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하거나 혹은 순수하거나, 장미희의 ‘동심’ [사진작가 김상근의 시간여행 ⑫]
입력 2013. 03.04. 14:23:23
[매경닷컴 MK패션 간예슬 기자] 어깨를 과감히 드러낸 의상을 입고 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사진 속 여자는 30년 전의 배우 장미희(56)다.
어린 아이를 등에 업고 애처롭게 “똑(떡) 사세요”를 외치던, 또 한 영화제 시상식을 통해 "아름다운 밤이에요"를 유행시킨 장미희를 기억한다면 위 사진 속 관능적인 그의 모습을 보고 적잖이 당황할 것이다. 80년대 장미희는 지적이고 섹시한 신여성의 아이콘이자 흥행 보증 수표였다.
데뷔작인 ‘성춘향’(1976)에 이은 그의 두 번 째 영화 ‘겨울 여자’(1977)는 서울 단성사에서 단관 개봉돼 58만 명이라는 관객을 동원, 당시 흥행 1위를 기록했다. ‘겨울 여자’의 흥행 기록은 1990년 임권택 감독의 '장군의 아들' 전까지 깨지지 않은 대기록이었다. 2세대 여배우 트로이카 중 유지인은 세련된 이미지의 대학생, 정윤희는 백치미와 관능미로 부잣집 딸을 주로 연기했다면 장미희는 순수하고 관능적인 분위기로 극장가를 휩쓸었다.
데뷔 이후 도회적이고 섹시한 이미지를 고집해왔던 그는 90년대 후반, 드라마를 통해 연기 변신을 한다. 특히 MBC 드라마 ‘육남매’(1998) 속 ‘최용순’ 역으로 열연했던 시절, 온 국민이 “똑 사세요”라는 대사를 다 외울 정도로 그의 연기 변신은 대단했다.
2000년 이후 작가 김수현을 만나며 장미희는 또 한 번의 연기 변신에 성공한다. 중년 이후 장미희의 이미지는 김수현이 재창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BS2 ‘엄마가 뿔났다’(2008)에서 지적이며 우아한 시어머니를 연기하는가 하면 SBS ‘인생은 아름다워’(2010)에서 순수하고 자유로운 제일교포 ‘조아라’ 역을 통해 나이를 잊은 귀여움을 어필했다. 특히 ‘인생은 아름다워’의 그는 전 세계 여배우들의 로망 에르메스 버킨백을 국내 최초로 협찬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7, 80년 대 젊은 주역이었던 여느 중견 여배우들과 달리, 장미희는 며느리를 괴롭히는 시어머니 또는 가난하고 억척스런 어머니와 같은 정형화된 역할을 하지 않는다. 아직 결혼한 적이 없어서일까. 누군가의 보조가 아닌 인물 ‘그 자체’를 자신에게 녹여내는 장미희가 극성맞거나 우스꽝스런 중년을 연기하는 모습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장미희의 포털 사이트 프로필에는 나이가 기재돼있지 않다. 그런 그에게 ‘나이가 무색한’이라는 형용사는 어울리지 않는다. 장미희는 예나 지금이나 본연의 색깔이 분명한 배우다. 가장 세련된 색깔이면서도 그 속과 깊이를 알 수 없는 ‘블랙’은 그를 표현하기 가장 좋은 색깔이 아닐까. 블랙 의상을 입었을 때 장미희의 아름다움과 팔색조 같은 매력은 더욱 빛을 발한다.
몇 해 전 그는 한 패션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여배우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우아함이나 자존심이 아닌 ‘동심’을 꼽았다. 이는 그가 후배들에게 하는 조언이자, 그 스스로 평생 실천하고 있는 덕목이 아닐까. 순수한 미소와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과시하는 그는 여전히 티 없이 맑다.
[매경닷컴 MK패션 간예슬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사진작가 김상근, 티브이데일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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