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유-정아’, ‘한혜진-기성용’ 나이차? 이들 앞에서는… [헬레나의 그림이야기 ⑯]
- 입력 2013. 03.26. 09:42:27
- 샤이니 온유와 에프터스쿨 정아, 그리고 배우 한혜진과 축구선수 기성용의 열애설로 연일 떠들썩한데요. 만일 두 커플의 열애설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각각 6살과 8살의 나이 차를 극복한 ‘연상 연하커플’이 맺어진 셈이 되죠? 그런데 간혹 역사 속 화가들의 사랑과 결혼 이야기를 살펴보면 이들보다 훨씬 더한 나이차를 극복한 경우도 있는데요. 바로크 시대의 대표적인 화가 루벤스와 그의 아내 헬레나가 그 주인공입니다.루벤스는 무려 ‘37살’이라는 나이차를 극복하고 그의 부인 헬레나 푸르망과 결혼하여 행복한 말년을 보냈다고 하는데요. 1626년 첫 부인이 세상을 떠난 후 루벤스는 1630년 당시 16살이던 헬레나와 재혼했다고 해요.
헬레나라는 필명을 쓰는 입장에서 루벤스와 헬레나의 경우를 보면, 제게는 아버지뻘인 사람과 결혼을 한다는 것이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간혹 이러한 ‘파더 피겨(Father Figure)’가 있는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사람들도 있다고 들었어요. 정말 사랑하면 어떠한 것도 극복할 수 있다고 하는데, 루벤스와 헬레나를 보면 그 얘기가 참 와 닿죠? 그의 그러한 사랑 때문인지, 루벤스는 자신의 그림에 그녀를 종종 등장시키기도 했습니다.
[삼미신]
루벤스의 대표작 중 하나인 ‘삼미신(1639년 作)’에는 아름다움과 빛을 상징하는 ‘아글라이아’와 우아함과 환희를 상징하는 ‘에우프로시네’, 그리고 축제와 기쁨을 상징하는 ‘탈레이아’가 등장하는데요. 서로 마주보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세 여신의 모습이 참 아름답죠?
바로크 기법을 대표하는 것이 바로 풍만한 몸매의 여인들을 등장시켜 아름답게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 그림에서 제일 왼쪽에 있는 여신의 실제 모델이 바로 루벤스의 아내 헬레나라고 해요.
[아내와 아들과 함께한 루벤스]
어린 아내를 맞아 행복한 말년을 보낼 수 있었던 루벤스는, 이렇듯 그림 속에서도 사랑하는 헬레나에게서 그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는데요. 이 작품은 루벤스의 1639년 작인 ‘루벤스와 그의 아내 헬레나 그리고 아들 피터 폴’입니다.
저도 인물화를 그려 봤지만, 누군가를 세밀하게 관찰하여 캔버스에 옮기고 또 작품을 완성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는데요. 루벤스는 헬레나를 너무 사랑했던 탓인지 어린 아들보다도 그의 부인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 것처럼 보이죠?
그림을 감상할 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은, 이렇듯 작품을 통해 화가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 때 더욱 커지는데요. 풋풋하면서도 화려한 모습을 한 그림 속의 헬레나는, 실제 삶에서도 그러한 아름다움을 간직하며 루벤스의 사랑을 듬뿍 받았을 것 같네요.
[한국 남자]
루벤스가 관심을 기울였던 대상은 비단 아내인 헬레나뿐이 아니었는데요. ‘한국 남자’라는 제목을 가진 그림에서는, 정말 말 400여 년 전에 루벤스가 이탈리아에서 만났던 한국 남자인 ‘안토니오 꼬레아(Antonio Corea)’가 등장합니다.
‘한국 남자’는 루벤스가 서양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한국인을 그린 그림이라는 의미도 가진 작품인데,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폴 게티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고 해요. 루벤스가 서양인으로서는 최초로 한국인을 그린 작품이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작품이기도 한데요.
작품의 속의 안토니오는 조선시대에 사대부부터 서민에 이르기까지 널리 애용되었던 ‘철릭(天翼)’이라는 의복을 입고 있는데, 1592년 일본이 조선을 침범해 임진왜란이 일어났고, 7년간의 전쟁이 끝난 후 일본인들이 조선인 일부를 포로로 잡아가게 되었다고 해요. 일본에 잡혀간 조선 포로들 중 몇몇은 당시 일본 나가사키 항구에 와 있던 이탈리아인 신부와 함께 이탈리아에 가게 되었다고 하는데, 안토니오도 그 중 한명이었겠죠? 이 작품은 유명한 역사 소설인 ‘베니스의 개성상인’의 주요 모티프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 당시 이탈리아에서 한국인을 본 루벤스는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요? 그가 이전까지 접하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대상을 만나게 된 것에 대한 얼떨떨한 마음 때문이었을지, 그의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다소 흐릿하다는 느낌도 주는데요. 실제로 루벤스의 마음에 비친 안토니오는, 실재하는 않는 존재처럼 몽환적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어떠한 대상을 화폭에 담는다는 것은, 어찌 보면 화가로서는 그 전 과정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렇기에 화가들은 정말 본인이 애착을 가지고 있는 대상이거나, 본인이 의도하지 않아도 계속해서 마음에 떠오르는 환영 같은 존재를 그릴 수밖에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루벤스가 그의 그림 속에 헬레나를 등장시켰던 것처럼 말이죠.
헬레나를 사랑했던 루벤스의 마음은, 아직까지도 그의 작품을 통해 엿볼 수 있는데요. 이렇듯 누군가의 애정 어린 시선을 계속해서 받는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겠죠? 꼭 그림의 주인공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해도 누구에게나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유난히 스타들의 열애 소식으로 떠들썩한 요즘, 이 글을 보시는 모든 분들에게 그러한 축복이 주어지기를 바랍니다.
※ 루벤스의 생애와 작품 설명 부분은 ‘할아버지가 꼭 보여주고 싶은 서양명화 101 (김필규 著)’을 참조하였고, ‘한국 남자’에 등장한 의상 설명 부분은 두산 백과사전을 참조하였습니다.
글: 헬레나 (문화예술 칼럼니스트) faithmyth@hanmail.net/ blog.daum.net/faithmy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