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갈을 뛰어넘을 수 있었던, 우리가 잃어버린 천재화가 변월룡 [헬레나의 그림이야기 ④]
입력 2013. 02.06. 09:00:59
‘색채의 마술사’라 불리는 러시아 화가 샤갈을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아요. 아름다운 색감으로, 보는 이들의 눈을 간지럽게 했던 러시아 화가 샤갈을 아시죠?
‘봄의 제전’이라는 전시 제목으로 서울의 오페라 갤러리에서 샤갈, 피카소, 달리, 뷔페, 르네 마그리트 등 20세기에 파리로 모인 천재 예술가들의 봄의 생명력을 담은 회화와 조각 총 60여 점이 3월 말부터 한 달간 전시된다고 해요. 이번 오페라 갤러리의 마스터피스 콜렉션 전에서 샤갈을 비롯한 현대 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만나보며 봄의 기운을 만끽하면, 마냥 따뜻하진 않은 봄 날씨 속에서도 따뜻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네요.
‘버찌 꽃’이라는 제목이 붙여진 작품에서, 샤갈은 오랜 연인이자 결혼 상대였던 ‘벨라’라는 여인과 행복했던 나날들을 보냈을 때의 행복했던 순간 속에서, ‘꽃’을 자신이 사랑하던 그녀로 표현했다고 해요. 형태가 사실적으로 표현되진 않았지만, 풍경과 어우러지는 정물이 정말 아름답죠? 그림을 실물로 보면 더욱 아름다울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아름다운 작품을 남긴 샤갈에 버금가는 한국인 화가가 있었다고 해요. 바로 ‘변월룡’이라는 한국인 최초의 미술학 박사이자 사실주의 작가랍니다. 이중섭과 더불어 한국 미술계의 신화가 될 수 있었던 변월룡에 대해, 같이 한 번 알아볼까요?
비운의 천재이자 고국에 대한 향수를 품고 살았던 인물화의 대가
작년에 발간된 책 ‘우리가 잃어버린 천재화가 변월룡’ (문영대 著, 컬처그라퍼 발간, 2012년)에 따르면, 변월룡은 샤갈도 입학하지 못했던 러시아 최고 명문인 레핀 미술대학에서 수학했고, 그 곳에서 35년 동안 교수로 재직했다고 해요. 그가 그린 무용가 최승희의 작품을 보면 알 수 있듯, 인물에 대한 사실적 묘사가 매우 뛰어나죠? 이렇듯 천부적인 재능과 감각에 노력까지 더해져, 러시아에서 재능을 인정받았던 그는 정작 자신이 너무나도 그리워했던 한국에서는 조명을 받지 못했어요. 영구 귀화를 거부했단 이유로 북한에서는 제명을 당했고, 남한 미술계에서는 그의 존재에 관해서도 알지 못했다고 하니 너무나도 안타까운 사실입니다.
수많은 한국인들의 인물화를 그린 그는,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한국 인물들을 그림으로 그리면서 달랬을 거라는 느낌이 들어요. ‘그린다’는 말은 ‘그리워하다’는 말과도 비슷한 어감이 있죠? 변월룡은 정말 한국을 그리워했기 때문에 한국 인물들을 많이 그렸고, 또 한국인이 가장 다루기 좋아하는 소재인 소나무를 즐겨 그렸다고 해요. 해외여행을 가면 다 애국자가 된다고 하는데, 여행이 아니라 자의에 반하여 고국을 떠나있을 수밖에 없었던 변월룡은 정말 한국을 사랑했던 사람이었음이 느껴져요.
그런데 이렇듯 한국을 사랑했던 위대한 화가 변월룡이, 많은 한국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안타깝지 않을 수 없어요. 같은 해인 1916년에 태어난 이중섭은 국민적인 화가로 사후에도 그 명성이 자자하지만, 러시아에서 주로 활동했기에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천재 화가인 변월룡은, 한국 근현대 서양미술의 계보 속에서 기초를 굳건히 만들어 줬던 인물이기에 지금이라도 그의 존재와 작품들이 대중에게 부각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한국인의 정체성을 고집했던, ‘한국의 렘브란트’라 불려도 손색이 없었던 변월룡
변월룡이 러시아에서 살았던 이유는, 연해주에서 이주민의 자손으로 태어났기 때문이라고 해요. 그렇지만 그는 죽을 때 까지, 그리고 죽은 이후에도 비석에 자기 이름을 한국어로 새겨 달라고 했던 만큼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가지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의 삶 속의 한국은, 그에게 따뜻하지 않았으니 얼마나 많은 괴로움이 있었을까요.
변월룡의 작품 중 ‘레닌’을 그려낸 동판화는, 그가 가장 존경했던 화가인 렘브란트의 작품과 비교해도 그 우수성이 떨어지지 않을 만큼 정교해서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어요. 이렇듯 그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작품들은, 보는 사람들을 감탄하게 하고 ‘한국에도 이런 화가가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고 있어요. 요즘엔 ‘싸이’같은 가수들이 해외에서 활동하는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변월룡 역시 한국 화가로 해외에서 많은 각광을 받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대중이 그 가치를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습니다.
다행히 ‘우리가 잃어버린 천재화가 변월룡’과 같은 책을 쓰신 변월룡 미술연구소 문영대 소장님과 같은 분들이 있기에, 그의 존재가 대중에게 알려질 수 있단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제가 한국의 많은 화가 분들을 만나서 그 분들의 작품 세계를 대중에게 알리는 역할을 할 테지만, 그 이전에 이 글을 읽는 분들이 한국 화가들에 대해 많이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 분들께는, 굳이 자기 작품을 사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본인의 작업에 관심을 보이는 것도 큰 힘이 된답니다. 다음 편에서는 현존하는 신진 작가 한 분을 여러분께 소개하도록 할게요.
글: 헬레나 (문화예술 칼럼니스트) faithmyth@hanmail.net blog.daum.net/faithmy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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