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철수 감독 마지막 인터뷰, ‘독립영화에 대한 애정 필요해’
- 입력 2013. 02.19. 11:39:40
- [매경닷컴 MK패션 송혜리 기자] 박철수 감독이 19일 새벽 경기 용인시 죽전동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승합차에 치여 사망했다. 당시 승합차를 몰던 A씨는 만취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고, 경찰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영화 ‘B. E. D’의 개봉을 앞두고 있던 지난 1월 15일은 김기덕 감독과의 인연을 공개해 네티즌의 쏟아지는 관심을 받은 다음날이었다.‘지난 부산국제영화제때 공개된 새 영화의 평점이 아주 높더라’고 언급하자 멋쩍은 웃음을 짓는 모습은 ‘거장의 비범한 카리스마’보다는 소박한 중년 아저씨에 가까웠다. 인터뷰에 참석한 배우들을 살뜰히 챙기는 모습도 예술쟁이들 특유의 무심함 보다 사람을 아끼는 인간미가 더했다.
시종일관 다정하고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인 그이지만 영화이야기를 할 때만큼은 확연히 달랐다. “상업영화의 스토리텔링 구조에 싫증을 느껴 이미지 자체가 영화가 되는 시도를 해왔다”며 “픽션이 아닌 인간의 모습 그대로를 담아내고 싶었다”고 자신의 영화철학을 설명했다.
박철수 감독은 1979년 ‘밤이면 내리는 비’로 데뷔해 대종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했고, 드라마 PD로 일하며 젊은 날을 영상 만드는데 바쳤다. 90년대 초 돌연 미국 유학길에 올라 자취를 감췄던 그는 귀국 후 선보인 영화 ‘301·302’로 논란의 중심에 서며 건재함을 확인시켰다. 이후 ‘녹색의자’,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을 연출하며 영화판 외길 인생을 걸었다.
고인의 마지막 작품이 된 ‘B. E. D’는 인간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침대’를 무대로 두 여자와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항상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같다. 삶의 모습, 일상이다. 그 중 섹스는 인간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며, 가장 사적인 모습을 대변한다”고 말했다. 인간의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을 거짓 없이 담아내는 것이 ‘영화’라 생각하는 박철수의 철학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이런 생각은 영화의 제작 과정을 바라보는 시각도 바꿔놓았다. 영화의 ‘자본권력으로부터의 자유, 스타급 배우로부터의 자유’를 강조하며 ‘영화 그 자체가 본질이 돼야 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 특히 인터뷰 중간 중간 그는 독립영화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보이며 ‘이슈에만 급급 하는 매스미디어가 독립영화에 대한 애정과 지지를 보내 줘야한다’고 기자에게 부탁하기도 했다.
인터뷰 장을 벗어나는 박철수 감독은 기자의 명함을 다시 손에 꼭 쥐더니 이름을 확인하고 이내 얼굴을 번갈아 봤다.
“내가 말한 거 잘 기억해요. 꼭 독립영화에 대한 좋은 기사 많이 써줘야 합니다.”
그것이 그와의 마지막 인터뷰가 될지 그 때는 몰랐다.
[매경닷컴 MK패션 송혜리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송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