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패션위크’는 VIP를 위한 그들만의 잔치?
- 입력 2013. 03.30. 18:35:31
[매경닷컴 MK패션 김혜선 기자] 꽃샘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3월 마지막 주, 국내 최대 패션행사로 손꼽히는 ‘서울 패션위크’가 진행됐다. 올해는 여의도 IFC서울과 한남동 블루스퀘어 등 2곳에서 총 6일간 열렸다.
서울시를 비롯, 여러 패션협회와 패션계 관계자들은 이번 서울 패션위크를 통해 한류열풍에 힘입어 패션계를 한류패션으로 도약하고자 여러 가지 변화를 시도했다. 지난 2월 ‘컨셉코리아’를 통해 그 가능성을 보여줬으나 이번엔 ‘패션 한류를 대내외에 알리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글로벌 패션 축제’를 표방하기엔 미흡한 면이 많았다.무엇보다 시즌 내내 컬렉션 준비에 박차를 가했던 디자이너의 노력에 미치지 못한 점이 가장 큰 아쉬움이었다. 한층 높아진 감도와 완성도는 물론 트렌디함까지 향상된 컬렉션의 실질적 퀄리티를 좌우하는 하드웨어적인 부분이 여러 운영 미숙과 매해 붉어지는 고질적인 문제로 빛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내외 프레스와 바이어 외에도 패션을 사랑하는 패션피플과 이번 행사에 관심이 많은 서울시민, 이 컬렉션을 보기 위해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의 표정은 웃음 보다는 인상을 찌푸린 모습을 더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그 이유로는 장소에 대한 문제가 가장 많이 지적됐다. 여의도 IFC서울의 경우, 특별하게 무대를 제작하지 않는 이상 대부분 노출 콘크리트 위에서 런웨이가 진행됐다. 관객석과 런웨이가 가까운데다가, 이동 거리도 좁았던 터라 롱 드레스가 등장 할 때마다 먼지가 쇼장을 뒤덮었다. 스모그 못지 않은 무대 효과(?) 수준이었다.
여의도에서 대부분의 쇼는 2층에서 진행됐는데, 프레스와 바이어 혹은 VIP만 2층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었고 일반 관객들은 좁은 단 하나의 비상계단으로 줄지어 퇴장해야했다.
넥스트 제너레이션의 경우에는 54층까지 올라가야 해서 반드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야만 했고 단 6대의 엘리베이터로 모든 관객이 동시에 입, 퇴장을 하다 보니 쇼 때마다 입구는 북적거리기 일쑤였다.
두 번째로 아쉬운 점은 패션쇼를 찾은 셀러브리티로 인해 쇼가 지연되는 상황이 많았다는 점이다. 객석이 모두 꽉차도 참석 예정되어 있던 연예인이 입장하지 않으면 쇼가 시작되지 않은 경우가 몇차례 발생했다. 또한 스타를 위한 포토월이 따로 마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취재진과 파파라치, 블로거나 일반 관객들은 자리에 앉은 셀러브리티를 찍다보니 20~40분 지연되기도 했다.
한 쇼당 약 15분 정도 소요되는 점, 같은 장소에서 그 다음 쇼와의 시간 간격이 1시간 내외인 점을 생각하면 이와 같은 상황은 쇼 전반 운영에 차질을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한 중견 디자이너는 앞서 10여명의 셀러브리티가 참석한 쇼 때문에 자신의 쇼 일정이 늦춰져 백스테이지에서 상당히 민감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디자이너 계한희 컬렉션 쇼 경우 지드래곤과 씨엘이 참석한다는 소문에 일찍이 많은 화제를 낳았다. 쇼 당일에는 지드래곤과 씨엘이 착석할 때 사진을 찍는 이들을 가로 막기 위해 그 앞에서 일부 스테프가 장벽을 세우는 웃지 못할 헤프닝도 일어났다. 옷을 위한 쇼인지 연예인을 위한 쇼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의 상황은 셀러브리티가 참석하는 쇼 마다 이어졌다.
