 제한 시간 평가만이 중요한 기존 서바이벌 형식을 지양하고, 실질적인 생산과 연출이 가능한 CEO형 디자이너 능력을 평가해 즐겁고 감동적인 도전자의 성장 과정을 보여주자는 취지에서 출발한 프로그램이다.
이는 국내 3대 패션 공모전 중 하나인 ‘두타 벤처 디자이너 컨퍼런스‘가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새롭게 선보여 방송 전부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첫 전파를 탄 ‘탑 디자이너’의 실체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진부함의 끝이다. 재미도 감동도 없는데다가 시청자를 배려하지 못한 빠른 전개는 백스테이지 만큼이나 정신이 없어 ‘이게 뭔가’라는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1회 ‘탑 디자이너’에서는 18명의 디자이너들이 4차 오디션을 통해 본선 진출자를 가리는 전초전을 보여줬다. 50분 동안 1차부터 3차 오디션까지의 간략한 소개, 4차 오디션 진출자 18명이 남성팀 여성팀으로 나뉘어 2개의 컬렉션으로 진행하는 팀 미션 과정을 한 회에 담아냈다. 동시에 18벌 옷에 대한 심사, 본선진출 탈락자까지 동시에 보여주다 보니 결국 디자이너도 옷도 시청자의 뇌리에 새겨지지 못했다.
CEO형 디자이너를 선발을 표방하는 만큼 그들의 디자인 능력 뿐만 아니라 성격, 스타성을 이끌어내는 등 할 차별화되어야 할 프로그램의 성격이 전혀 드러나지 않아 아쉬움을 자아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탑 디자이너’가 앞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 있다면 패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는 사상 이례적으로 디자이너 이상봉, 홍승완, 최범석, 곽현주, 양지해 등 소위 말해 ‘잘 나간다’는 디자이너 5명이 심사위원을 맡았다는 것이다. 유일하게 프로그램을 집중시키게 했던 부분 역시 그들의 정확하고 진중한 태도, 솔직한 조언과 심사평 뿐이었다.
그러나 이 역시도 탑 디자이너를 제대로 선발해서 잘 키워보겠다는 취지와 조금은 빗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진짜 탑 디자이너’ 5명을 위한 프로그램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도전자들보다 더 돋보였기 때문.
한가지 더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온스타일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솔드아웃’의 MC 윤승아와 별반 차이가 없었던 차예련의 진행이다. 그녀의 얼굴이 예쁘고, 입고 나온 옷이 예쁘지만 그게 전부였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미션에 익숙치 않은 도전자들만큼이나 차예련 역시 낯설어 보였다.
왜 패션 프로그램은 매번 가수 오디션처럼 스타성 있는 디자이너를 발굴해내지 못하는 걸까. ‘케이팝스타’처럼 숨겨진 천재성을 부각시키거나, 슈퍼스타처럼 인간미 넘치는 스토리와 넘치는 저마다의 개성은 찾아보기 힘든지 아쉽기만 하다.
그래도 ‘탑 디자이너’ 2회를 기다리는 이유를 꼽자면, 이제부터 본격적인 합숙에 들어간 최종 12인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심도 있게 보여줄 예정이기 때문. 1회보다 진중하고 차분한 전개로 ‘진짜 탑 디자이너’가 뽑은 ‘새로운 탑 디자이너’를 흥미진진하게 지켜볼 수 있길 기대해본다.
[매경닷컴 MK패션 김혜선 기자 fnews@mkinternet.com / 사진= MBC 에브리원 ‘탑 디자이너’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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