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김성희, 뉴욕에서 별을 쏘다 [인터뷰]
입력 2013. 02.07. 17:38:16

[매경닷컴 MK패션 김혜선 기자] 전세계가 한국 모델을 주목하고 있다. 뉴욕의 문화예술사이트 ‘컬처비트’가 7일부터 시작되는 뉴욕 패션위크에서 주목할 만한 신인으로 선정한 10명안에 한국인의 이름이 3명이나 오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 중심에 모델 김성희가 있다.
해외진출을 1세대로 알려진 송경아, 한혜진, 혜박, 이현이에 이어 2세대 해외진출 모델로서 김성희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는 2012년 뉴욕 데뷔 시즌부터 마크바이 마크 제이콥스, 3.1 필립림 등 20여개 패션쇼 무대에 오르는 등 해외진출의 청신호를 알렸다. 뿐만 아니라 김성희는 베네통, 세로라 등 패션과 뷰티를 넘나들며 계속해서 글로벌 모델로도 성장 중이다.
사실 김성희는 지난 2007년 방영된 Mnet ‘I AM A MODEL 3’에서 최종 2인의 우승후보에 올랐었던 인물이기도 하다. 국내의 한 오디션 프로그램 속 우승후보로 시작해 전 세계가 주목하는 톱모델이 되기까지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모델 데뷔 전 김성희는 계원예고 졸업 후 한양대 무용과를 진학했을 만큼 전형적인 발레리나의 길을 걸어왔다. 대학 진학 후 진로와 적성,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했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신청한 모델 오디션 프로그램‘I AM A MODEL 3’에 출연한 후 삶이 변하기 시작했다.
“대학교 2학년 때 지인의 추천으로 얼떨결에 오디션에 참여하게 됐다. 오디션 당시 나도, 부모님도 10년 동안 해왔던 발레를 그만둬야 한다는 생각에 고민이 많았다. 지금은 무사히 대학도 졸업했고, 모델로서도 해외진출을 하게 되면서 제2의 인생이 펼쳐친 것 같아 행복하다.”
남다르게 모델계에 입문한 김성희는 약 5년간의 국내활동에 안주하지 않고 해외활동에도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현재 그는 뉴욕은 3번째, 유럽은 2번째 시즌을 위해 해외에 지내고 있다.
“사실 모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해외진출을 꿈꿀 것이라 생각한다. 나도 그 중 한명이었다. 시도조차 못해보면 아쉬울 것 같은 마음에 친구인 모델 이혜승과 매니저, 그리고 나까지 단 3명이서 해외 에이전시 미팅을 다니기 시작했다.”

김성희는 코코 로샤 등이 소속된 모델 에이전시 ‘윌레미나’와 2011년 여름 계약을 하고 작년 이맘쯤인 2012년 1월부터 해외 컬렉션 무대에 등장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해외 활동이 마냥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해외진출을 하겠다고 처음 마음먹었을 때는 기대도 했지만 걱정도 많이 했다. 에이전시 계약 후 뉴욕에서 혼자 2주 정도 지내며 타지 생활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 사실 교통, 음식 등 낯선 환경에 대한 걱정이 많았지 모델로서 해외활동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처음 부딪히기 전이 두렵지, 막상 지내보니까 괜찮더라.”
일반적으로 모델들은 패션위크 기간 동안 무대에 올라 이름을 알리고 캠페인 광고에 캐스팅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모델 김성희는 그 반대였다. 유럽 컬렉션 무대에 오르기도 전에 글로벌 캠페인 광고촬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동양인 최초로 ‘미우미우’ 광고에 캐스팅 된것도 바로 이때다.
“처음에는 광고를 찍게 됐다는 소식에 기뻐했다. 그런데 촬영 전날 포토그래퍼가 스티븐 마이젤이라는 얘기에 긴장감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제시카 스탐을 비롯해 함께 촬영한 유명 모델들은 서로 친한 사이인지라 나 혼자 왕따처럼 낯설어 할 것이라 걱정했다.”

김성희의 이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카메라 앞과 무대 위에서 강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다른 모델들과도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촬영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나중에 캠페인 촬영한 결과물을 보고 참 신기했다. 해외 유명 매거진에 내 얼굴이 나온 걸 봤을 때 정말 묘했다. 아직까지도 동양인 최초라는 타이틀이 부담으로 느껴지지 않을 만큼 해외 진출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주변에서 말해주면 ‘아 내가 그런가’라고 얼떨떨할 뿐이다.”
해외 진출 후 김성희에게 가장 기억남는 에피소드는 무엇일까. 그는 여러 무대에서 세계적인 모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도 좋지만 그 안에서 인종과 선입견 없이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은 사례를 이야기했다.
“토리버치 쇼 캐스팅을 갔을 때다. 캐스팅을 가면 대부분 모델 워킹을 보고 디자이너, 스타일리스트가 마음에 안들 경우 정중하게 “thank you”라고 말하며 캐스팅을 거절한다. 유명 모델이나 마음에 드는 모델의 경우에는 그 후 옷을 입혀본다. 당시 나는 첫 시즌이었는데 워킹을 보지 않고 바로 옷을 입어보라고 하더라. 정말 기분이 좋았다.”

김성희를 비롯해 최근 패션계에서는 동양 모델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과거에는 50명 중 1~2명이 아시아 모델이었다면 요즘은 50중에 10명 꼴로 아시아 모델을 찾아볼 수 있다. 그 10명 중 9명이 중국 모델, 나머지 1명 속에 김성희가 속한다. 이렇게 아시아 모델 파워가 커지고있지만 여전히 해외 무대에서 동양 모델에 대한 텃새는 존재한다.
“그들이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자국어를 쓰면서 시선은 나를 위 아래로 훑어 볼 때 분명 내 얘기를 한다는 걸 느낀다. 하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디자이너나 캐스팅 디렉터들도 그동안 동양인 모델을 검정머리 백옥피부, 찢어진 눈과 같은 하나의 이미지로만 치부했었는데 이제는 모델 각각의 개성을 알아보는 것 같다. 여전히 한국인 모델은 소수지만 그래도 동양인 파워가 점점 세지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은 좋다.”
지금쯤 뉴욕패션위크로 한창 바삐 움직이고 있을 김성희는 마지막으로 해외 진출 사실에 연연해하지 않고 앞으로의 더 큰 포부를 밝혔다.
“해외진출만해도 좋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진출을 하고 나니 또 욕심이 난다. 이제까지 안 서봤던 쇼는 다 하고 싶다. 샤넬, 발망 등등. 비록 모델 수명이 짧지만 내가 할 수 있는 한, 이 일을 끝까지 하고 싶다.”
[매경닷컴 MK패션 김혜선 기자 fnews@mkinternet.com / 사진= 송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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