어떤 쇼에서는 도저히 시간을 지연시킬 수 없어 결국 셀러브리티와 VIP를 위한 자리를 비워두다가 일반인 관객을 급하게 사람 수에 맞춰 프론트 로우를 채우는 상황도 간간히 찾아볼 수 있었다. 맨 뒷 줄에 서있는 관객, 계단에 서있는 관객, 쇼장 입구에 북적거리며 서있는 관객 모두 똑같이 돈을 주고 똑같이 기다려 입장했지만 자리에 앉을 수 있는 경우는 그야말로 ‘복불복’인 셈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공간 협소와 시간 지연 등의 문제보다 심각한 ‘일반인 관객’에 대한 호스트의 태도다. 서울시장이 직접 쇼를 관람하기도 했지만 돈을 주고 티켓을 산 일부 관람객은 쇼를 못보는 상황이 일어났다. 일반인 관객들의 입장을 제한하고 환불소동이 몇차례 일어났기 때문이다.
지춘희의 미스 지 컬렉션, 최범석의 제너럴 아이디어가 가장 대표적인 예. 취재진 역시 사전에 주최측으로부터 취재신청을 허가받았지만 디자이너로부터 직접 초청된 취재진만 참석 가능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에서 전개하는 김재현의 자뎅드슈에뜨 컬렉션은 아예 바이어의 참석을 제한했다. 초청받은 VIP 티켓이 있는 이들도 VVIP(R.S.V.P 티켓이 따로 있는 경우)가 아니면 입장조차 할 수 없었다. 쇼가 시작되고 난 후에야 본사 관계자가 기다린 100여명의 관객에서 죄송하다고 했지만 이 쇼를 보기 위해 기다린 관객의 마음은 이미 상한 듯 보였다.
그밖에 관객석이 만석이 되면 보디가드나 쇼 대행 관계자는 “죄송하다. 하지만 우리는 상황을 잘 모른다. 위에서 들여보내지 말라고 했다”며 1층 로비에서 VIP, 일반인의 출입을 막기에만 바빠 보인 쇼도 몇 됐다.
여의도 IFC에서 만난 패션학도 권모씨 (21)는 “돈 주고 티켓을 샀기 때문에 안 볼 수도 없다. 선착순 입장에 입석도, 계단에서 쭈그려 서서라도 인기 있는 디자이너의 쇼는 꼭 보고 싶다”라며 “하지만 유명 쇼 일부는 애써 기다려도 2번이나 로비의 전광판으로 쇼를 볼 수밖에 없었다”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패션쇼를 보러 온 김모씨(28)는 “그나마 쇼를 볼 수 있으면 다행이다. 환불 받으면 안팎에서 추위에 떨며 기다린 보람이 없다”라며 “어떤 컬렉션은 쇼가 시작되고 나서 입장 못한 관객에게 사과하기도 했다. 주최 측의 처사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왜 지정좌석제가 없는지, 그도 아니면 대략적인 참석 인원을 파악하고 일반인 티켓 수를 정해서 판매할 수 없는지 답답하기만 하다”라고 호소했다.
서울패션위크가 언제부터 이렇게 VVIP만을 위한 그들만의 잔치가 됐을까. 사전 초대만으로도 객석이 꽉 찬다면 굳이 서울시 주최로 일반 대중들이 예매를 할 필요가 있을까. 장소에 대한 해결책, 셀러브리티와 VIP 중심의 관람, 무대의 안전성과 환불 등의 일년에 2번씩 불거져오는 고질적인 문제에 대한 확실한 대책이 없다면 더 이상 서울 패션위크는 아시아에서도, 대한민국에서도 환영받지 못할 행사가 될 것이며 패션한류는 그야말로 ’희망사항’으로 그치고 말 것이다.
[매경닷컴 MK패션 김혜선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송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