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수, “스타일리시하다구요? 느낌대로 입을 뿐” [인터뷰]
입력 2013. 01.21. 13:27:19
[매경닷컴 MK패션 김희선 기자] 바쁘긴 바쁜가보다. 인터뷰요청 후 그를 직접 만나기까지 꽤 걸렸다. 지난 8일 개봉한 영화 ‘마이 리틀 히어로(감독 김성훈, 제작 초이스컷픽쳐스)’ 무대인사일정이 끝난 후에야 비로소 마주한, 정말 긴 남자 이광수.
“저, 빈티지 매니아예요. 번듯하게 갖춰 입는 것보다 여러 아이템을 레이어드해서 치렁치렁하면서도 따뜻해 보이는 룩을 좋아해요.”
한마디 나눴을 뿐인데 자기만의 스타일이 느껴진다. 어릴 때부터 이 옷 저 옷 걸쳐보고 꾸미는 걸 좋아했던 그는 모델 출신답게 ‘옷빨’도 뛰어나다. ‘런닝맨’의 유니폼도 그가 입으면 썩 괜찮다.
주로 홍대나 가로수길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옷 사기를 즐기지만 예전에는 광장시장, 풍문시장에 겹겹이 쌓여있는 옷들 속에서 예쁘고 특이한, 쉽게 구할 수 없는 옷들을 찾곤 했다고.
웬만한 팬츠는 입으면 바로 짧아지는 190cm의 키. 자연스럽게 그가 옷 입을 때 힘을 주게 되는 아이템이 바로 양말인데, 알록달록한 컬러에 튀는 무늬도 물론 오케이다. 그리고 가장 흔하지만 아무한테나 어울리지 않는다는 ‘청바지에 흰 티셔츠’를 제일 좋아한다. 입었을 때 가장 깔끔해 보이기 때문이라고. 그러고 보니 오늘 입은 이너웨어도 하얀색이다. 스타일리스트와 상의했다고는 하지만 옷에 관한 주장만큼은 정말 확실하다는 스탭의 귀띔이 떠오른다.
“특히 청바지가 많아요. 같은 청바지라도 워싱이나 핏이 조금씩 다르잖아요. 약간 스키니한 핏을 좋아하고 바지도 조금씩 짧게 입어요. 하긴 길게 입으려고 해도 그럴 수가 없긴 하죠. 하하. 살짝 짧은 바지 아래로 양말이 보이면서 운동화나 로퍼를 신은 모습이 멋져 보여요.”
‘우월한 기럭지’ 덕분에 기성복이 짧은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해외브랜드 제품도 많아 크게 불편하진 않은 정도다. 별명이 ‘기린’일 정도로 큰 키에 마른 몸. 본인은 어떻게 생각할까?
“전 제 몸이 좋아요. 물론 저도 먹으면 살찌니까 운동해요. 저보고 살 좀 찌라는 분도 많은데, 살이 쪄야 되는 상황이 오면 찌우면 되고 전 지금의 제 모습에 만족해요. 콤플렉스요? 글쎄요... 제가 완벽해서가 아니라 저 스스로에게 관대한 편이라 싫거나 바꾸고 싶은 부분은 특별히 없네요.”
피부 관리는 기초적인 로션을 챙겨 바르는 정도. 피부보다 관심을 쏟는 부분은 헤어스타일로, 옷이 무난하면 특이하게, 튀는 옷을 입을 땐 평범하게 또는 모자나 안경으로 조화를 맞춘다.
이렇게 확실한 자기스타일을 가진 그도 한때는 유행에 열광하고 휩쓸렸다. 통바지가 유행하던 시절, 바지통이 클수록 멋있다고 생각해 사람이 들어갈 정도로 통이 넓은 바지를 입기도 했다고.
“물론 어릴 때 얘기예요. 지금은 멋있게 옷 입은 사람이나 근사한 착장을 보면 그대로 따라하지는 않아요. 여기서는 이것, 저기서는 또 이것 이렇게 기억해뒀다가 제가 입을 때 응용하지요. 옷을 입을 때 남이 봐서 예쁜 것도 물론 좋지만 결국엔 자기만족이잖아요. 아무리 멋진 스타일을 만나도 똑같은 옷이 있는 것도 아니고 똑같이 입을 수도 없고, 똑같이 입는다고 해서 그 느낌이 그대로 나는 것도 아니니까. 결국 전 제 느낌대로 섞어 입을 때 제일 만족스러워요.”
어떻게 돌려 물어도 대답은 똑같다. 내가 좋고 내 스타일이 좋으니 여간해서는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 의상협찬이 많은 방송계의 특성 상 같은 옷을 입은 연예인을 만나는 일도 있을 터. 흔하진 않지만 그런 경우에도 함께 입는 옷을 다르게 매치하면 새로운 느낌으로 완성되니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다.
매주 ‘런닝맨’을 통해 배신의 아이콘과 부실체력으로 재미를 선사해 온 그가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착한 남자’에서 선보인 진지한 연기는 신선하면서도 어색했던 것이 사실.
“아무래도 극 초반에는 새로운 캐릭터에 100퍼센트 몰입하기가 힘들잖아요. 그래서 두 프로그램의 의상이나 헤어스타일, 메이크업 모두 조금씩 다르게 했어요. 몰입하기 힘들었다는 시청자도 계시지만 점점 ‘이광수가 맡으면 믿을 수 있다’고 여길 정도로 신뢰가 가고 유연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누구에게나 친근하고 편안한 그런 배우요.”
그의 꿈이 그것이라면 이미 반 이상은 이룬 듯하다. 어린이들에게 뽀로로 이상의 인기를 얻고 있으니 말이다.
짧은 문장으로 수줍게 이어가던 이광수의 화법. 그럼에도 그가 빛나 보였던 건 스타일에 대한 확실한 신념이 있기 때문이다. 남을 따라하는 일 따윈 없고 본인만의 스타일대로 다양하게 시도해보는 자세야말로 패셔니스타가 가져야 할 덕목이 아닐까. 아, 물론 그에게도 맘에 들지 않던 스타일이 있었으니 바로 ‘지붕 뚫고 하이킥’ 속 삼각김밥머리! 덕분에 유명해지긴 했지만 다시 하라면 그 정도로는 안할 거라고. 이미 대세남이 되어버린 그가 그렇게까지 망가질 일은 없을 듯하다.
[매경닷컴 MK패션 김희선 기자 fnews@mkinternet.com/사진=송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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