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만나의 그림을 통해 보는, 낯익음 속의 특별함 [헬레나의 그림이야기 ⑤]
- 입력 2013. 02.13. 08:22:59
- “제 작업은 늘 예기치 않은 대상과의 우연한 맞닥뜨림으로부터 시작합니다. 그 순간, 형언할 수 없는 무언가의 울림이 제게 전해지고 저를 사로잡습니다. 풍경을 그리기 위해 사진을 찍기도 하지만, 사진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분명 거기에 있었던 무언가를 그려내려고 부단히 애를 쓰죠.”2009년 독일 브라운슈바익 조형예술대학에서의 학업을 마치고 현재 영은 미술관 창작 스튜디오 입주 작가로 활동 중인 이만나 (42) 작가는, 서울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유학을 가기 전까지는 아크릴 작업을 주로 했다고 해요. 그런데 독일 유학길에 오른 후부터는 유화 작업에 매진했다는데, 일상 속에서 접하는 풍경과 대상들 속에 보이는 것들로부터 ‘평범하지 않은 것들’을 발견했고 그것을 그림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이만나 작가가 택하는 소재들은 부엌에서 발견되는 채소에서부터 시작해 하늘, 나뭇잎, 벽, 담장, 테니스코트, 도로변 풍경 등으로 다양하고, 이들은 모두 우리가 일상 속에서 늘 접하고 있는 것들 이예요. 하지만 그러한 낯익은 풍경은 그의 그림에서는 모두 평범하지 않은 것들로 다가오죠. 문학적이며 초현실적인 작품 세계를 추구하는 그의 눈과 손을 거치면, 일상적인 것들이라도 그 일상성에 특별함이 더해져 아름다운 작품으로 거듭나게 된답니다.
[‘이름 이전의 대상’을 표현하는 작가 이만나] 이만나 작가는, ‘이름 이전의 대상, 이름 이전의 사물’을 통해 작가 본인이 느끼는 바를 보는 이들에게 전달하고자 합니다. 그의 최근 작품인 ‘벽’을 보고 있으면, 모든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는 벽이란 늘 막혀 있는 존재이고 무언가의 경계가 되는 대상 이예요. 하지만 이만나 작가는 ‘벽’이라는 제목을 붙인 그의 작품을 통해 ‘단단한 듯 보이면서도, 누군가에게는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이 깊을 수도 있음을 나타내고자 합니다. 막혀있지만, 막혀있지 않은 것들을 상징하는 존재가 벽이라고 할까요? 그렇기에 이만나 작가의 작품을 보는 이들은 벽을 더 이상 예사롭게 보지 않을 수도 있을 거예요.
[낯익은 풍경 속의 낯설음을 말하다]
‘여름’이라는 제목을 가진 아름다운 풍경이 있는 그림에는, 이만나 작가가 독일에서 유학할 당시 창밖을 바라보며 머릿속에 떠올렸던 갖은 상념을 담았다고 해요. 어둠 속에 들어가 있는 작가 본인과 밖을 바라보는 스스로의 모습이 투영되었다고 하는데요, 유학 기간을 ‘면벽 수행’이라고 표현하는, 이만나 작가가 바라본 현실이 작품에 투영되어 있겠죠?
그림 하단에 있는 집들이 섬세하게 표현된 것을 보면, 작가 본인의 감수성도 매우 풍부하다는 것이 느껴지는데요, 그림을 통해 부드러운 속삭임이 들리는 것 같기도 하네요.
마지막으로 여러분께 소개하고 싶은 이만나 작가의 작품은, 강변북로에서 바라본 집의 풍경을 ‘성’이라는 제목을 붙여 만든 작품 이예요. 사실적인 것 같으면서도 사실적이지 않은 듯 보이는 이 그림에서는, 표지판이라 가로등을 비롯해 원래 있었던 대상들이 제거되었다고 하는데요. 분명 어딘가에서 본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 느낌이 들죠? 이렇듯 알쏭달쏭하게 만들면서 작품에 집중하게 하는 것이, 이만나 작가의 작품들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름 이전의 대상, 낯익음 속의 낯설음을 통해 ‘보이지 않지만 보이는 것들’과 ‘평범함 속의 특별함’을 표현하려 하는 이만나 작가의 작품이, 보다 많은 분들에게 사랑 받았으면 합니다. 작가 스스로가 본인 작품에 대해 얘기했듯, ‘예기치 않은 대상과의 우연한 조우’가 여러분의 일상 속에서도 일어났으면 해요. 보다 많은 한국 화가들이 대중에게 사랑받을 날을 기다리며, 다음 회에서는 또 다른 방식으로 특별함을 표현하는 작가 한 분과 작품 세계에 대해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글: 헬레나 (문화예술 칼럼니스트) faithmyth@hanmail.net blog.daum.net/faithmy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