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델계의 한류스타 박지혜를 만나다 (2) [인터뷰]
- 입력 2013. 01.24. 19:34:06
[매경닷컴 MK패션 김혜선 기자] 2012년 9월 2013 S/S 컬렉션으로 해외무대에 첫 데뷔를 마친 모델 박지혜는 해외에서 “지”, “지 하이” 혹은 “지혜박”이라고 다양하게 불린다.
해외 30여개 컬렉션 무대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지 2달도 채 안돼서 그는 자신의 두 번째 시즌 해외진출을 위해 다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오는 2월에 열릴 2013 F/W 컬렉션을 통해 지난 시즌 만큼이나 두드러진 활약을 펼칠 것으로 패션계는 박지혜에게 기대를 모으고 있다.모델계의 한류로 불리는 그는 도대체 어떻게 해서 국.내외에서 가장 주목받는 모델로 우뚝 서게 된 것일까. 그의 모델 입문기는 생각보다 평범하면서도 더뎠다.
“고등학교 시절 우연히 TV에서 나온 컬렉션 장면을 보고 막연하게 모델이 되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모델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도 모른 채 막연히 모델학과를 지원했다. 막상 합격 하니 부모님 없이 혼자 서울서 살아야 된다는 어린 마음에 두려움이 컸고 결국 대학 등록을 포기하고 건축학을 전공하게 됐다”
하지만 박지혜는 공대생으로 1년도 채 다니기 전에 ‘이건 아니다’ 싶다는 생각에 모델로 길을 걷기 시작했다. 모델 아카데미를 다니며 조금씩 잡지, 쇼, 광고 등 많은 일을 하기 시작한 것. 그는 어느덧 6년차 모델이다. 그런 그도 일이 없어서 모델 일이 아닌 전혀 다른 분야의 아르바이트를 한 적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일이 들어와도 수입도 적었고 심지어 일도 참 없었다. 후배 모델 중에도 이런 생활고를 겪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 당시에 난 ‘과연 이 일을 계속 해야 할까’ 고민도 했었다. 그래도 후회하지 않고 미련이 남지 않게끔 노력해보자 결심했다. 26살까지만 노력해보자고 마음 먹었다. 그런데 지금이 그 나이가 됐다. 말이 씨가 됐다. 정말 꿈대로 이뤘다”
“내 모토가 ‘enjoy’다. 데뷔 이후 일이 안 풀릴 때도 몇 년이나 있었다. 갑자기 일이 잘 풀렸던 시기를 돌이켜 보면 즐기기 시작해서 그런 것 같다. 즐기려는 자세로 일하다 보니 점점 마인드 컨트롤도 잘 되고 힘든 일도 아무렇지 않게 되더라. 또 ‘자신감’도 한 몫 하는 것 같다. 사람이 빛나 보일 때 소위 ‘물 올랐다’고 하는 건 자신감 있는 행동에서부터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이런 당당한 내 모습을 외국에서도 참 좋아하더라”
박지혜는 마인드 컨트롤 외에도 모델로서의 장점이나 해외 진출을 할 수 있었던 자신만의 비결에 대해 묻자 조심스럽고 겸손하게 대답했다.
“키가 크다. 179cm. 국내 모델 중에서도 드물긴 하지만 해외에서도 큰 키다. 그래서 키만큼은 서양모델들 사이에서 주눅들지 않고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체구도 가녀린 편이라고 몸이 실제보다 길어 보인다. 그래도 캐스팅 갈 때 서양 모델들에 비해 왜소해 보이지 않게 옷을 많이 껴입기도 했다”
박지혜는 정말 욕심처럼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갔다. 26세라는 모델로서는 적지 않은 나이에 지금이 아니면 해외를 못 갈 것 같다는 생각에 지난 가을 마음을 크게 먹은 것이다. 그는 스스로도 해외 진출을 신기하게 여겼다.
