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봉이야~” 글로벌 명품업계의 영원한 호구, 대한민국
입력 2013. 03.07. 09:38:50
[매경닷컴 MK패션 차평철 기자] 최근 엔저 공습에 대한 기사가 넘쳐난다. 부산항에 발을 딛는 일본인들은 엔화 약세로 점점 그 수가 줄어들고 있지만, 반면 수출 시장에 있어서는 가격 경쟁력을 가진 일본 제품이 갈수록 의기양양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우리나라와 많은 품목에서 경쟁 중인 일본은, 엔저로 더 저렴해진 수출단가로 인해 벌써부터 호황에 대한 기대감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한편 지난 3·1일절을 맞아 SK-II는 브랜드 전 제품의 가격을 평균 3% 정도 인상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엔저 현상이 있지만 원자재와 인건비가 상승해 이를 반영했다”고 밝혔다. 또 일부 해외 화장품 업체들도 면세점 가격을 올렸다. 로레알 파리와 랑콤, 에스티 로더 등이 최고 3.5%의 가격을 올린 것. 또 해외 명품 업체인 구찌 및 샤넬과 에르메스 등도 3월 들어 가격을 인상했다.
물론 모든 브랜드가 이에 동참한 것은 아니다. LVMH 그룹의 화장품 브랜드 프레쉬는 이달부터 가격을 최대 20% 인하했다. 또 미국 브랜드인 스틸라 역시 한미 FTA 관세 혜택 및 자구책을 이유로 가격을 최대 10% 정도 내렸다. 잇따른 가격인상으로 볼멘소리가 가득 흘러나오는 가운데,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는 소식이랄까.
하지만 이런 수입 뷰티·패션 브랜드의 가격과 관련한 본질적인 문제는 선진국들의 양적완화나 환율정책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제품에 상관없이, 바로 명품이라는 꼬리표만 붙으면 한결같이 제품을 구매해주는 국내 소비자들의 근성에 기인한다.
2012년 2월 서울 YMCA는 속칭 등골브레이커로 불리는 노스페이스 일부 제품이 미국보다 약 90% 가량 비싸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또 냄비로 유명한 독일의 휘슬러 또한, 올 1월 독일 현지보다 5배 가까운 가격을 책정해 고가 마케팅을 펼치다 공정위로부터 약 2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게 됐다.
이처럼 달러 및 유로 엔화의 환율 하락으로 대부분의 수입품 가격이 떨어지고 있지만, 유독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은 한국시장에서만 고가 정책을 펴고 있다. 게다가 지난 6일 CEO스코어에서는 매출 7,000억 원을 올린 수입 명품 시계업체들이 1년 동안, 달랑 시계 한 개 값인 1,500만 원만 기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비단 시계업계 뿐 만 아닌 대부분의 글로벌 명품 기업에 해당되는 것이다. 루이비통코리아, 구찌그룹코리아, 프라다코리아 등을 상대로 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이 2011년 기부한 금액은 매출액의 0.03%에 불과했다. 3개 회사가 국내에서 번 1조 446억 원 중 겨우 2억 원의 돈만 기부한 것. 말 그대로 돈은 섬으로 지고 서 푼어치 구전만 무는 꼴이다.
그러나 사실 이런 업체들의 폭리나 인색한 사회적 활동을 비난하기에 앞서, 한결같은 우리의 구매행태는 한심하다 못해 부끄럽다. 미국의 경제학자 베블런이 저서 ‘유한계급론’을 통해 허영심에 의한 소비를 지적한 것은 이미 1899년이었다. 하지만 그가 처음 사용한 ‘과시적 소비’도 2013년의 우리에게는 이미 맞지 않는 잣대다. 인터넷을 통한 가격비교도 또 유독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는 본사 정책도 절대 한국인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으니까. 그러니 같은 시기 개통 된 경인선 철도로 더 비싼 제품이 몰려드는 지금, 이런 충정은 마땅히 ‘명품 계급론’의 ‘희생적 소비’로 불러야하지 않을까.
[매경닷컴 MK패션 차평철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SK-II 홈페이지]

더셀럽 주요뉴스

인기기사

더셀럽 패션

더셀럽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