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멀티형 패션피플 간호섭 교수를 만나다 ② [인터뷰]
- 입력 2013. 04.02. 19:11:00
[매경닷컴 MK패션 김혜선 기자] 지난해 간호섭 교수는 누구보다 바쁘게 한 해를 보냈다.
2012년에만 ‘내가 나일 때 가장 빛난다’와 ‘런웨이 위의 열정으로 패션을 완성하라’ 등 ‘프로젝트 런웨이 4’를 시작할 무렵 2권의 책을 냈다. 그 중 ‘내가 나일 때 가장 빛난다’라는 책은 자신이 늘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걸 썼다고 밝혔다.“날 대신할 사람도 없고, 날 무시할 사람도 없고, 내가 누굴 비난 할 필요도 없어요. 다 고유의 색깔이 있는 거지. 누가 꾸민다고 바뀌는 건 아니잖아요. 그렇지 않아요?”
“부모님도 자식이 원하는 분야에서 빛을 보길 원하는 이들이 많아졌잖아요. 강요한다고 잘 되지 않아요. 요즘 중국집 가도 누가 통일해서 음식 시키나. 옛날에는 주문할 때 그런 말 하면 욕먹었죠. 그만큼 세상이 자신만의 개성을 존중해주는 시대로 무르익고 있는 거에요.”
같은 해 9월에 펴낸 ‘런웨이 위의 열정으로 패션을 완성하라’는 방송을 통해 잘 알려진 후 출판사에서 제의가 들어왔다고. 보그, 바자 인터뷰를 많이 했지만 방송과 패션계 인사들만 보는 것, 학생들만 보는 것이 아닌 그 외의 사람들이 모두 볼 수 있는 대중서를 내고자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그 전까지 의상학을 공부하는 학생만을 위한 교재만 만들다가 자기계발서와 같은 책을 냈는데 이젠 라이벌이 혜민스님이나 김정운 교수라는 농담도 잊지 않았다.
이 책은 앞부분은 필모그래피, 중간은 프런코와 같이 지금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 마지막은 미래에 대한 조언 등으로 구성됐지만 결코 “자서전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그냥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해 내가 살아오고 생각한 것을 그냥 솔직하게 썼을 뿐이라고.
그는 교수를 하면서 학생들에게 유학이나 진로상담을 많이 해주는 편이다. 하지만 청소년이나 패션학과를 진학하고 싶은 이들과 모두 만나서 얘기할 수는 없는 법. 그래서 책을 통해 구체적인 내용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성공담만 쓰는 것이 아니라서 사람들이 공감할 것 같더라고. 물론 원래 제 인생 자체가 완벽하게 ‘좌절’을 맛 본 적도 없어요. 내 책을 읽은 독자평의 대부분은 ‘이 사람을 참 굴곡 없이 살았다’라는 말이 많았지. 그래도 마지막에는 ‘그래도 참 열심히 살았다, 치열하게 살았다’는 평이 있어서 뿌듯했죠.
책 뿐만 아니라 간호섭 교수는 홈쇼핑 업계의 떠오르는 별로 떠올랐다. 과거 구준엽과 함께 현대 홈쇼핑에서 ‘G-LIMIT’이라는 브랜드를 론칭 한 적이 있던 그는 노하우를 살려 토요일 자정에 방송되는 현대홈쇼핑의 ‘트렌드 톡’에서 활약 중이다. ‘트렌드 톡’은 현재 기획 상품 위주로 선보여 목표보다 107% 높은 실적을 보이고 있다. 가히 연예인 뺨치는 파워다. 특별한 비결이 있을까.
“패션계는 절대 혼자 다 할 수 없어요. 옷 만들어 본 이들은 알 걸요? 광고도 잘해야 하고 홍보도 잘해야 하고 판매 직원까지 모두가 중요해요. 자신이 디자인을 아무리 잘 한다고 해도 남 도움 없이는 절대 잘 될 수가 없는 곳이 바로 패션계에요. 홈쇼핑도 주변 스태프들과 쿵짝이 잘 맞아서 시즌2까지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아요.”
인터뷰 내내 “패션계는 철저히 ‘장사’ 즉 ‘비즈니스’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 그는 한편으로 옷 하는 사람 입장에서 너무 상품화, 소비화되어 가는 요즘 패션계와 소비 행태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옛날에 옷은 투자였잖아요. 옛말에 ‘중매 잘 서면 옷 한 벌 얻어 입는다’는 말이 있듯이. 그런데 요즘은 그런 말 안하잖아요. 누가 요새 옷을 떨어질 때까지 입나요? 오히려 ‘티셔츠 한번 입고 버려 뭘 내년까지 입어’라는 소리하죠. 그만큼 옷에 대한 귀중함이 없어진 거죠. 이건 비단 SPA 브랜드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저는 실제 아버지가 맞춰 입은 양복 재킷도 몇 개나 있어요. 얼마나 의미 있고 좋아. 지금 입은 가죽바지도 10년 째 입고 있는 건데요 뭘. 옷에 대한 경시 풍조, 이것도 결국 과소비죠. 비싼 옷 한 벌 만큼이나 싸다고 많이 사는 것도 사치에요.”
간호섭 교수는 자신이 정한 중심 안에서 한 번도 벗어나본 적이 없다. 패션 이외의 일은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누구보다 떳떳하다. 패션 프로그램 프런코도, 홈쇼핑도, 교수도로 패션 멘토로서 그 만의 역할이 있었다. 그래도 이렇게 일이 많으면 지치고 부담스럽기도 할법 하다. 그에게 일에 대한 부담은 없었을까.
“저를 많이 찾아주는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안 저를 안찾고 제가 할 일이 없으면 불안하죠. 하하. 20대는 일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소망하고 그래서 공부를 하죠. 30대가 되면 일에 매진을 하고 40대에는 내 중심을 찾고 제대로 된 일을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제가 그렇죠. 시간의 여유가 없는 것이 부담이지 일이 많은 것 자체는 행복해요.”
이렇게 교수로서 그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을 만큼 왕성한 활동 중인 그에게도 아직 더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고 했다.
“제 마지막 꿈은 공간 ‘아틀리에’를 갖는 거죠. 원하고 끝까지 하면 되더라고요. 65세 정년이 되도 그 후에 할 일이 필요해요. 요즘은 나이 먹어도 다들 펄펄하잖아요. 사람들은 제 나이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남들보다 일찍, 더 많이 이뤘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여전히 내공을 쌓는 중이에요. 훗날 제 아틀리에를 위해서!”
[매경닷컴 MK패션 김혜선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진연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