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샤갈의 영원한 사랑, 벨라와 함께하는 그림이야기 [헬레나의 그림이야기 ⑧]
- 입력 2013. 02.25. 08:38:56
- 화가들의 그림을 살펴보면, 자기가 정말 사랑했던 사람들이 하나의 주된 소재로 작품에 자주 등장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루벤스의 부인이었던 헬레나, 피카소의 도라 마르를 비롯한 그의 수많은 여성들, 그리고 샤갈의 오랜 연인이자 그의 한 평생 동안의 사랑이었던 벨라를 비롯한 ‘화가의 연인들’이 그 주인공들인데요.이번 그림이야기에서는, ‘색채의 마술사’ 샤갈에게 많은 예술적 영감을 불어넣어 주었던 벨라라는 여인이 등장한 작품을 통해, 샤갈의 마음에서 보였던 그녀에 대한 사랑과 그 아름다움을 함께 감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샤갈의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 되었던, 벨라와의 사랑]
샤갈과 벨라의 사랑은, 말 그대로 운명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가난한 집안에서 자란 화가였고, 9남매 중 장남이었던 샤갈과 보석상의 딸로 태어나 유복한 생활을 하며 연극배우를 꿈꿨던 벨라. 그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당시, 샤갈에게는 테아라는 여자 친구가 있었는데요. 테아의 집을 방문해서 테아와 같이 산책을 하고 있던 샤갈은, 우연히 그 곳에서 벨라를 보고는 걷잡을 수 없는 사랑의 감정에 빠져들게 되었다고 해요.
어떻게 보면 기존 연인과의 관계는 나 몰라라 하고 그녀의 친구와 사랑에 빠지게 된 것이기에 사람들의 비난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한데요. 하늘이 맺어준 인연의 끈은 쉽게 끊어지지 않는 것인지, 두 사람은 각기 상대방을 향한 사랑의 열정을 주체할 수 없어 결국은 함께하게 됩니다.
모스크바 대학을 다니며 연극배우를 꿈꿨던 벨라는, 샤갈과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에 자신의 꿈을 접고 프랑스로 떠나게 되지요. 이로써 두 사람은 샤갈의 아름다운 작품을 완성시키는 하나의 예술적 동반자로 함께 생활하게 되었어요. 이후 해를 거듭할수록 두 사람의 사랑은 샤갈의 작품 속에 아름답게 스며들게 되었는데요, ‘와인 잔을 든 이중 자화상’은 이들의 행복한 나날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입니다. 그녀를 얻었던 순간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얻은 듯했던 샤갈은, 그의 마음속에 투명하게 비쳤던 사랑의 아름다움을 그림으로 표현했습니다.
[마음에서 보이는 사랑의 아름다움을 표현했던 샤갈]
벨라는 가히 샤갈의 인생을 지배했던 유일한 사랑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녀와의 행복했던 순간은, 그의 작품들에 셀 수 없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와인 잔을 든 이중 자화상’에서는 신부의 어깨 위에 올라탄 신랑의 모습이 등장했고, ‘에펠탑의 신랑 신부’라는 작품에서는 마치 공중 부양을 하듯 땅 위에서 무언가에 의해 들려 올라가 날아다니는 두 사람의 모습이 보이는데요. 창백한 얼굴을 한 신부를 사랑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신랑의 모습이, 두 사람의 행복한 결혼 생활의 시작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샤갈의 마음이 밝아서였는지, 그의 그림 또한 매우 밝고 아름답다는 느낌을 주는데요. 몽환적이고 아름다운 색감이 살아 있는 그의 작품들은, 그에게 ‘색채의 마술사’라는 수식어를 붙여주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어찌 보면 샤갈의 삶에 있어 신부이자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던 벨라의 영향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샤갈은 그의 작품 어디에나 벨라를 등장시키며 그녀와의 사랑을 놓지 않았습니다.
[벨라의 사후, ‘슬픔이 가득 담긴 블루’를 그려내다]
하지만 샤갈과 벨라의 행복했던 순간들은, 1944년 미국 망명 도중 전염병으로 벨라가 세상을 떠나게 되자 한 순간에 그 종착역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 충격으로 인해, 샤갈은 한동안 그림을 그릴 수 없었다고 해요.
이 때 이후, 샤갈의 그림에서 달콤한 사랑의 향을 느낄 수 있는 커플의 모습을 찾아보기는 힘들게 됩니다. 대신 그의 작품에서는 온통 슬픔이 감도는 푸른빛을 느낄 수 있는데요. 벨라는 떠났지만 그림을 그리는 순간만큼은 그녀와 하나가 되고자 했던 샤갈은, 그녀를 잃은 슬픔을 그림 속에서 표현하며 슬픔이 담긴 푸른빛을 아름답게 만들어 갔습니다.
‘블루(Blue)’라는 말에 ‘슬픔’ 혹은 ‘우울함’이라는 의미도 함축이 되어 있지요. 샤갈은 깊은 푸른빛을 통해 자신의 애절함을 나타내는 동시에, 그림을 통해 벨라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며 자신의 슬픔을 달래고 있어요. 벨라의 사후에 그려진 샤갈의 작품을 보면, 슬픔과 고통이라는 것도 예술적으로 승화될 때에는 아름다운 것으로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사랑의 대상을 오브제로 표현하여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샤갈]
이렇듯 샤갈의 전 생애에 걸쳐 중요한 예술적 모티프가 되고, 직접적으로 작품에 등장하여 그 아름다움을 완성시킨 벨라는, 샤갈 작품의 예술성을 한층 더해주는 데 기여했던 동시에 그의 삶을 풍성하게 해 줬던 존재이기도 합니다.
그녀가 있었기에 그의 작품이 있을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위 사진 속에서 보이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 서로를 바라보고 있지는 않지만 한 곳을 보는 연인의 모습처럼 느껴지는데요.
벨라의 사후, 샤갈은 다른 여인들을 만나게 되지만 그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여인들의 모습은 여전히 벨라를 닮아 있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샤갈의 삶에 있어서 벨라라는 여인이 미치는 영향력은 대단했다고 볼 수 있는데요. 그러한 사랑의 지속이, 비단 한 쪽의 마음만으로 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서로를 위해주고 아껴주는 마음은,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양 방향의 소통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겠죠?
샤갈이 벨라를 일생동안 사랑했듯, 벨라 역시 그와 함께 했던 시간들 속에서 샤갈만을 전심으로 사랑했던 것이 느껴집니다. 이 두 사람처럼 평생 동안 서로를 사랑하며 행복한 시간들을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사람들은 참으로 축복받은 삶을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사랑’ 혹은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주제를 다소 진부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최근 화가들의 작품에서는 그러한 로맨틱한 작품을 찾기는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사랑이라는 것이, 우리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인 것에는 다들 동의하실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샤갈처럼 마음을 다해 한 사람에 대한 사랑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화가들이 더욱 많아지길 기대하며, 이 글을 마치겠습니다.
글: 헬레나 (문화예술 칼럼니스트), faithmyth@hanmail.net/ blog.daum.net/faithmy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