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작가 김상근의 시간여행 ①] ‘자연미인의 전설’ 정윤희, 황금비율 여신 미모에 홍콩스타 성룡도 감탄, 프로포즈까지
- 입력 2013. 01.14. 15:45:31
- [매경닷컴 MK패션] 지난 시대의 수많은 여배우 중 최고 미인을 꼽는다면 단연 정윤희는 첫 자리에 오른다. 1975년 영화 ‘욕망’(감독 이경태)의 주연으로 데뷔한 이래 1985년 은퇴할 때까지 10년간 그는 정상의 자리를 지켰다.
경남 통영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혜화여고를 졸업한 정윤희는 이미 학창시절 부산 경남 일대 최고의 ‘얼짱’으로 남학생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스타 지망생 시절 서울 언니집에서 기숙하던 때 당시 패션 명소 명동에 나가면 “부산 미니스커트 떴다 ~”라며 의상실, 미용실, 화장품가게 직원들이 나와서 구경할 정도로 출중한 미모를 지녔다.명동 길거리에서 우연히 그를 발견하고 영화 출연을 권유한 이경태 감독은 “황금비율의 완벽한 마스크와 작은 키지만 균형 잡힌 몸매가 돋보였다”라며 그의 첫 모습을 기억해냈다. 요즘으로 치면 길거리 캐스팅이었던 셈이다.
유지인(56년생) 장미희(58년생)와 함께 7080 여배우 트로이카 시대를 이끌었던 정윤희(54년생)는 김지미 이후 최고의 미모라는 찬사를 받은 배우였다. 정윤희를 직접 본 남자배우들이 그를 정면으로 쳐다보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하니, 전성기 시절 미모가 어느 정도였는지 집작하고도 남는다.
중앙일보 사진기자 시절 이 사진을 촬영한 사진작가 김상근(씨원스튜디오 대표)은 “짙은 눈썹과 큰 눈망울, 오똑한 코, 도톰한 입술을 가진 도시적이면서도 동양적인 고전미를 두루 갖춘 완벽한 미모를 지닌 배우였다”면서 “얼굴의 세로 비율과 가로 비율이 모두 황금비율이었다”라고 회고한다.
한국 최초로 70mm 촬영기를 발명한 고 장석준 촬영감독은 “정윤희는 어느 각도에서 카메라를 잡아도 될 만큼 완벽한 미모의 소유자였다. 특히 그는 화장을 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가장 아름다웠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의 다큐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MBC 최윤석 PD는 “정윤희는 지금의 아이돌그룹이나 톱 여배우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이들의 판타지와 동경의 대상이었다. 지금까지도 정윤희를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실제로 그의 인터넷 팬클럽 회원은 4천여명에 이른다), 아직도 사람들이 그를 잊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란 질문을 던지고는 “그는 아름다움을 넘어서 신비스럽기까지 했다”고 털어놓았다.
정윤희의 활동은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영화 데뷔에 이어 곧 바로 방송과 광고계에서 러브 콜을 받았다. 동양방송(TBC) 황정태 TV국장은 그를 최고 인기 쇼 프로였던 ‘쇼쇼쇼’의 MC로 발탁했고, 해태제과 등의 CF모델로 크게 환영받았다. 데뷔 첫해에 다양한 분야에서 단번에 정상에 오른 연예인은 정윤희가 처음이다. 그의 타고난 미모와 스타성 때문이었다.
그가 출연한 TV드라마 ‘맏며느리’(TBC), ‘야, 곰례야’(TBC), ‘청실홍실’(TBC) 등도 모두 시청자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정윤희는 ‘임진왜란과 계월향’(임권택 감독), ‘나는 77번 아가씨’(박호태 감독), ‘꽃순이를 아시나요’(정인엽), ‘가을비 우산속에’(석래명), ‘죽음보다 깊은 잠’(김호선), ‘최후의 증인’(이두용) 등 37편의 영화에 출연했으나 연기보다는 미모에 편중된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1980년 제19회 대종상영화제에서 ‘뻐꾸기도 밤에 우는가’(감독 정진우)로, 1981년 같은 영화제에서 ‘앵무새 몸으로 울었다’(감독 정진우)로 2연속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면서 비로소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영화계 최초의 한류스타이기도 하다. 3편까지 출연한 영화 ‘사랑하는 사람아’(감독 장일호)가 대만 홍콩에 수출 상영되면서 현지에 초대돼 국빈급 환영을 받았다. 이 영화는 대만에서 리메이크 되었으며, 이때 정윤희의 매력에 빠진 홍콩스타 성룡이 언론을 통해 프로포즈를 하고, 이를 정윤희가 거절해 한동안 국내외 언론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윤희는 1984년 사업가 조규영씨(중앙산업개발 대표)와 결혼 후 일체의 연예활동을 접고 전업주부로서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2011년 11월 미국 유학중이던 막내아들을 불의의 사고로 잃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그가 대중 앞에 마지막으로 나선 것은 지난 2011년 9월. MBC 한가위특집 ‘우리가 사랑한 여배우-카페 정윤희’(연출 최원석)를 통해서였는데, 아쉽게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목소리만으로 안부를 전해 팬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뛰어난 미모를 타고 태어나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고, 여배우로선 최고의 사랑을 받으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정윤희. 올해 우리 나이로 60살, 내년에 환갑을 맞는다. 사진 속 그를 보면서 새삼 세월의 덧없음을 실감한다.
* 사진작가 김상근은 국제신문과 중앙일보 사진기자 출신으로 현재 ‘씨원스튜디오’의 대표이다. 7080시절 주간지 전성시대에 ‘주간국제’ ‘주간중앙’의 표지 촬영을 전담했던 연예인 전문 사진기자로 유명했다. 당시 그의 카메라 앞에 서지 않은 연예인은 스타가 될 수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돌 정도였다. 그가 지난 시절 촬영했던 작품들을 ‘MK패션’을 위해 30년만에 공개한다. [사진작가 김상근의 시간여행]이란 제목으로 주 2~3회 귀중한 작품들이 독자 여러분을 찾아갈 예정이다. 아낌없는 격려와 관심을 당부한다.
[매경닷컴 MK패션 윤상길 편집위원 fnews@mkinternet.com / 사진=사진작가 김상근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