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ashion is my Life’ 스타일리스트 윤하나 [인터뷰]
- 입력 2013. 03.15. 01:36:37
- [매경닷컴 MK패션 송혜리 기자] 인연, 이란 것이 있다. 바늘같이 사소한 것이 하늘에서 뚝 떨어져도 제가 갈 자리에 꼭 들어맞아 떨어지는 그런 것.
비단, 사람과 사람의 인연뿐만 아니라 입에 밥풀질하는 직업도 마찬가지다. 애써 찾으려 하지 않아도 늘 입던 옷처럼 자연스럽게 명함에 새겨지는 연(緣).연예계에서도 옷 잘 입기로 유명한 배우 최강희, 이지아, 서지혜와 최근 새로운 패션 아이콘에 등극한 소이현의 옷을 책임지고 있는 스타일리스트 윤하나 실장은 이런 인연을 따라 우연찮은 기회에 스타일리스트의 길로 들어섰다.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도 몰랐다. 패션을 전공하지도, 미술 공부를 하지도 않았고 거창하게 ‘어떤 사람’이 될 거라 상상하지도 않았다. 그저 하루하루를 채우며 10년이 흘렀다.
“재수를 했었어요. 그러다 어느 날 스타일리스트에 대해 알게 됐죠, 엄마를 졸라서 학원을 등록하게 된 것이 10년 동안 이 일을 하게 된 시작이었어요. 당시 엄마는 ‘취미로 해봐라’말씀하셨는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네요(웃음).”
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 속 초여름 싱그러운 신록처럼 빛나는 은수의 패션을 만들어냈고, ‘청담동 앨리스’속 붉은 마녀 윤주를 ‘패션 아이콘’으로 빚어냈다. 숱한 ‘완판’과 ‘베스트 드레서’의 뒤에 그가 있었다. 걸출한 스타들과 작업을 해왔기에 ‘대찬’ 이미지를 상상했던 것에 반해 앞에 앉은 그는 소녀처럼 수줍은 듯 말을 이어간다.
“처음 맡은 배우는 송윤아언니였어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핏덩이인 저를 언니가 정말 많이 도와줬어요. 현장에서 혼나기도 했지만 어리다고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씩 꼼꼼하게 가르쳐 주면서 기본기를 만들어 주셨죠. 덕분에 지금도 꼼꼼하다는 이야기를 듣곤 해요.”
그 후로 부터 꼭 10년이 되는 해 ‘청담동 앨리스’의 소이현은 그야말로 패션덕분에 대박 떴다. 기분이 좋았겠다고 묻자 ‘소이현이 워낙 몸매도 얼굴도 예쁘다’며 공을 돌렸다. 이렇듯 숱한 작품에서 ‘완판’을 만들어 냈지만 특별히 애착이 가는 스타일링은 따로 있다.
“영화 ‘애자’에서 강희언니 스타일링이 기억에 남아요. 많이 멋을 내지 않은 평상복이지만 언니에게 잘 어울렸던 것 같아요. 그리고 아무래도 최근에 소이현 씨 스타일링으로 칭찬을 많이 받아서 그런지 ‘윤주’패션에 애착이 가죠” 극 중 데님재킷에 풍성한 퍼를 매치했던 룩이 그 중 베스트였다고.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고, 지금까지 함께 일해 오는 스타일리스트 최윤걸 이사의 가르침이 있었다고 해도 매 작품마다 따라하고 싶은 ‘워너비 룩’을 만들어 내는 비결이 궁금했다. 끊임없이 샘솟는 아이디어 주머니 하나는 몰래 가지고 있을 것 같았다.
“스트리트 패션, 잡지, 블로거 같은 패션 피플 등 모든 것에서 모티프를 찾아요. 특별히 어떤 인물의 패션을 눈 여겨 본다거나 하지는 않고 순간순간 눈길을 끄는 이미지를 캡처해 두고 참고해요. 색감에서 팁을 얻는 것이 많았어요.”
무거운 옷가방을 들고 다니는 육체적인 노동은 둘째 치고 모든 사회생활이 그렇듯 이런저런 마음고생이 많지는 않았을까 궁금했다. 게다가 누군가의 뒤에서 늘 돌보고 주시해야 하는 일이다.
“평소 배우들과 대화를 많이 해요. 터놓고 이야기 하면서 새로운 스타일도 잡아보고, 서로 힘든 것도 풀고 그러죠. 저와 같이 작업한 배우들 중에서는 까다로웠던 사람은 없었던 것 같아요. 단순히 일만 본다면 이 직업은 정말 중독 같아요. 두 세 작품 하고 나면 일 년이 훌쩍 가버리거든요. 인터넷에서 실시간으로 일한 결과에 대한 반응을 보는 것도 이 중독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하는 한 가지죠.”
스타의 패션을 만드는 직업으로 사는 그도 어렸을 때는 연예인의 패션을 따라 하기도 했었다. 이승연의 헤어밴드, 김희선의 헤어스타일을 따라했던 것이 기억에 난다며 웃었다.
“배우들에게 스타일링을 하는 것이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링이기도 하죠. 꾸민 듯 안 꾸민 듯 한 거요. 블랙&화이트를 기본으로 재킷에, 면 티셔츠, 팬츠를 주로 입어요. 많이 꾸미는 편은 아니지만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이 있기 때문에 보여지는 것에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더라구요. 가장 좋아하는 아이템은 워커, 레깅스, 심플한 뱅글이에요. 소이현 씨랑 강희언니 스타일링에도 많이 적용했었죠.”
뻔 한 질문 같지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옷 잘 입는 비결. “너무 멋 내려고 하지 않는 것이요. 사실 생각처럼 쉬운 것은 아니에요. ‘어떻게 입지’생각하는 자체가 멋을 내게 되는 결과는 내니까요. 그래도 과하지 않게 스타일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가령 심플한 티셔츠에 예쁜 네크리스로 포인트를 주는 식이죠. 액세서리의 활용에서 세련된 패션이 판가름 되는 것 같아요”
올 봄에는 ‘컬러 포인트’패션을 눈 여겨 보고 있다며 ‘컬러팬츠’를 추천했다. 드라마 ‘7급 공무원’속 최강희의 패션에도 스타일링 했었다고.
인터뷰 말미에 ‘언제까지 스타일리스트를 할 생각이냐’고 대뜸 물었더니 특유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일이 재미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 일이요? 계속할 것 같아요. 10년 동안 했는데. 재미있어요."
자신이 세워 놓은 견고한 목표가 무너졌을 때 사람들은 방황하게 된다. 하지만 인연을 기대하며 하루를 만들어 가다보면 어느새 목표와 가까워 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윤하나 실장이 쌓아올린 10년의 세월도 그렇게 지금의 그를 만들어 준 것이 아닐까 가늠해 본다.
[매경닷컴 MK패션 송혜리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윤하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