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비로운 여인 금보라, 30년 세월도 비껴간 미모 [사진작가 김상근의 시간여행 ④]
- 입력 2013. 01.22. 15:05:04
- [매경닷컴 MK패션 안소리 기자] 사진 속의 한 소녀. 신비롭다. 인형처럼 작은 얼굴에 뚜렷한 이목구비, 소녀답지 않은 고혹적인 표정으로 눈을 내리깔고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다. ‘사진작가 김상근의 시간여행’ 네 번째 주인공 금보라다. 30여년 세월이 지나도 여신 미모 그대로다.
‘소녀’가 가진 이미지는 옛날부터 많은 남성들의 이상형이었고, 로망이 되어왔다. 하얗고 갸름한 얼굴 속에 수줍은 미소, 길고 검은 머리에 가느다란 어깨라인까지. 연예계는 이런 남성들의 욕망을 충족시켜줄 스타를 끊임없이 만들어 냈다. 80년대까지만 해도 순종적이고 가녀린, 희생적인 운명을 가진 미인들이 남성들의 이상형으로 영상작품에 표현됐다.순수하면서도 도발적인 마스크의 소유자인 금보라의 등장은 영상작가들의 예술혼을 자극했고, 연예계의 눈과 귀가 모아졌다.
‘성형수술’이라는 단어조차 대중화되지 않던 시절, 서구적인 윤곽에 동양적인 곡선으로 가녀림과 고혹적인 매력을 동시에 발산했던 그는 어느 화보든 광고이든, 포토그래퍼보다 모델인 자신이 현장을 주도하는 탁월한 재능을 지녔다. 이른바 ‘완벽 모델’이기를 원했다.
사진 속 금보라는 한쪽 어깨를 드러낸 하얀 드레스를 입고, 날씬하고 곧은 다리를 내놓은 채 한 점을 응시하고 있다. 우거진 숲을 배경으로 풀밭에 앉아있는 그의 자태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엘프의 모습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금보라는 1963년생, 올해 우리 나이로 51살, 본명은 손미자다. 1979년 영화진흥공사(현 영화진흥위원회)의 신인배우 공모에 뽑혀 1980년 김수용 감독의 영화 ‘물보라’로 데뷔, 그해 이 작품으로 대종상 신인여우상을 수상하여 주목받았다.
영화 ‘물보라’는 한 시골 어촌 마을을 배경으로 인간의 원초적인 욕구와 본능을 사실적이고 세밀하게 그려냈다. 예술적 완성도가 뛰어나, 영화학 전공 학생들의 교과서로 꼽힌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한국영화’에 선정된 작품이기도 하다.
스크린 데뷔 1년 만에 금보라는 TV 드라마로 활동 주 무대를 옮긴다. 1981년 KBS1 광복 36주년 기념 특집극 ‘코리아 환상곡'을 통해서였다. 고 안익태 선생의 일대기를 그린 이 드라마에서 금보라는 젊은 안익태(강태기 분)의 애인 박순심을 연기해 호평을 받았다. 이후 그는 수많은 드라마에서 주역을 맡으며 당대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연출자들은 순박한 이미지의 소유자지만 영화에 들어가는 순간 자신의 맡은 역을 완벽하게 해내는 똑 부러지는 그에게 끌릴 수밖에 없었다.
결혼과 함께 잠시 연기생활을 접기도 했었던 금보라는 지난 33년의 배우생활을 통해 15편의 영화와 40여편의 TV 드라마에서 개성 강한 연기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영화 대표작으로는 ‘물보라’를 비롯해 ‘장사의 꿈’,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도시로 간 처녀’ 등이 있고, TV 드라마 ‘왕십리’, ‘임이여 임일레라’, ‘내 인생의 단비’, ‘대장금’, ‘여우와 솜사탕’ 등이 있다.
금보라는 최근 방송이 종료된 MBC 주말드라마 ‘메이퀸’에서 애절한 모정을 연기해 화제가 된 바 있다, 극 중 ‘천해주(한지혜 분)'의 새어머니 ‘조달순' 역을 연기한 그는 해주가 성인이 된 시점부터 개과천선의 모습을 보여줘 자신의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진정한 모정을 느끼는 극 중 인물의 변화를 섬세하고도 진정성 있게 표현해 많은 시청자들의 눈물을 자아냈다.
지천명의 나이에도 여전한 고전미와 극 중 캐릭터에 대한 높은 몰입도로 아직도 많은 연출가들의 러브콜을 받는 금보라. 얼굴만 가지고, 유명세만으로 연기하는 많은 후배들에게 그의 연기에 대한 열정과 집념은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
[매경닷컴 MK패션 안소리 기자fnews@mkinternet.com/사진=사진작가 김상근, 금보라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