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선진, “모델은 연예인 데뷔 위한 발판이 아니다”[인터뷰]
- 입력 2013. 01.17. 18:34:05
- [매경닷컴 MK패션 장유미 기자] 큰 키, 매력적인 이목구비를 지닌 모델 겸 배우 이선진은 시선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풍기며 인터뷰장에 들어섰다. 하지만 이내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네고 자신의 이야기를 차분히 풀어가는 모습을 보며 처음 느꼈던 거리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1995년 슈퍼엘리트 모델 선발대회를 통해 대중들 앞에 섰던 그녀는 현재 교수, 사업가, 배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종횡무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친분 있는 모델학과 교수들과 함께 ‘내 아이 모델 몸 만들기’라는 책을 출간, ‘작가’로 새롭게 도전하며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학창시절, 이선진은 평범한 여인으로서의 삶을 꿈꾸던 소녀였다. 어렸을 때 꿈을 물으면 “그냥 엄마가 되는 거예요”라고 대답하던 이선진에게 사람들은 “너는 왜 꿈이 그러니?”라고 되묻기 일쑤였다.
이선진은 “저는 20살이 넘으면 아이를 낳고 평범하게 사는 게 꿈이었어요. 하지만 콤플렉스였던 큰 키가 오히려 제 인생에 커다란 기회를 가져다주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이선진은 모델 모집공고를 보고 자신을 떠올린 한 친구의 제의로 1994년 모델 데뷔를 했다. 관계자의 눈에 띄어 1년 동안 열심히 모델로 활동하던 그녀는 슈퍼모델 출신인 한 모델과 화보 촬영을 하면서 자신도 SBS ‘슈퍼엘리트모델 선발대회’에 도전하겠다고 마음을 먹게 됐다.
이선진은 “촬영하는 동안 저와 슈퍼모델 출신 모델의 대우가 너무나 많이 달랐어요. 제가 지방에서 올라와서 그런지 서울에서 활동하면서 자격지심도 많이 느꼈고 그런 식으로 무시당하는 게 싫었어요. 그래서 저도 슈퍼모델 선발대회에 가서 사람들에게 모델로서 인정받고 싶었어요”라고 전했다.
결국 대회에서 2위로 입상하며 유명 모델 반열에 오른 이선진은 국내외 유명 패션쇼에서 일명 ‘잘나가는’ 모델로 명성을 떨쳤다. 당시 슈퍼모델 선발대회 입상자들은 지금의 오디션 스타들만큼 많은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시기였고 이선진 역시 모델뿐 아니라 연예계 진출로 러브콜을 많이 받았다.
이선진은 “SBS ‘모델’이라는 드라마가 제게 연기자로서의 출발점이 됐어요. 그 때까지만 해도 모델일이 더 좋아서 담당 드라마 감독님의 연기 제의를 여러 차례 거절했었어요. 하지만 드라마를 하게 되면서 연기에 대한 관심도 점점 많아지더라구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선진은 모델과 연기자로서의 스펙트럼을 점차 넓혀가며 매일 바쁜 일상을 보냈지만 2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슬럼프에 빠졌다. 자신의 일을 30대, 40대에도 계속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던 중 한 지인이 대학교 진학을 제안한 것이 계기가 돼 현재 박사과정 수순까지 밟게 됐다.
이선진은 “학교를 가면 또 다른 인생이 생길 수 있고 생각의 전환점을 찾을 수 있지 않겠냐는 지인의 말이 제게 굉장히 와 닿았어요. 그 후 일을 잠시 접고 수능을 준비해 경희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했습니다”라고 전했다. 또 “대학교 3학년 때부터 다시 모델일을 하면서 패션에 대해서도 배워야 겠다는 생각에 의상디자인학도 복수전공했어요”라고 덧붙였다.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칠 때쯤 이선진은 강의를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고 강단에도 서게 됐다. 강의를 할수록 자신의 강의를 통해 학생들의 인생이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질을 높이고 싶었다는 그녀는 끊임없이 배움의 기회를 찾았다.
이선진은 “저처럼 90년대에 한창 활동했던 사람들이 지금은 모두 강단에서 제 2의 인생을 맞고 있어요. 학생들을 위해서 우리들도 계속 배우고 연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2~3년 동안 스터디 모임을 갖고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선진을 비롯해 강신, 김민옥, 이기린, 정재경 등 9명의 스터디 멤버들은 쉬는 시간에도 가르치는 학생들과 아이들에 대한 얘기들을 주고 받았다. 가볍게 주고 받았던 그들의 얘기는 어느덧 하나의 주제로 엮어져 결국 함께 ‘내 아이 모델 몸 만들기’라는 책을 출간하게 됐다.
이선진은 “우리 세대가 모델로 활동할 때보다 지금 세대가 신체적 조건이 훨씬 좋은데 어렸을 때부터 관리가 되지 않는 점들이 안타까웠어요. 아이들이 공부만 하다 보니 척추가 휘어진 경우가 많아 어릴 때부터 엄마들과 함께 스트레칭하면서 체형도 바로 잡고 서로 교감하면 좋을 거란 생각을 했어요”라고 전했다. 또 “이 책은 아이들 몸만 고쳐 주려고 낸 건 아니예요. 스트레칭을 통해 엄마와 서로 교감하는 시간을 늘리면 아이들의 눈빛, 태도, 사람들과의 유대관계도 달라진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거예요”라고 덧붙였다.
이번 책은 공동 집필진이 1년 반 동안 올바른 자세, 워킹, 식단 등에 대한 자신의 의견들을 모아 토의과정을 통해 절충한 내용들을 토대로 구성됐다. 총 6파트로 이뤄진 이 책은 모델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도 수록해 어린 모델 지망생들에게도 좋은 길잡이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선진은 “저는 모델 지망생들에게 모델은 연예인이 되기 위한 발판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시키고 싶어요. 그런데 신인 모델 중에 그렇게 생각하고 오는 경우가 많아요. 완전 다른 분야이기 때문에 다들 오해하고 연예인이 되고 싶어 모델을 시작할 때가 있어요”라고 의견을 밝혔다. 또 "모델은 패션을 제대로 알고 왜 그 옷을 내게 입혀줬는지 이해하고 입혀준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어야 한다"며 “워킹만 잘해서는 좋은 모델이 될 수 없어요. 그래서 패션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모델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을 지니고 있는 ‘이선진’. 마지막으로 그녀는 모델이 패션의 한 축으로 당당히 인정받을 수 있도록 많은 매체들이 힘써주기를 당부하며 인터뷰장을 나섰다. 올해부터 방송과 연기자로서도 활발하게 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라는 열정적인 이선진의 행보에 벌써부터 기대가 커진다.
[매경닷컴 MK패션 장유미 기자 fnews@mkinternet.com/사진=송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