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주는’ 데이로 변질한 ‘발렌타인데이’, 수십만원대 선물까지 등장
입력 2013. 02.13. 10:11:55

[매경닷컴 MK패션 김지은 인턴기자] 서울 강남 대치동의 중학생 딸을 둔 학부모 김모씨는 얼마 전 딸과 심한 언쟁을 벌였다. 딸이 발렌타인데이를 앞두고 초콜릿을 산다며 30만원을 달라고 한 것. 왜 그렇게 큰돈이 필요하냐고 물었더니 초콜릿 상품이 보통 3~4만원인데 여러 명에게 줘야 하기 때문이라고 딸은 당연한 듯 말했다. 그는 끝내 딸에게 돈을 줄 수밖에 없었다. 비싼 초콜릿을 돌리는 친구들 사이에서, 자신의 딸만 초라해지는 것을 볼 수는 없었다.
2월 14일은 학부모만 가슴 졸이는 날이 아니다. 이 날은 초콜릿을 주고받는 로맨틱한 날의 상징이지만 실상은 그리 달콤하지만 않다. ‘발렌타인’이란 명분만 가져왔지 각종 업계는 ‘OO데이 특수’를 노리며 호시탐탐 소비자를 현혹한다. 서울 강남의 한 유명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발렌타인데이 선물용 초콜릿 완제품은 10만 원대. 고작 작은 초콜릿 30개가 들어있는 내용물에 비하면 가격은 터무니없이 비싸다.
발렌타인데이의 상혼은 초콜릿으로 그치지 않는다. 각 업계는 ‘초콜릿선물은 뻔하다’는 구실로 시계, 운동화, 향수, 아웃도어 제품 등 발렌타인데이 기획상품들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 이러한 상품들은 초콜릿보다 가격대가 훨씬 높다. 보통 시계는 20만 원 이상, 운동화는 10만 원 이상을 호가하지만 이러한 기획상품의 매출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화려한 마케팅 전쟁 속에 소비자는 자신도 모르는 새 피해자가 된다.
이러한 발렌타인데이의 상술에 반하는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초콜릿 대신 사라져가는 우리의 떡을 선물하자는 움직임이 일기도 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미미했다. 서울 낙원동 떡집들은 “올해는 아예 발렌타인데이용 떡을 만들지 않았다”라며 달라진 세태가 우려스럽다는 반응이다.

이렇듯 대표적인 OO데이인, 발렌타인데이마저 누군가에게 그저 ‘선물 주는’ 데이로 변질되어 가고 있다. 가난한 이, 사랑하는 이에게 초콜릿을 나눠줬던 고대 로마시대의 발렌타인 사제. 그가 순교하자 그의 따뜻한 마음을 오래도록 기리고자 시작된 발렌타인데이는 이미 그 본질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그 순수한 의미를 장삿속으로 변질시키고, 소비자가 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에 놀랄 따름이다.
물건은 시간이 지날수록 소모되지만, 사람의 마음은 시간이 지날수록 누군가의 가슴에 추억으로 남아있다. 따라서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에 비할 값비싼 선물이 또 있을까. 발렌타인 데이, ‘어떤 선물을 줄까’보다 ‘어떻게 내 마음을 표현할까’를 더 고민해야하는 이유다.
[매경닷컴 MK패션 김지은 인턴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진연수 인턴기자, photopark.co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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