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를 통한 이미지의 재구성을 꾀하는 화가 이만우 [헬레나의 그림이야기 ⑰]
입력 2013. 04.03. 08:34:43
TV를 보다가, 혹은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스트레스를 받았던 적이 있으신가요? TV나 인터넷과 같은 매체를 접하다 보면, 종종 알고 싶지 않은 정보에 노출되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있죠. 아니면 좋아하는 프로그램 시청하다가, 혹은 알고 싶은 정보를 찾다가 전파의 방해로 인해 화면이 일그러지는 순간에도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TV를 보다가‥’라는 제목이 붙은 이만우 작가의 작품은, 유독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에 심취해 시청하던 중 갑자기 화면이 일그러지는 순간 치솟는 스트레스를 표현하고 있는데요.
지극히 감각적이면서도 예민한 사람들은, 사소한 자극에 노출되더라도 평범한 사람들에 비해 그 자극에 반응하는 정도가 남다르다고 할 수 있죠. 비단 TV를 볼 때 뿐 아니라, 자의에 반하는 무언가에 의해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내면에서 생성되는 불안한 에너지를 그림을 통해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을 보며 저는 인터넷에 난무하는 자극적인 기사들이 떠올랐는데요. ‘깜짝, 충격, 파격, 환상, 아찔, 무려, 후덜덜, 여신’과 같이 과장된 키워드가 들어간 기사들은, 보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진실된 정보를 담고 있기보다 다소 작위적인 내용으로 마우스 클릭을 유도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인터넷 뉴스가 종이 신문을 대체하고 있는 요즘, 저와 비슷한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분들이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렇듯 상당수의 정보들이 조작되고 보도하는 사람들의 의도에 따라 왜곡되기도 하는데, 이러한 인위적인 조작을 나타낸 이만우 작가의 작품 중 ‘풍경’ 시리즈는 인간에 의해 변모된 자연의 모습을 보여주며 그 속에서의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게 합니다.

트렉터나 콤바인이 논바닥을 지나간 자국을 보면, 인간의 행위가 하나의 풍경을 만들고 기존 풍경의 인식체계를 뒤흔들게 되는데요. 사람이 만들어낸 것들이 어떤 면에서는 날조되고 과장되어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러한 인위적인 변모가 기존의 대상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기도 합니다. 얼핏 봤을 땐 논바닥인지 알 수 없는, 이만우 작가 작품에 나타난 풍경처럼 말이죠.
이만우 작가가 나타내고자 하는 이미지의 재구성을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작품이 있는데요. ‘삼풍백화점 붕괴 이후…’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1995년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를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었던 삼풍백화점의 붕괴 이후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는 모습을 찍은 한 장의 보도사진을 캔버스에 옮겨 그린 것이라고 합니다.

작가가 나타내고자 했던 작품의 원형적 메시지는 사회 고발적이지만, ‘이끼’를 모티프로 해 녹색이 작품의 바탕을 이루는 색이 되게끔 하여 작품 자체가 보도사진으로 느껴지지 않는 효과를 준 것에 주목할 만한데요. 작품의 이미지를 사건 사고의 표현으로 단순화 한 것이 아니라, 보도사진을 회화로 나타냄으로써 이미지 자체를 재구성한 점이 흥미롭습니다.
그림이든 사진이든, 대상의 어떠한 면에 포커스를 맞춰 기존의 대상을 재해석한다는 점에서 그것 자체가 객관성을 지니기는 힘들다고 하죠. 이만우 작가가 본인 작품을 통해 나타내려고 한 것 역시, 그러한 기존 이미지의 회화를 통한 재구성인데요. 작가가 대상을 어떻게 해석을 하느냐에 따라 재창조되는 결과물이 달라지는데, 실제로는 매우 아름다워 보이는 것도 회화로 표현되면 다소 엽기적인 것으로 보이기도 하고, 얼핏 보기에는 평범해 보이는 대상도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렇듯 대상을 자유롭게 표현해 낼 수 있다는 것이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의 특권이기도 한데요. 때로는 본인이 받는 스트레스를 시각적인 아름다움으로 승화해 내기도 하고, 사회 고발적인 메시지를 던지기도 하는 이만우 작가가, 앞으로도 스스로의 창조적인 표현을 통해 다양한 이미지들을 재구성해 나갈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글: 헬레나 (문화예술 칼럼니스트), faithmyth@hanmail.net/ blog.daum.net/faithmy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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