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뷰티 블로거들의 리뷰와 홍보, 그 아슬아슬한 경계
- 입력 2013. 04.04. 12:01:00
[매경닷컴 MK패션 김혜선 기자] 대학생 이 모씨는 최근 유행하는 비비드 메이크업을 하기 위해서 포털사이트에 ‘형광 립스틱’으로 블로그 검색을 한 다음 제품을 구매할 생각이다. 가끔씩 과장된 정보 때문에 속은 적도 있지만 여러 브랜드를 비교한 내용이나 광고와 달리 현실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요즘은 이 씨처럼 화장품을 구매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그래서 뷰티업계에서는 억대 CF 모델만큼이나 매출과 홍보에 영향력을 미치는 존재인 ‘파워 블로거’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파워 블로거는 존재 자체가 없었다. 인터넷 문화가 가속화 되면서 블로거가 등장, 그들의 파워는 까다로운 소수의 소비자를 넘어 ‘미친 존재감’ 수준이 됐다. 요즘은 파워 블로거를 가히 ‘1인 미디어’로 불릴 정도다.
게다가 스마트 폰이 보편화 되자 그들의 파워는 더욱 커졌다. 이씨처럼 제품을 사기 전에 손 안의 핸드폰으로 제품을 검색해보고 블로거의 글을 읽어 보기 시작하는 문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
과거 방문 판매가 주름 잡던 시대에 화장품 업계의 숨겨진 1등 공신으로 불리며 매출을 좌우하던 ‘입소문’은 이제 한 물 갔다. 바야흐로 LTE 시대가 도래 하자 입소문보다 무서운 인터넷 소문, 다시 말해 블로거의 포스팅(게시글을 작성하는 행위 혹은 게시글)에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게 됐다.
이제 업계에서는 신제품을 론칭 할 때 뷰티 클래스를 마련, 파워블로거를 초청해 제품 테스트와 제품을 활용한 스타일링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 코스가 됐다. 굳이 따지면 과거의 ‘소비자 품평회’ 라고 할까.
그러나 이제 블로거들은 소비자를 대표한 품평단으로서 그 역할과 의미를 잊은 지 오래다. 직접 사용을 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솔직한 뷰티 정보를 리뷰로 보여주기 보다는 브랜드와 손을 잡고 홍보성을 띈 정보제공을 하는 역할에 치중하고 있다.
물론 모든 블로거들이 그런 것은 아니다. 공신력 있는 블로거가 있기에 여전히 그들의 파워는 세다. 그러나 파워 블로거라는 기준이 모호하다보니 그 타이틀을 사칭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또한 마치 자신의 의견 인양 홍보성을 둔갑한 포스팅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고, 기존의 파워 블로거 역시 블로거가 아닌 마케터로 변해버렸다.
그야말로 정보의 홍수 속에서 네티즌은 이제 어떤 포스팅을 믿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게 됐다. 이젠 ‘블로그 마케팅’이라는 말이 생겨날 만큼 이제 블로그는 하나의 마케팅 수단으로 변질되어 버린 것이다.
요즘은 기업으로부터 현금, 쿠폰, 제품을 협찬 받다보니 솔직한 리뷰를 쓰기가 어려워진 실태다. 유명 뷰티 파워블로거의 블로그를 들어가면 직접 구매, 신날하게 비판하던 포스트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최근 뷰티 블로거로서 활동을 중단한 파워블로거 A씨는 “같은 블로거로서 요즘 뷰티 블로거들이 상업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이 안타깝다. 화장품을 좋아해서 쓰던 포스팅들이 홍보 글로 변해간다”며 “디자인 관련 유명 블로그에 어느 날 보니 성형외과 광고 포스팅이 있고, 요리 관련 블로그에 가보니 피부과 화장품 리뷰가 있더라. 자기만의 색깔을 잃어가고 있다”고 우려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 “유명한 블로거라면 기업의 협찬 제의를 한번쯤은 받아봤을 것 이다. 고가의 에센스 한병이 15만원 선인데 2개만 협찬 받아도 30만원 어치다. 그런데 여기에 포스팅 한 건당 20~30만원 씩 현금이 추가로 오고가는 경우도 있다. 한 달에 10건만 올려도 300만원인데 이 정도면 대기업 신입 월급 수준 아닌가. 만약 파워블로거라면 웬만한 직장인 대리급 보다 더 잘 벌 것이다. 대부분의 블로거는 별도의 직업이 있거나 굳은 소신이 있지 않는 이상 이런 협찬과 현금 거래를 거절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파워블로거 B씨는 MK패션과의 인터뷰에 상당히 민감해하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는 “기업에서 협찬을 받을 경우 본사에서 직접 글을 수정해 달라는 지시를 받기 일쑤다. 더 이상 포스팅을 자유롭게 쓰긴 어려운 실정”이라며 “블로거를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해외 뷰티 브랜드보다 국내 뷰티 브랜드가 많다. 유명 블로거 사이에서는 이미 어떤 브랜드가 돈으로 블로거를 섭외하는지 다 알기 때문에 포스팅을 보는 분별력이 생겼다. 그러나 대중들은 잘 모르고, 유명 블로거는 소수에 불구하기 때문에 이런 함정을 이용해 마케팅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파워블로거에 대한 어두운 면이 많아지자 정부도 발 벗고 나섰다. 기업으로 받은 수익금과 협찬은 모두 세금 없이 거래되고 있는 점, 대부분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아 과세 근거 자료가 없는 점을 지적, 지난 2011년부터 국세청은 파워 블로거 탈세 조사에 착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뷰티 블로거는 아니지만 이 과정에서 억대 탈세 혐의와 불법 거래를 진행한 4명의 파워블로거는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기업과 블로거 사이의 불공정거래는 계속되고 있다. 인터넷 문화의 발전에 비해 성숙도 투명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이상, 리뷰와 홍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뷰티 파워 블로거가 원래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오긴 당분간 힘들 것 같다. 그저 네티즌 스스로가 광고라는 화장에 가려진 솔직한 리뷰를 가려내는 능력을 기르는 수밖에.
[매경닷컴 MK패션 김혜선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mk패션, photopar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