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 이미숙이 아닌, 여자 이미숙에 취하다 [사진작가 김상근의 시간여행 (17)]
입력 2013. 03.25. 11:06:53

[매경닷컴 MK패션 간예슬 기자] 85년, 디자이너 하용수의 드레스를 입고 런웨이에 선 배우 이미숙은 여느 신부와 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면사포 대신 커다란 헤어 장식, 정형화된 업두 헤어스타일 아닌 숏커트를 선보인 그는 예사롭지 않은 여배우였다.
깊고 날카로운 눈매와 도톰한 입술, 늘씬한 몸매까지 당시에 보기 드문 세련된 외모의 소유자 이미숙은 80년대 그 누구보다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스타였다.
제일 처음 그의 끼와 재능을 알아봐준 건 TBC(동양방송). 당시 열아홉의 어린 나이였지만 이미숙은 또래와 다른 묘한 분위기를 가진 소녀였다. 1978년 ‘미스 롯데’를 통해 데뷔한 그는 1979년 영화 ‘모모는 철부지’를 통해 스크린에 얼굴을 알렸다.
영화 첫 출연에 당시 최고의 스타였던 가수 겸 배우 전영록과 커플로 호흡을 맞춘 이미숙은 단번에 톱배우로 급부상했다. 이후 영화 ‘불새’(1980), ‘밤이 무너질 때’(1983), ‘고래사냥’(1984), ‘그 해 겨울은 따뜻했네’(1984), ‘뽕’(1985) 등에서 순수함과 섹시함의 경계를 넘나드는 팔색조 매력을 선보이며, 원미경, 이보희와 함께 3대 여배우 트로이카를 형성하기도 했다.
한창 물오른 연기로 실력파 배우의 입지를 굳히던 그는 1989년 돌연 일본 유학길에 올라 하와이 HPU(Hawaii Pacific University)를 2년 동안 수료하고 고려대 언론대학원에 들어갔다. 이렇듯 그의 배움에 대한 열정은 후배 양성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1997년, ‘이미숙 장학재단’을 설립해 지금까지 후배 연기자 양성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80년대부터 90년대 초반까지 한해에 이미숙 주연 작품이 3편씩 개봉했을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펼쳤던 그는 결혼 생활과 학업에 몰두한 뒤 작품 수를 줄이게 된다. 그런 그가 파격 변신에 성공한 작품은 1998년 발표된 영화 ‘정사’.
10살 연하의 우인(이정재)과 사랑에 빠진 유부녀 서현을 연기한 이미숙은 한층 깊어진 연기와 여전한 관능미로 관객몰이에 성공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여자가 연상인 커플은 대중화 돼 있지 않았지만 이 영화가 개봉한 뒤 ‘연상 연하 커플’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됐을 정도로 센세이션을 몰고 왔다.

이미숙은 여배우라는 수식어로만 설명하기에 모자라다. 그는 50대가 된 지금까지 패션업계의 끊임없는 러브콜을 받고 있는 스타이기 때문. 아들과 비슷한 또래의 아이돌과 로맨틱 화보를 찍고, 타이트한 시스루 드레스를 입어 검색어 1위에 오르는 중년 여배우가 과연 몇명이나 될까.
20대 못지않은 탄탄한 몸매로 다양한 의상을 소화하는 이미숙이지만 그의 아름다움은 화이트와 블랙을 입었을 때 가장 빛을 발한다. 때로는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청순한 여인으로, 때로는 블랙 레이스 드레스를 입고 섹시한 요부로 변신해 매력을 과시한다.
최근 KBS2 주말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에서 톱스타 ‘송미령’을 연기하고 있는 이미숙. 극중 ‘송미령’이라는 인물은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스타로 살아온 이미숙의 페르소나다. 데뷔 이후 긴 공백기 없이 변치 않는 미모와 프로페셔널한 모습으로 대한민국 3대 여배우 트로이카의 위엄을 지키고 있는 이미숙. 그의 아름다움은 여전히 ‘살아 있다’.
[매경닷컴 MK패션 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사진작가 김상근, 티브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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