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길 너마저, 거리는 변하는거야
입력 2013. 03.05. 08:50:33

[매경닷컴 MK패션 김지은 기자] 오랜만에 강남의 명소인 가로수길을 찾는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지기 마련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가로수길은 아기자기한 카페와 디자이너 숍이 가득 차 있어 경치 좋은 외국의 한 장소를 옮겨놓은 것처럼 풍미가 있었다.
오늘날의 그곳은 크고 세련된 대기업 프랜차이즈 매장만 즐비해졌다. 특히 SPA 의류 브랜드들이 가로수길을 점령하면서 ‘느림의 여유’가 있던 거리에 속도가 붙고 있다. 3년 전을 기점으로 자라, 포에버21 등 16개 글로벌 브랜드와 에잇세컨즈, TNGT 등 18개 내셔널 브랜드들이 가로수길에 모여들어, 명물거리는 국내외 유명 브랜드들의 격전지로 변했다.
이달 16일에는 지상 5층 규모, 400평의 H&M 매장까지 진출할 예정이다. H&M은 지난 1일 홍대에 12번째 매장을 열었다. 홍대 거리에는 2009년 유니클로가 문을 연 뒤 자라, 갭, 탑텐 등이 줄줄이 거리 한쪽을 채워갔다. 자유분방함으로 대표되는 ‘홍대 스피릿’마저 천편일률적인 대형 브랜드 매장에 점점 주눅이 들고 있다.
언제부터 가로수길, 홍대 거리가 대형 브랜드의 집합소가 된 것일까. 이러한 거리의 변화를 두고 옛 거리를 기억하는 이들은 씁쓸한 웃음을, 한류의 영향으로 국외 관광객들은 반가운 기색을 드러낸다. 가로수길의 제일모직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는 하루 평균 2천~3천 명의 고객이 매장을 방문하는데, 이 중 50% 이상이 외국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무래도 대형 의류 판매장이 증가하면서 다양하고 저렴한 옷이 ‘자주’, 그리고 ‘많이’ 쏟아지게 됐다. 그동안의 디자이너 숍은 가짓수는 적지만 희소가치가 살아있고, 다채로운 개성이 묻어난 제품들이 많았기에, 쇼핑 애호가들이 여전히 울상이다. 그들에게 명물거리는 단순한 쇼핑 공간을 넘어 문화의 공간, 유행의 원천지였던 셈이다. 대형 패션 숍이 곳곳에 들어선 거리, 맵시 있는 ‘패션피플’보다 외국인이 더 눈에 띄는 건 왜일까.
[매경닷컴 MK패션 김지은 기자 news@fashi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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