“사실 처음에는 모델로 데뷔만 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일을 하면서 조금씩 욕심이 생겼다. 초반에 잘 안 풀린 편이라 ‘화보 촬영 한번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었고, 그 다음은 ‘쇼에 한번만 서보고 싶다’ 그 다음은 ‘광고 하나만’ 이렇게. 결국 해외진출에 대한 꿈도 꾸기 시작하다보니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동양인 모델 섭외를 잘 안하기로 유명한 이자벨 마랑 쇼에서 박지혜는 당당히 런웨이를 걸었다. 그동안 중국 모델 리우웬이 차지했던 단 한자리를 그가 꿰찬 것이다.
“이자벨 마랑 쇼의 캐스팅 디렉터가 동양의 칼리클로스 같다고 말했었다. 내가 이제껏 들어본 칭찬 중 가장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꿈같은 해외 진출에는 이런 핑크빛 에피소드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누구보다 즐기며 지난 시즌을 보냈던 그지만, 국내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해외무대의 고충은 있었다. 그의 해외진출 첫 번째 난제는 바로 캐스팅이었다.
“한국과 달리 캐스팅이 너무 힘들다. 쇼를 하는 것보다 캐스팅을 다니는 게 스트레스다. 정말 많으면 하루에도 18곳의 캐스팅을 보러 다닌다. 한국에서는 한 번도 그래본 적이 없다. 그래도 캐스팅 기간이 지나면 무대에 설 기회조차 없기 때문에 열심히 다닐 수밖에 없다”
박지혜는 너무 빡빡한 스케줄 때문에 실제로 캐스팅조차 못 본 경험도 털어놨다.
“파리에서 ‘이건 정말 나의 인연이 아니다’ 싶을 만큼 캐스팅 기회를 놓친 적이 많다. 드라이버가 다른 쇼장으로 데려다 준 경우도 있고, 부커(캐스팅 스케쥴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매니저)와 내가 실수한 경우도 있다. 캐스팅을 보러 우여곡절 끝에 찾아간 적도 있지만 캐스팅을 보지 못해 허무해 한 적도 여러 번이다”
캐스팅이 워낙 힘들다 보니 오히려 쇼가 쉽게 느껴진다고. 한국은 1차 2차, 최종 리허설을 하느라 아침부터 대기를 해야 하지만 해외 쇼는 시작하기 3~4시간 전에 헤어 메이크업을 하기 때문. 옷은 무대 위에 서기 전에 입어보지도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래도 3개월간 뉴욕, 런던, 밀라노, 파리를 다니면 힘들게 당연할 터.
“한 달 동안 4대 컬렉션을 다닌다. 지난 시즌이 처음이라 ‘아 그냥 이런가 보다’라고 받아드렸다. 그런데 볼이 쏙 들어갈 만큼 살이 정말 많이 빠졌다. 내 인생에 이렇게 살이 빠질 때도 있구나 싶을 만큼. 정말 바쁘고 힘든 스케줄이었다. 계속 짐을 싸고 풀고 또 싸는 것도 그렇고. 그나마 일이 재밌어서 견딜 수 있었다”
또 다른 해외 진출의 난제인 ‘의사소통’도 박지혜는 박지혜답게 해결해 나아갔다. 그는 외국어 공부도 중요하지만 대화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부터 없애려고 한창 노력했다.
“막상 나가고 보니 잘 안 들릴 때도 있더라. 노력을 했지만 현지 모델과 동양 모델들의 의사소통이 완벽하진 않다. 그래도 난 창피해하지 않는다. ‘영어 잘 모르는데 천천히 말하면 잘 안다’고 솔직하게 말하기도 했다. 지금은 에이전시에서 과외를 해주지만 개인적으로 알아보고 공부를 계속 하고 있다”
인터뷰를 통해 박지혜는 앞으로 월드 와이드 캠페인과 뷰티 모델로도 활약하며 세계 모델 랭킹 순위안에 들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지금 쯤 뉴욕에서 캐스팅을 보러 바삐 뛰고 있을 박지혜. 그는 데뷔 시즌 자신의 모습과 같은 전세계 수백명의 뉴페이스 모델친구들과 경쟁을 하고 있을 터. 그 속에서도 인터뷰 내내 보여줬던 밝은 모습과 일을 즐길 줄 아는 마인드로 지난 시즌 못지 않은 맹활약을 펼치길 기대해본다.
[매경닷컴 MK패션 김혜선 기자 fnews@mkinternet.com / 사진= 송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