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돈이와 대준이로 본 우리 사회 건달 패션 [패션다큐 ②]
입력 2013. 03.09. 21:36:29
[매경닷컴 MK패션 차평철 기자] 지난 7일 무릎 팍 도사의 게스트로 형돈이와 대준이가 출연했다. 더욱이 두 사람 모두 흰 셔츠에 화려한 아프리카 느낌의 문양이 새겨진 셔츠를 입고 나타나, 단벌로 활동하던 2012년과 달리 의상에 변화를 꾀했음을 알 수 있었다.
갱스터 랩을 표방하는 그들이 처음 등장했을 때, 노래만큼 남자들의 시선을 끈 것은 바로 육중한 그들의 패션이었다. 정형돈이 입었던 노란 원색과 데프콘이 착용한 격자무늬 반팔 티. 그리고 그 위로 놓인 금목걸이와 손에 찬 금팔찌와 금시계. 거기에 허리사이즈 40을 자랑하는 헐렁하고 발목이 좁은 바지. 또 손에 든 일수가방 등은 모두 전국 유흥가 뒷골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형님 스타일이었기 때문이다.
작년 한 뉴스프로그램에 출연한 그들은 “의상이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에 “갱스터 랩이 주축인 음악을 하고 있다. ‘갱’은 건달이다. 그래서 그런 건달느낌을 살려보고자 했다”라고 답했다. 또 이에 덧붙여 “비즈니스룩이다. 사업가 패션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응수해 스튜디오를 뒤집어 놓았다.
말론 브랜도와 알 파치노와 주연의 이탈리아 마피아를 다른 영화 대부, 톰 행크스가 행동대장을 연기한 로드 투 퍼디션. 그리고 최근까지도 그 인기가 식지 않는 범죄와의 전쟁 등. 남자들에게 힘은 여성의 혼을 빼는 아일랜드 주방처럼, 원초적인 본능을 자극하는 매력적인 소재다.
그러나 외국의 거대 범죄 집단이 보통 정장을 입고 은밀하게 활동한다면, 아직 우리 사회에서 이들은 화려한 프린트 의상과, 서부 개척자처럼 거대한 버클을 내세우며 자신의 힘과 물욕을 과시하는 상대적으로 덜 조직화된 집단이다.
동물의 세계에서 수컷은 암컷보다 더 화려하고 아름답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꽃핀 이후, 남자들은 점점 효율성과 돈을 버는 능력에 몰두하게 됐다. 빅토리아 시대 성공한 극작가이던 오스카 와일드는 한 때 유미주의를 주창하며 화려한 차림새를 뽐냈지만, ‘퀸즈베리 사건’으로 추방된 후 1900년 파리에서 쓸쓸히 죽었다. 그렇게 위대했던 풍자가의 갑작스런 소멸처럼, 두 발로 걷는 수컷들에게 한 번 빼앗긴 색상과 무늬는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한편 군대문화와 또 이를 계승 발전하는 조직문화로 고도성장의 신화를 써온 대한민국 남성에게는 그런 자유가 더 억압됐다. 화사한 색상이나 아름다운 꽃무늬를 선택하고 싶어도, 곱상한 외모라면 호모나 혹은 조폭으로 오해받기 십상이니까. 따라서 몇몇 어두운 색상을 기본으로 하는 단순하고 안정적인 선택은, 수수함이 미덕인 남성상을 대표하는 한편 여전히 다양한 개성을 억누르는 사회를 반증한다.
더욱이 공개적인 성정체성 선언은 추방령을 의미하는 우리에게 대놓고 자신의 미감을 보이는 집단은 주먹 밖에 없었다. 또한 그것은 정당하지 폭력을 통제하는 사회에 대한 그들의 외향적인 반항을 의미한다. 그렇게 거대한 숫사자의 갈기나 화려한 공작의 깃털처럼, 더 큰 힘을 욕망하는 조폭에게는 색과 패턴에 대한 어떤 장애도 없어 보인다.
그래서 때로는 우스꽝스러운 그들의 복장을 마음껏 조소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우리 사회 주먹이 자신의 차림을 부끄럽게 여기기 시작한다는 건, 어쩌면 ‘돈 없으면 건달. 돈 있으면 한량’이라는 말처럼 점점 진화하는 주먹세계를 의미하는 것일 테니까.
[매경닷컴 MK패션 차평철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MBC 무릎팍도사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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