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조의 그림에 등장하는 ‘아기 괴물’이 보여주는 역설 [헬레나의 그림이야기 ⑪]
입력 2013. 03.07. 11:29:01
“나는 별이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파도거품처럼, 비눗방울처럼, 풍선처럼, 불꽃처럼…. 아름다움의 끝에는 언제나 슬픔이 같이 묻어나온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라는 대사를 기억하시나요? 2006년 방영된 시트콤 ‘소울 메이트’에서 여자 주인공인 수경이 너무나도 행복했던 순간, 하늘에 보이는 별을 보며 떠올렸던 슬픔을 독백으로 나타낸 대사인데요.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는 것. 쉽게 공감이 가지는 않는 얘기죠? 보이는 광경이 너무 아름다우면 마음도 기쁠 것 같은데 도리어 슬프다니…. 많은 경우 이러한 표현을 두고 우리는 ‘역설’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귀엽고 아기자기하고 또 화려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아기 괴물’들을 그리며, 보는 이들에게 이러한 ‘너무나도 아름답기에 도리어 슬픈’ 역설의 메시지를 던지는 한국 화가의 작품 세계를 소개하려고 해요. 바로 이동조(31) 작가와 그녀의 그림들이 그 주인공입니다.
[아기 괴물을 통해 보여주는 역설의 메시지]
2009년 홍익대 대학원 재학시절 관훈 갤러리 개인전을 통해 작가 데뷔를 하게 된 이동조 작가는, 이름을 들으면 남자 작가일 것 같지만 실은 매우 여성스러운 여자분 이세요. 이처럼 이름에서부터 다소 역설적인 면이 있다고 할 수 있는데요. 그림 역시 작가의 이름을 따라가는 것인지, 화려하고 밝은 색감이 작품을 통해 던지려는 작가의 본질적인 메시지를 역설적으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평화롭게 잠들어있는 듯 보이는 아기가 등장한 이 그림을 보면, 마치 아무 걱정 없이 낮잠을 자고 있는 것 같아 보이는데요. 이동조 작가가 나타내고자 했던 것은 ‘생명이 없는 상태’의 인간, 즉 정체성을 가지기 이전 인간의 원형적인 모습이라고 해요.
간혹 전시를 관람하는 사람들이 아기가 죽어 있는 것은 아니기를 기대하며 “아기가 잠들어 있는 것이지요?”라고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작가가 그린 아기들은 모두 죽어 있는 것에 가까운 ‘생명이 없는’ 존재들이라고 합니다.
‘33번’ 이라는 일련번호가 붙어있는 것을 보면, 이 괴물(monster) 시리즈가 하나의 연작인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이동조 작가는 이처럼 본인 작품에 일련번호를 붙여 대량 생산되는 정보 속에 잠식되어 있는 인간 사회의 모습을 나타내려 했다고 합니다.
인터넷에서 생산되는 수많은 정보들 중, 우리에게 도움이 되고 진정한 가치가 있는 정보는 과연 몇이나 될까요?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인터넷, 그리고 인터넷에 떠도는 수많은 정보들에 노출되어 있는 인간은 결국 그 정보들에 잠식되어 가고 있는 것 같죠.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저 역시 많은 경우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은데요. 이동조 작가는, 매일 시시각각 쏟아지는 세상의 비극적인 정보들을 접하며 현대를 살면서 받는 스트레스와 공포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고 해요. 그 중에서 특히 ‘익명성’에서 오는 공포를 다루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작품 전체의 분위기와 색감은 이러한 메시지를 알아채기 힘들 정도로 매우 밝고 화려하고, 또 평화로워 보이죠.
작품을 보면 무언가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사람들이 아기 괴물 주위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요. 이렇듯 자신의 실체를 익명성이라는 가면 속에 숨기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은 누군가를 공포에 몰아넣기도 하고, 인격적인 모멸감을 주기도 하고, 우울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무책임하게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그러한 존재들인데요. 그 사람들에게 정말 이렇게 외치고 싶죠?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사막화 되어가는. 삭막한 세계를 말하다]

이동조 작가는 ‘위로연’ 이라는 작품에서 사막을 처음 등장시켰다고 하는데, 가까운 미래를 상상하며 점진적으로 이 세상이 사막으로 변해간다는 심상을 나타내고 싶었다고 해요. 생명이 없는 아기 괴물 왼쪽에 보이는 놀이공원의 관람차는,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인간 세계를 상징하고 관람차 위에 보이는 폭죽이 터지는 모습은 실체가 없는 허상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인터넷이라는 가상 세계야말로 인간이 만들어낸 허상의 대표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러한 가상 세계에서 익명성을 가진 인간은 점점 폭력성을 발휘하게 되고, 가상 세계든 현실 세계든 점차 삭막하게 변해가 결국 세상은 사막과 같은 모습을 하게 됩니다. 어찌 보면 이동조 작가의 작품에서는 디지털의 발달이 만들어낸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를 느낄 수도 있을 텐데요. 평화롭게 잠들어 있는 모습을 하고 있는 아기 괴물들의 모습은, 점차 각자의 고유한 생명을 잃어가는 우리의 모습을 대변해 주고 있는 듯 보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이동조 작가의 작품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어서 슬픈’ 작품들인데요.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들여다보면 비극적이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또 마음이 짠해지기도 합니다.
많이들 이런 이야기를 하죠. 인간은 스스로가 만든 것에 의해 지배받는, 모순적인 상황 아래 놓여 있다고요. 인터넷에 등장하는 수많은 정보도 결국 인간이 스스로 편해지기 위해 만든 것인데, 실제로는 그 만들어낸 정보들에 지배당하는 삶을 살고 있으니 참으로 역설적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쩌면 우리의 삶 자체를 그러한 역설이 가득 채우고 있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우리는 스스로 모르는 사이에 아름다운 얼굴을 하며 누군가에게는 ‘아기 괴물’같은 존재가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돌이켜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글: 헬레나 (문화예술 칼럼니스트) faithmyth@hanmail.net blog.daum.net/faithmy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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