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발, 어린 새싹을 위한 모발기부
- 입력 2013. 03.09. 13:03:43
- [매경닷컴 MK패션 차평철 기자] 불교에서는 머리카락을 무명초(無明草)라고 한다. 즉 머리카락은 ‘번뇌의 풀’로 보기 때문에 삭발은 승려가 되기 위한 첫 관문이다. 즉 아집과 교만 그리고 온갖 유혹을 끊는 것을 보여주는 행위라 할 수 있다. 부처님 역시 출가 당시 삭발 후 승복을 갈아입은 후에야 “나는 비로소 참된 출가인이 되었다”고 했다.동양인의 경우 머리카락은 하루 평균 0.3mm가 자란다. 이는 한 사람이 12만개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다고 할 때 36m가 된다. 더욱이 사람의 모발은 동물의 보온 기능과 달리 미용을 큰 목적으로 한다. 그래서 현재를 사는 우리들은 모발을 기르거나 염색 혹은 다양한 관리를 통해 자신을 꾸민다.
한편 이런 머리카락은 오랜 기간 여성들의 생계 수단이 되어 왔다. 얼마 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한 소녀가 1m가 넘는 머리카락을 약 600만 원에 팔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또 최근 개봉한 영화 레미제라블에서 앤 해서웨이는 양육비를 위해 머리카락을 파는 장면으로 많은 관객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딸 코제트를 위해 모든 것을 불사했던 판틴. 이처럼 머리카락은 동서양에 걸쳐 오랜 기간 다양한 의미로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가 되어왔다. 그리고 그 가운데, 머리카락을 이용한 기부는 사랑을 표현하는 한 방법으로 많은 이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서울에 사는 대학생 김모양은 열심히 기른 머리카락을 삼년에 한번 씩 잘라 기증한다. 한창 멋을 부릴 나이라 파마나 염색도 하고 싶지만 자기 머리카락으로 만든 가발을 쓴 아이들을 생각하면 괜찮다는 것. 또 이런 사정을 알게 된 미용실 역시 그가 기부를 위해 방문할 땐 무료로 자르는 것을 자청했다.
이처럼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는 2011년부터 기증받은 모발로 가발을 만들어 투병중인 어린이에게 선사한다. 기증 기준은 퍼머나 염색을 하지 않은 건강한 모발로, 기증자들은 25cm 이상인 머리카락을 고무줄로 묶어 그 위를 잘라 협회에 접수한다. 머리를 묶는 이유는 흩어 진 머리카락은 가발 제작이 어렵기 때문. 그렇게 전달된 머리카락은 업체를 통해 가발로 만들어져 환자에게 전달된다.
김유정의 소설 봄봄에는 “봄이 되면 온갖 초목이 물이 오르고 싹이 트고 한다. 사람도 아마 그런가보다 하고 부쩍자란 점순이가 여간 반가운 것이 아니다.”라는 구절이 있다. 점순이가 땋았을 긴 생머리는 오랫동안 많은 남성의 사랑을 받아 온 여성스러움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단발머리야 말로 진정한 미인을 대표한다는 것은 눈썰미 좋은 사람은 다 아는 사실. 올 봄, 당신이 새로운 변신을 꿈꾼다면 부쩍자란 모발로 용기와 위로를 건네는 여인이 돼보는 것은 어떨까.
[매경닷컴 MK패션 차평철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MK패션, photopar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