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아티스트 공수경, 그녀가 말하는 ‘시간과 기억’ [헬레나의 그림이야기 ⑬]
입력 2013. 03.15. 11:14:30
우리가 어딜 가든, 누구와 함께 있든 그렇지 않든, 항상 함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계속해서 흘러가는 ‘시간’과 과거에 대한 ‘기억’입니다. 미디어 아티스트 공수경(37) 작가는 이렇듯 우리와 늘 함께 있는,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것들인 ‘시간과 기억’을 소재로 한국 대중에게는 다소 낯선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그에 따르면 시간은 곧 배열에 의해 원인과 결과를 가지는 스토리(story)라고 합니다.
[불빛의 흐름, 그 움직임을 통해 시간을 표현하다]

불빛으로 된 육면체가 놓여 있고, 육면체에는 물이 담겨 있는 듯 보입니다. 또 위로는 달이 비치고 있는 듯 불빛으로 그려져 있네요. 감상자가 육면체를 들어 움직이면 옆의 사면은 물이 육면체 안에서 넘실거리듯 빛으로 그려지고, 윗면의 달은 움직임에 따라 초승달에서 보름달까지 점차적으로 바뀐다고 해요.
‘호수에 뜬 달’이라는 제목을 가진 이 작품을 통해, 시간과 시간의 연결이라는 테마를 생각해 봅니다. 앞서 소개한 문지연 작가의 작품 카이로스(Kairos)를 다루면서도 한 번 언급했듯, 그리스어로 시간은 크로노스(Chronos)와 카이로스(Kairos)로 구분되는데, 크로노스는 흘러가는 시간을 의미하고 카이로스는 구체적인 사건이 일어난 의미 있는 시간을 뜻한다고 합니다.
구체적인 사건이 일어난 시간들은 모두 연결되어 있고, 그러한 시간들 속에 일어난 사건들을 연결해 보면 원인과 결과가 존재하는 하나의 ‘이야기’가 만들어 지는데요. 그러한 이야기들은, 사소한 것들 하나라도 돌이켜보면 그 의미가 없는 것이 없고 결국은 모든 것이 필연적인 것임을 알 수 있죠.
[시간의 숲, 그 속에 살고 있는 우리]

원형의 형태를 하고 있는 이 오브젝트들은, 원반 부분을 치면 자연스럽게 흔들리는 형태를 하고 있어요. 넓은 공간에 각기 배열되어 있는 오브젝트들의 사이를 감상자가 걸어 다니면 숲 속의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게끔 설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시간의 숲’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작품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가 바로 그러한 ‘시간의 숲’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우주와 함께하는 시간의 숲 속에서 인간은 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다른 존재들과 늘 어떠한 계기로든 마주하게 되고, 그러한 상호 작용으로 인해 어떠한 결과가 나타나죠.
그 숲 속에선 어떠한 방향으로 향하든,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의 끝이라는 공통된 목적지에 도달하게 되는데요. 그러한 끝에서는 모든 것이 부질없다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시간의 숲 안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우리는 저마다 희망과 꿈을 안고 살아갑니다.
[기억의 상자, 그 안에 담겨 있는 추억을 말하다]

공수경 작가에 따르면 이 작품에서 상자는 ‘기억’이라고 해요. 여러 개로 나누어져 있는 기억들을 각기 다른 상자에 넣어 둔 것 같아 보이게끔 한 이 작품은, 각기 상자들을 ‘실 전화’와도 닮은 마이크와 연결시켜 감상자들이 추억에 젖게끔 하는데요.
어렸을 때 종이컵에 실을 붙여 ‘실 전화’를 만들어 가지고 논 기억이 있으신가요? 신기하게도 소리의 파장이 실을 타고 종이컵으로 들어와, 정말 들리지 않을 것만 같은 이야기도 들렸던 기억이 있는데요. 이제는 그런 ‘실 전화’와 같은 존재를 믿지 않게 된 스스로를 돌아보며, 소박한 즐거움에도 마냥 기뻐했던 지난날의 기억을 상자에서 꺼내보고 싶기도 합니다.
공수경 작가의 작품은 감상자가 작품을 그저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작품과 함께 상호작용(interaction)을 하며 그 의미를 주체적으로 파악해 나갈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는데요.
이화여대에서 석사과정을 밟으며 미디어 아트를 접했을 때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작품 감상과 구상에 자기도 모르게 빠져들게 되었다고 하는 공수경 작가는, 그 이후 쭉 본인이 속해 있는 시간의 숲에서 하나의 분야만을 파고들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일본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서울예술대학에서 초빙교수로 후학 양성에도 매진하고 있는 공수경 작가. 앞으로도 그녀가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며 본인과 함께 하는 시간 속에서 좋은 기억들을 만들기를 바라고, 또한 작품을 감상하는 이들이 일상적인 것들을 특별하게 경험할 수 있게 하기를 기대합니다.
글: 헬레나 (문화예술 칼럼니스트) faithmyth@hanmail.net blog.daum.net/faithmy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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