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의도 vs. 한남동, 둘로 쪼개진 서울패션위크
- 입력 2013. 04.02. 11:28:04
- [매경닷컴 MK패션 김희선 기자] 6일간 총 75회의 패션쇼가 펼쳐진 2013 춘계 서울패션위크가 지난 30일 막을 내렸다. 여의도 IFC몰과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각각 개최된 이번 행사는 주최도 홍보도 진행도 둘로 나뉜 채 이루어졌다.
알려진 바와 같이 여의도 IFC몰 행사는 서울시 지원금으로 치러졌다. 서울시 주최, 이노션 주관으로 서울 컬렉션과 제너레이션 넥스트, 패션페어, 패션프레젠테이션 등이 진행됐다. 반면 한남동 블루스퀘어 행사는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CFDK) 주관으로 소속 디자이너 26명의 개인 비용과 민간자본 후원을 받아 개최됐다.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 이상봉 회장은 컬렉션 기간 내내 블루스퀘어 프레스룸에서 기자와 바이어, 패션계 관계자에게 반쪽짜리 행사가 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설명하느라 바빴다.
그는 “일단 서울시의 지원 예산이 줄어든 것이 첫 번째 이유다. 서울시에서 삼십 명 정도의 컬렉션을 주장하다보니 많은 디자이너를 수용할 수 없게 됐고, 이 또한 신인 중심으로 방향이 잡히면서 차라리 우리 선배들이 자구책을 가져보자는 의미로 따로 나와서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시 문화관광디자인본부 문화산업과 관계자는 “예산이 축소된 것은 사실이나, 과거 패션쇼만 지원하던 것에서 쇼보다는 홍보 마케팅 등 다른 방향으로도 지원하라는 예결위 주문이 애초에 있었다. 쇼가 둘로 양분됐다는 건 옳지 않다. 디자이너 최범석은 논현동 클럽 옥타곤에서 하지 않았나. 해외의 경우처럼 디자이너들이 외부에서 자유롭게 쇼를 열면서 우리는 패션위크 안에서 다양한 쇼를 아우르는 역할을 하는 것이며, 한 곳에서만 쇼가 열리면 디자이너의 창의성이 제한되는 측면도 있다”고 반박했다.
물론 뉴욕과 밀라노, 파리 등 해외 컬렉션은 대부분의 쇼가 각기 다른 곳에서 진행돼 프레스와 바이어가 매번 쇼장을 찾아가는 것이 당연시돼 왔다. 하지만 해외 컬렉션은 열심히만 뛰어다니면 하루에 열리는 주요 무대를 거의 관람할 수 있지만 이번 서울패션위크는 달랐다. 26, 27일 아침 10시 양쪽에서 동시에 쇼가 열렸으며, 이후엔 겹치는 시간이 없도록 쇼를 배정하긴 했지만 문제는 그 간격이 30분이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쇼 시작이 지연되고 컬렉션 시간이 최소 15분임을 감안하면 여의도와 한남동을 오가며 모든 쇼를 관람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결국 대부분의 프레스와 바이어가 날마다 여의도와 한남동 중 한 곳만을 선택해 그 곳의 일정에만 올인, 사실상 반쪽짜리 컬렉션을 봐야만 했다.
서울시의 예산 축소에는 서울패션센터 폐쇄도 물론 관련이 있다. 이상봉 회장은 “예산만 줄었으면 괜찮은데 인력도 줄었지 않나. 게다가 그동안 컬렉션을 개최해 온 대치동 세텍(SETEC)은 많지 않은 비용으로 대관이 가능했지만 이번엔 컬렉션에 들어가야 할 비용이 대부분 설치비로 들어갔다. 컬렉션 장소와 담당자가 바뀌었으니 새롭게 예산을 배분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이 전혀 감안되지 않은 채 숫자상으로만 얘기하는 것은 문제가 있으며, 예산만 준 것이 아니라 서울패션센터와 관련 직원, 그리고 행사를 관리하던 업체 모두가 사라진 셈”이라 말했다.
패션위크 기간 동안 두 행사는 프레스와 바이어만을 공유할 뿐, 보도자료 배포, 웹하드를 통한 정보공유, 웰컴파티와 클로징파티 등 대부분이 독립적으로 이루어져 온전히 별개의 행사로 느껴졌다.
이와 관련해 디자이너의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상봉 회장은 “어찌 보면 그동안 서울컬렉션이라는 이름으로 디자이너의 의타심이 강해진 것도 사실이다. 누가 만들어주지 않으면 아무 것도 못한다면 그 또한 문제 아닌가. 신인 디자이너들이 큰 장소에서 컬렉션을 선보이는 것을 당연시하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또한 그는 제너레이션 넥스트의 비중이 지나치게 크다고 지적하며 외국처럼 하루에 몰아 신진 디자이너의 무대를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서울시 관계자는 “런던과 뉴욕 등에서 컬렉션 기간 중에 수많은 오프 쇼가 전개되는 것처럼 서울패션위크의 다양한 쇼를 오프사이드에서도 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패션위크는 끝이 났고 이제 상호간의 공격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 이상봉 회장은 “처음이라 어렵고 예민한 부분도 분명 있지만 행사를 치르면서 한국 패션이 한 단계 진보될 것이라 생각한다. 어떻게든 서울컬렉션이 하나의 행사로 인정받길 바란다. 대신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함께 고민해야 하며, 서울시에서도 어느 정도는 지원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역량 있는 신인도 많이 배출되고 전체적인 컬렉션 퀄리티도 향상됐다. 서울컬렉션이 세계 5대 컬렉션으로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패션이 아시아 허브가 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디자이너 장광효 또한 “큰 일에는 시행착오가 따르기 마련이다. 서로가 이해하면서 잘 넘어가길 바란다. 내년엔 동대문으로 옮겨갈 테니 올해까지만 한 번만 더 수고로운 노력을 기울이면서 서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며 원만한 행사진행과 패션계의 앞날을 걱정했다.
내년엔 새로 완공될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춘계컬렉션을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완공 및 개관 시기가 계속 늦춰지고 있는 것처럼 이 또한 계획일 뿐 변수는 존재한다. 또한 서울시 관계자는 예산 배정은 해당부서 담당자의 업무로 앞으로 패션 분야의 예산이 늘어날지 줄어들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향후 민간이 주도하는 패션축제로의 발전도모 차원으로, 그리고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는 디자이너의 자생력 회복의 기회로 이번 사태의 긍정적 측면을 애써 부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패션강대국’과 ‘패션한류’를 위해 서로를 인정하고 보듬어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매경닷컴 MK패션 김희선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진연수 기자, 서울패션위크 홍보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