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가지 색의 향연, 조성경을 만나다 [인터뷰]
- 입력 2013. 02.08. 09:04:44
- [매경닷컴 MK패션 김희선 기자] 지난 1월 31일부터 일주일간 서울 청담동 박여숙화랑에서 열린 패션사진전 ‘12색계(色界)’ 현장에서 크리에이티브 디자이너 조성경을 만났다.
1993년 ‘카시아 조’를 런칭하며 패션계에 데뷔한 이후 브랜드 ‘라튈(Latulle)’로 활동해 온 조성경. 레이스와 핑크로 상징되는 그의 의상은 클래식, 로맨틱 무드를 기본으로 여성성을 표현하는 콘셉트로 발전돼 왔다.“전시가 열린 일주일 동안 정신없었지만 정말 재밌었어요. 그동안 일해 오면서 제가 특히 자신 있던 분야가 ‘컬러 플레이’예요. 저의 20년을 담아내기로 결심하자 자연스럽게 주제는 ‘컬러’로 정해졌고, 목나정이 촬영한 배우들의 포트레이트 12점, 12색의 실과 제 블랙 풀오버에서 영감을 받은 작가 김수의 설치작품, 프로듀서 백승의 음악과 함께한 동영상, 그리고 제 미공개 패션제품으로 전시공간을 채웠죠.”
전시를 위해 그는 12가지 색상을 니트로 표현했다. 그는 털실이라는 아날로그적 소재에 과감한 12색상과 지퍼를 활용한 독특한 형태로 현대적인 패션을 제시했다. 전시의 기본이 된 컬러플 니트는 패션에 대한 그녀의 키워드인 ‘클래식, 로맨틱, 아날로그, 컨템포러리, 페미니니티, 그리고 행복’ 등과 연결된다. 모두 지난 20년을 갈무리하고자 했을 때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들이다.
선정된 12가지 컬러의 니트 의상은 각각의 색과 가장 어울리는 배우와 만나 생명을 부여받은 듯 살아났다. 그동안 드라마와 영화 속에서 그의 의상을 입었던 배우들이 선뜻 카메라 앞에 서주었다. 모두 즐겁게 참여해서 힘들진 않았지만 각각의 바쁜 스케줄을 맞추기가 어려웠다고.
“초대장 메인을 장식한 김현주의 의상이 제일 애착이 가요. 달콤하면서 럭셔리한 마카롱블루 의상을 입었는데 물론 의상도 잘 나왔지만 찍는 내내 한 컷 한 컷 만족스러워 A컷을 고르기가 쉽지 않던걸요. 유승호가 입은 그래픽블랙 작품도 맘에 들어요. 삐딱하지만 꿈꾸는 소년의 눈빛을 보여 달라던 포토그래퍼의 요구를 몇 분 만에 완성해내 저희도 무척 놀랐죠.”
패션과 사진, 아트가 어우러진 전시장 내에서도 특히 재밌던 것은 구두들 사이에 놓인 푯말. 무심히 지나칠 뻔 한 안내판에는 “TOUCH PLEASE"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직접 신어보고 만져보고 들어보면서 평소 경험하지 못한 컬러를 즐기는 게 관전 포인트였다는 설명. 모든 작품의 시각적, 촉각적 경험을 유도하는 인터렉티브 코너는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능숙하게 컬러를 다루는 그가 좋아하는 색은 새먼핑크와 블랙의 배색이다. 평소 옷차림에서도 클래식 디자인에 컬러로 포인트를 주는 편이며, 슬림 팬츠에 니트를 걸치기를 좋아하고 모자쓰기도 즐긴다. 꼭 있어야 하는 아이템은 썬글라스와 스트라이프 티셔츠.
조성경의 스타일은 ‘라튈’을 통해 선보이는 클래식하고 로맨틱한 작품세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영감을 주는 패션 아이콘은 역시 조금씩 다른 느낌으로 여성스러움을 대표하는 마릴린 먼로와 오드리 햅번 그리고 바네사 브루노. 당연히 그의 컬렉션 콘셉트는 언제나 ‘레트로 로맨틱’에서 출발한다.
2006년 이후 4회에 걸쳐 파리컬렉션에 참여해 주목받기도 했던 그는 브랜드 ‘라튈’로 국내뿐만 아니라 영국, 프랑스, 일본, 홍콩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또한 ‘파리의 연인’, ‘패션 70’, ‘궁’, ‘신데렐라 맨’, ‘신사의 품격’ 등 드라마와 ‘친절한 금자씨’, ‘댄서의 순정’, ‘소년, 천국에 가다’, ‘하녀’ 등의 영화에 의상을 협찬하며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갔다.
비슷한 이름 탓에 영화의상 디자이너 조상경과 그를 혼동하는 사람이 많다. 기자 역시도 그 중 하나였기에 살짝 물어보자 속 시원한 대답이 돌아온다.
“혼동하시는 분이 정말 많아요. 조상경 씨는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타짜’ 등의 영화의상을 총괄적으로 담당한 미술감독이예요. 그분이 담당했던 영화 중 ‘친절한 금자씨’의 이영애 씨와 ‘소년, 천국에 가다’의 염정아 씨 의상 일부를 제게 의뢰해 와 제 작품을 협찬한 거지요. 비슷한 이름의 디자이너 둘이 같은 작품을 하니 더 혼란스러우셨겠네요.”
사실 31일 있었던 전시오픈 포토월 행사에는 오기로 했던 연예인 15명 중 3명만이 참석, 진을 치고 있던 수많은 취재진을 맥 빠지게 했다. 원활하지 못한 진행으로 항의를 받았던 이 전시가 그럼에도 주목받았던 건 사진과 의상, 디제잉, 동영상 등 패션과 아트, 라이프스타일을 한 공간에서 아우르는 기획 자체는 분명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수개월 동안 몰입했던 전시는 막 끝났지만 싱가폴과 일본에서도 같은 내용의 전시가 진행될 예정이다. 웨어러블한 니트 의상과 가방, 구두, 안경 등 탐나는 아이템으로 채워진 데다 한류스타들의 사진까지 곁들이니 해외 팬들의 좋은 반응이 기대되는 건 물론이다.
“어쨌든 패션은 비주얼이 중요하잖아요. 저희도 계속 좋은 작품을 보여드려야 하지만 그것을 전달하는 미디어의 협조도 필요합니다. 한국 디자이너 특히 젊은 후배 디자이너들을 많이 소개해주세요. 저도 더 열심히 해서 많은 분들에게 더 많이 사랑받고 싶네요.”
색을 만지는 일을 천직으로 여기며 지금껏 몰두해 온 디자이너 조성경. 사람들을 편하고 따뜻하게, 즐겁고 아름답게 하는 것 또한 ‘옷’을 통해 그가 이루고 싶은 꿈이다.
[매경닷컴 MK패션 김희선 기자 fnews@mkinternet.com/사진=진연수 인턴기자, 조성경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