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빛을 통해 도달하려한 질서, 고 이남규 작가 20주기 전시 개최
- 입력 2013. 03.03. 11:00:49
- [매경닷컴 MK패션 차평철 기자] “참 좋은 그림은 투명하게 내 마음을 드러내놓는 그림이며, 그것은 티끌 없이 영롱한 인간의 영혼이다. 따라서 그림을 그리는 일은 무엇을 덧붙여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군더더기를 제거하는 일, 곧 지우고 또 지워서 최종적으로 질서에 맞는 것만 남겨 놓은 일이다.”대전시립미술관은 추상화가이자 한국 유리화(스테인드글라스)의 선구적 역할을 담당하였던 고 이남규 작가 20주기를 기념, 2월28일부터 3월31일까지 전시를 개최한다.
1931년 대전 유성에서 태어난 그는 가정형편으로 공주사범대학 국문과에 진학했다. 문학을 좋아했던 이남규는 발레리, 릴케, 보드레르, 말라르메 등에 심취해 시인을 한 때 꿈꾸기도 했다. 하지만 미술에 대한 열망을 저버릴 수 없었던 그는 졸업하던 해에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입학, 스승 장욱진으로부터 정신적, 예술적 영향을 받았다.
이후 정신성과 인간의 사유에 관한 표현방법을 모색하다 때마침 한국에 전개되던 앵포르멜을 접하며 그는 답을 찾기 시작한다. 또 대학시절 접했던 루오의 그림은 빛과 색의 신비로운 세계에 빠져들게 했다.
더욱이 그는 자신이 추구하는 근원적 질서와 본질을 찾기 위해 유행을 좇지 않았다. 그는 화가의 생애란 세잔처럼 수도자와 같은 것이라 생각했다. 따라서 세상에 대한 욕망을 끊는 것이 바른 길이라 여겼으며, 그림을 통해 자기완성을 꿈꾸는 구도자적인 삶을 살고자 노력했다.
1968년 삼십대 중반을 넘어 그는 오스트리아 한 수도원의 스테인드글라스 공방에서 6개월간 유리화 수업을 받았다. 특히 유리화를 익히는 동안 빛을 통한 우주의 섭리를 생각하게 된 그는 온전한 세계, 빛에 담긴 사랑을 시각언어로 풀어내려 한다. 이후 그림 공부를 하기 위해 파리로 옮겨 미술가들과 교류하였으며, 그곳에서 죠르주 루오의 딸인 이사벨과의 만남 등을 통해 순수한 예술적 열정을 더욱 키워갔다.
그의 유리화 작업은 1974년 중림동성당(약현성당)에서 첫 선을 보였는데, 이것은 한국에서 제작된 첫 번째 유리화이다. 이후 공주 중동성당, 서울 혜화동성당 등 총 40여 곳에 달하는 성당과 교회, 기관의 유리화 작품 수 백 점을 제작했다.
1991년 기쁨에 찬 얼굴로 지인들과 가족에게 전시회 도록을 건네주며 “이제 그림이 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던 그는, 회갑기념전을 3일 앞두고 쓰러진 뒤 일어나지 못했다. 빛을 통해 순수한 세계를 색으로 풀려 했던 고 이남규. 그림을 그려 영혼을 확인한다던 그의 이번 전시를 통해, 하나의 질서를 향해 꾸준히 걸어온 한 영혼을 보다 많은 이가 확인하길 바란다.
[매경닷컴 MK패션 차평철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네오룩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