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준 구속영장으로 미용계 발칵, 여기저기서 쉬쉬
- 입력 2013. 03.04. 11:09:18
- [매경닷컴 MK패션 차평철 기자] 1994년 작 영화 ‘폭로’는 존슨 역을 맡은 데미 무어가 자신의 육체를 이용, 전 연인이자 부하 직원인 샌더스(마이클 더글러스)를 내쫓으려는 음모를 그린 내용이다. 이후 스크린 밖에서 두 사람은 ‘전신성형’과 ‘섹스중독’ 등으로 더 큰 스캔들을 만들어 냈고, 그 탓인지 영화가 풍기는 인상은 근 20년의 세월이 흘러도 강렬한 페로몬을 내뿜는다.문민정부 당시, ‘성’을 이용한 그것도 익숙한 관계가 아닌 남여가 뒤바뀐 구도는 큰 충격을 줬다. 지금의 기준으로는 턱 없이 수위가 낮고 얼마 안 되는 장면이었지만, 강렬한 포스터와 더불어 영화 ‘폭로’는 한편의 에로물과 같은 인상을 주었다. 특히 대부분의 섹스어필이 판타지에 근거함을 돌이켜 볼 때, 여전히 여자 상사와 남자 직원과의 일방적 관계는 우리사회에서 '환상'일지 모른다.
4일 아침, 박준뷰티랩 박준 회장에게 성폭행 및 추행에 관련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사실이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자신의 비서 등 직원 그리고 해고 된 직원 등이 그를 고소한 것. 그들은 각자 “거부하고 싶었지만 직속 상사라 반항할 수 없었다”, “미용계에서 그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알리지 못하는 직원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여성들에게 모르는 남자의 경우 성은 ‘폭력’의 문제다. 하지만 함께 일하거나 사회에서 얼굴을 맞대는 사이라면 아마 ‘권력’일 확률이 높다. 이후락이 만들고 차지철이 직접 선별했다는 안가의 술자리. 또 한 신문사가 펴낸 사주의 전기에서는 “기생의 머리를 제일 많이 얹어준 사람”이라는 표현이 당당히 기록돼 있다.
2월 25일에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여자 대통령이 취임식을 가졌다. 한편 같은 달 28일 “이번에 임관한 신임검사 50명 가운데 여성은 32명으로 전체의 64%를 차지한다”는 법무부 발표가 있따랐다. 이미 수년 전부터 결혼한 신랑들 사이에서는 신혼집을 처가 근처로 얻는 이른바 ‘모계사회 구현’을 한탄하는 푸념이 존재했다. 또 “딸 둘은 금메달, 아들 둘은 목메달”이라는 여아 선호는 전국 산후조리원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그러나 조선 후기와 일제 시대를 거치며 주저앉은 여성의 권리는 역전이 아닌 ‘평등’을 맞추기에도 턱 없이 부족하다. 우리 사회의 유리천장은 조금씩 금이 가기는커녕, 여전히 시커먼 수키와로 빽빽하니까. 게다가 미용계는 특유의 도제식 과정으로 그 폐쇄성을 더한다. 그러니 위를 향하는 것은 아마 유리가 아닌 가위천장처럼 더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황진이처럼 다른 속내를 품고 접근했을지라도, 화담 같은 스승이라면 진정한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장점도 분명 도제 제도는 갖고 있다. 더욱이 여타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미용계 역시 대부분의 종사자가 여성일지라도, 거대한 체인의 수장을 차지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박준 회장 같은 소수의 남성이 존재한다.
권력과 지위와 그리고 성 모두에서 약자에 위치한 여성은, 모든 종류의 ‘위협’에 노출되기 쉽다. 특히나 그 업계에 꿈을 품은이라면 아마 교황을 만나기 위해 거친 옷과 맨발로 금식을 불사했던 ‘하인리히 4세’처럼 기꺼이 굴욕을 감수했왔는지 모를 일이다.
특이한 점은 패션계의 경우, 상대적으로 이런 추문이 덜 하다는 것이다. 아마 홍석천이 연기한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의 쁘아종처럼, 대신 몇몇 남성디자이너들은 ‘성’이 아닌 ‘정체성’과 관련한 소문에 휩싸여 왔다. 한편 이러한 밋밋함에 대한 방증인지 유명한 남성 헤어 디자이너들은 ‘수염’을 그들의 트레이드마크로 내세웠다.
아마도 단정한 머리가 자신의 기능이라면 거친 턱은 자신의 실체임을 내세우는 것이리라. 또 누군가는 모발을 만지는 것이 어쨌든 ‘본능’과 관련이 있다면, 다양한 직물과 여러 색상으로 의상을 만드는 것은 좀 더 ‘감각’과 연관을 지으며. 두 산업에 종사하는 남자들의 ‘정체성’을 구분하기도 한다.
어쨌든 여자들로 가득한 미용계에서 거칠거칠한 수염을 기른 대표 인물 중 하나인 박준 사건을 보는 입장은 그리 편치 않다. “끝을 조심하라”는 직설적인 격언은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늘 사내들에게 통용되는 말이니까. 이런 성과 관련한 각종 고소 고발이 난무하는 요즘, 문득 서경덕이 예쁜 제자에게 썼던 시가 떠올랐다.
“마음이 어린 후니 하는 일이 다 어리다/ 만중운산(萬重雲山)에 어느 임 오리마는/ 지는 잎 부는 바람에 행여 긴가 하노라” 송도3절로 일컬어진 황진이의 뛰어난 미모에도 스승 화담은 끝내 선을 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역시 높은 도를 자랑하는 학자 이전에 남자인지라 이런 마음을 표현했고, 훗날 그가 죽은 후 제자는 이런 글을 남겼다.
“산은 옛 산이로되 물은 옛 물 아니로다/ 주야에 흐르니 옛 물이 있을손가/ 인걸도 물과 같도다 가고 아니 오노매라” 부디 권력과 관련한 이런 추문들이 박연폭포 같은 시원한 물줄기에 씻겨가고, 더욱 성숙한 인걸들이 각 분야에 가득차길 기대해 본다.
[매경닷컴 MK패션 차평철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박준뷰티랩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