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화된 ‘과다노출’ 처벌, 바바리맨은 웃는다 [패션다큐 ③]
- 입력 2013. 03.12. 15:07:34
- [매경닷컴 MK패션 차평철 기자] 2003년 BBC에서 개최한 ‘대단한 책’ 조사에서 톨킨의 ‘반지의 제왕’은 영국에서 가장 사랑 받는 책으로 선정됐다. 톨킨은 인간 세계와는 다른 세계와 다른 종족을 만들어 냈고, 이로써 현대 판타지 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발전시켰다. 그런 그도 1973년 9월 81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그리고 그해 대한민국은 절대 권력이 만든 판타지가 현실이 됐다.1973년 유신정권은 경범죄를 개정하며 ‘장발을 한 남자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저속한 옷차림이나 장식물’이란 조항을 넣었다. 국민의 외모를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때부터 대대적인 장발·미니스커트 단속이 이루어 졌고 웃지 못 할 촌극이 방방곡곡에서 벌어졌다. 얼마 전 무릎팍도사에 출연한 성룡 역시 당시 촬영차 한국에 머물다 명동에서 장발로 인해 검거된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1988년에는 위 조항이 삭제됐고, 현행 경범죄에서 복장에 대한 조항은 사라졌다.
한편 지난 11일 열린 새 정부 첫 국무회의에서는 ‘과다노출’에 관한 기존보다 완화된 경범죄 처벌 개정안이 통과됐다. 현재 과다노출로 적발된 사람은 약식재판인 즉결심판에 넘겨져 10만 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받는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으로 즉결처분이 아닌 통고처분만으로 벌금을 부과할 수 있게 했다.
따라서 범칙금 액수는 10만원에서 5만원으로 낮아졌다. 조항 내용 역시 ‘속까지 들여다보이는 옷을 입거나’라는 부분이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없애 버렸다. 데뷔 초 비닐 옷 때문에 방송출연을 정지당한 어떤 가수와, 또 2012년 '과다노출' 위반으로 처벌받은 167명 중 대부분인 바바리맨이 들으면 조금 억울해할 내용이다.
하지만 새 정부 첫 국무회의에서 나온 '과다노출' 범칙금은 시민들에게 옛 악법을 떠올리게 하며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다. 이에 몇몇 섹시 컨셉을 표방하는 연예인들도 한마디씩 거들었다. 한 매체는 이와 관련해 과다노출은 풍기문란은 물론 건강에도 해롭다고 전했다.
일교차가 커질 때 미니스커트를 입으면 급성 혈전성 치핵이 발생할 수 있고, 또 냉증으로 인한 생리통과 자궁근종, 자궁내막염이 생길 수 있다는 것. 또한 월경통, 월경전 증후군에 이어 불임에 걸릴 수 있으니 되도록 바지를 입자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렇듯 해방 후 압축 성장을 거치며 전근대와 근대가 뒤섞인 대한민국에서, 새 정부의 ‘과다노출’ 처벌 완화는 복장단속에 이어 불임방지로 엉뚱히 번지고 있는 형국이다.
[매경닷컴 MK패션 차평철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MBN 방송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