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림트, 그가 추구한 자유로움 [헬레나의 그림이야기 ⑨]
입력 2013. 02.26. 17:41:07
“꽃이 없어서 꽃을 그려 드립니다.”
이러한 메시지와 함께 자신의 사랑을 표현했던 화가가 있습니다. 바로 상징주의 화가이자 독창적인 아르누보(장식 미술) 작가로 손꼽히는 구스타프 클림트인데요. 어머니와 여동생과 함께 살며 평생을 독신으로 지냈다고 하지만, ‘빈의 카사노바’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수많은 여인들과 교제를 했다고 해요.

단지 결혼을 안 했을 뿐, 그를 거쳐 간 여인들은 아델레 브로흐 바우어, 알마 말러, 마리아 짐머만, 에밀리 플뢰게 등을 비롯해 그의 작품의 모델로 등장한 많은 모델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가 이렇듯 많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은, 그림에서 나타나듯 섬세한 감성과 상대방을 향한 애정 어린 관심 때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의 그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솔직한 감정 표현도 한몫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에로티시즘의 솔직하고 거침없는 표현]
흔히들 클림트의 작품을 보면 남녀 간의 사랑을 매혹적으로 표현하거나 여성의 육체를 관능적으로 표현한 작품이 많다고 하죠. 클림트의 작품이 전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의 작품 중 유독 많은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것들이 ‘키스’와 같이 사랑하는 연인의 모습을 아름답게 표현한 것이나, 여성의 풍만한 육체를 관능적으로 표현한 것들인데요. 이 때문에 그는 당대 화가들이나 비평가들로부터 숱한 비난을 받기도 했답니다. 독창적이고 자유로운 세계를 추구하는 그에게, 주위 환경은 너무 보수적이었던 거겠죠.

이 작품을 자세히 보면 입을 맞추려는 두 남녀 중 여자의 표정을 섬세하게 표현한 것을 알 수 있어요. 가만히 눈을 감고 남자가 다가와주길 기다리는 그녀의 모습에서, 마냥 얌전한 것 같으면서도 어찌 보면 내숭을 떨고 있는 여인의 모습이 그려지는데요. 두 사람을 방해하는 요소는 아무것도 없고, 그림을 가득 메운 것은 그들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꽃밭과 고요한 주변입니다.
금빛의 옷이 두 사람의 몸을 감싸고 있는데, 금 세공사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클림트는 유화를 그리면서도 금으로 채색을 했다고 하는데요. 그러한 표현의 독창성이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의 작품에 매료되게 만드는 주된 요소라는 생각이 드네요.

‘키스’에 이어서 보는 클림트의 두 번째 작품. 바로 그의 문제작들 중 하나인 ‘다나에’인데요. 그녀의 연인들 중 ‘알마 밀러’를 모델로 한 작품 중 하나라고 알려져 있는데, 몽환적인 여인의 표정과 뇌쇄적인 포즈, 그리고 주피터를 상징하는 황금 빗줄기를 받아들이려는 모습이 성적인 상상력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금기’처럼 여겨진 작품입니다. 하지만 풍만하다 못해 터질 것 같은 다나에의 몸매와 잠이 든 듯 몽롱한 표정,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결합되어 화면을 가득 메운 다나에의 모습이 매우 매혹적입니다.
여성의 육체를 아름답게 표현한 또 다른 작품, 바로 ‘여자 친구들(Woman friends)’ 이예요. 작품의 주인공인 두 여인은 작업을 하는 클림트를 보고 있어요. 왼쪽 여인은 나체를 드러내고 도도한 표정과 함께 자신만만한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는데, 오른쪽 여인은 이에 반해 온 몸을 헐렁해 보이는 드레스로 가리면서 수줍은 표정을 짓고 있죠. 머리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이 쓸 법한 차도르 같은 것을 두르고 있는데요.
두 여인의 모습이 극명한 대비를 이루지만, 이들 모두 클림트에겐 성적인 판타지를 불러일으킨다고 할 수 있어요. 나체의 여인이 육체적인 매력으로 그를 유혹하는 펌므 파탈이라면, 수줍은 얼굴로 그를 은은하게 바라보는 오른쪽 여인은 청순한 성녀(聖女)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죠. 약간의 백치미도 느껴지는군요. 클림트는 아마도 두 가지의 상반된 매력을 모두 갖춘 여인을 사랑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앞서 소개한 샤갈처럼 일생 동안 한 여인만을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한 것은 아니었지만, 클림트는 수많은 여인들과 교제를 하며 여성이 가진 고유의 아름다움을 사랑했고, 자기가 사랑한 여인들을 본인의 작품을 통해 자유롭게 한 작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나도 자유롭고 솔직했던 탓인지, 14명이나 되는 사생아를 남겼다고 하는데요. 저명한 화가로서 조금 절제를 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지만, 그의 작품에서 보이는 아름다움은 앞으로도 수 세기에 걸쳐 보는 이들을 매혹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이렇듯 표현의 자유로움으로부터 나오는 아름다움과, 구속과 통제에서 벗어난 독창성이 클림트의 작품 세계를 집약해서 보여주고 있는데요. 한국의 많은 신진 작가들의 작품에서도 그러한 아름다움과 독창성을 보다 많이 발견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글: 헬레나 (문화예술 칼럼니스트) faithmyth@hanmail.net blog.daum.net/faithmy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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