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우영미, “젠더보다 중요한 건 옷의 분위기죠” ② [인터뷰]
입력 2013. 03.04. 14:54:25
[매경닷컴 MK패션 김희선 기자] 1988년 ‘솔리드 옴므’ 론칭 이후 어느덧 25년.
디자이너 우영미가 걸어온 길은 분명 특별하다. 2002년 글로벌 마켓을 겨냥한 브랜드 ‘우영미(WOOYOUNGMI)’로 파리 남성복 컬렉션에 참가하기 시작했고, 2006년 파리에 첫 매장을 열었다.
“처음엔 해외 언론에서 저를 “‘신기한’ 한국에서 온 디자이너”로 표현했지만 10년 넘게 해 오다 보니 앞의 수식어가 떨어졌네요. 이제 조금씩 존재감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겸손하게 말하지만 사실 그의 브랜드 '우영미'는 2012년 3월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중 처음으로 파리의상조합의 정회원이 됐다. 이는 곧 세계 유명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음을 의미한다.
디자이너 우영미가 브랜드를 통해 표현하려는 남성상은 예술 특히 미술을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이다. 그는 현대미술에서 영감을 얻고 그것이 패션으로 표현돼 일상생활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기를 기대한다.
“항상 남자만 생각하는 거죠. 누구의 실루엣이 괜찮은가 또 누가 멋진가. 제가 생각하는 남성을 정해놓고 그 사람의 옷장을 계속 꾸며주는 거예요. 그와 일치하는 사람이요? 무수히 많은 사람이 지나가서 한 명만 꼽긴 곤란하네요(웃음). 남자의 실루엣을 멋있게 만들기 위해 일단 저는 많은 사람들을 관찰해요. 물론 그러다 보면 ‘저 사람이 왜 저러나’라고 오해도 많이 받지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남성복 디자이너인 그도 처음엔 여성복으로 출발했다. LG패션의 전신인 반도패션에 무척이나 좋은 조건으로 입사했지만 불행히도 일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잘 팔린다는 옷을 봐도 왜 예쁜지 이해하지 못하고 ‘러블리’하고 ‘섹시’한 여성복의 디자인에 공감하지 못하면서 스트레스 받기를 계속하다, 여성복이란 미션에 자신이 맞지 않음을 깨닫고 결국 뛰쳐나왔다.
그리고 선택한 남성복 디자인. 여성으로서 남성복을 디자인하다 보니 늘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면서 이성에게 입히고 싶은 옷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그는 말한다.
“전 젠더가 애매모호한 옷을 좋아해요. 저희 옷이 터프한 마초를 위한 남성복은 아니거든요. 여자들도 물론 입을 수 있어요. 저는 사실 성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성보다는 어떤 분위기를 지향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 아닐까요?”
매력적인 남성복을 만드는 디자이너로서, 여성들의 스타일링에 대해서도 조언을 잊지 않는다.
“여자들이 너무 ‘예쁘려고’ 노력하면 약간 답답해 보여요. 살짝 놓아버리면 훨씬 좋아 보일 수 있을 텐데. 여성임을 강조하는 게 좋은 무기라면 물론 하는 게 좋겠지만, 외형적인 치장에만 너무 얽매이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최근 엄청난 영역 확장으로 패션업계를 뒤흔들고 있는 SPA 브랜드를 바라보는 디자이너로서의 시각은 어떨까.
“패스트 패션이 만들어내는 죄악은 산업공해를 일으킨다는 거예요. 안 팔리면 걸레도 안 되는 산업폐기물이 돼버리는 게 바로 옷인데, 공해를 일으키는 이런 옷들을 대량으로 만들어 계속 사서 버리고 사서 버리게 하잖아요. 대신 전세계 사람들의 미적인 수준을 학습시켜 눈높이가 많이 올라간 점에는 기여한 바가 커요. 패션을 다양화해서 많이 입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잖아요. 그로 인해 눈이 높아진 소비자가 저희 같은 디자이너에게 더 퀄리티 있고 창의성 강한 디자인을 원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더불어 블로그와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로 대표되는 미디어 문화의 변화에 대해서도 덧붙인다.
“패션은 100퍼센트 산업이기도 하지만 문화기도 하거든요. 일종의 문화적 관점에서 보면 이 모든 움직임들이 다 같이 문화를 풍성하게 해주는 거죠. 패션에 대한 열기가 분명히 많아졌고, 블로거의 활동이나 즉각적인 SNS 등으로 인해 정보도 풍부해지고 관심만 있다면 패션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훨씬 많아졌잖아요. 그런 것들이 전반적인 문화의 업그레이드라고 봅니다.”
바쁜 컬렉션 일정 속에서 자신을 ‘6개월 인생’이라 표현하는 디자이너 우영미. 아침에 개와 산책하는 동안, 가족과 떠나는 여행지에서, 그리고 꼭꼭 챙겨보려 하는 전시회장에서 새로운 디자인을 떠올린다는 그는 또 다른 방식으로 대중과의 소통을 구상하고 있다.
[매경닷컴 MK패션 김희선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송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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