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델 송해나 “내 키는 168.9! 키 대신 끼를 가졌죠” ① [인터뷰]
- 입력 2013. 04.04. 15:58:06
- [매경닷컴 MK패션 김희선 기자]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이하 도수코)’ 시즌2 출신으로 우승자 진정선 만큼이나 주목받는 모델이 있다. 겨우(?) ‘톱4’란 타이틀뿐이지만 캐주얼의류 광고와 맥주 광고, 뮤직비디오와 방송을 오가며 바쁘게 활동 중인 송해나. ‘지드래곤의 그녀’로 얼굴을 알린 그는 ‘호야와 동우의 그녀’에 이어 ‘무한도전의 미녀’로 등장하더니 얼마 전엔 ‘노홍철의 그녀’로 함께 화보도 찍었다.타고난 완벽함보다는 어딘가 부족해 보이지만 꿋꿋하게 이겨내는 사람에게 왠지 모르게 정이 간다. 그래서인지 단신의 그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방송 당시 시청자의 열렬한 응원을 받았다.
“마지막 촬영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톱2는 누가 봐도 정선이와 슬기로 좁혀졌고, 그래도 잘 하면 나도 희망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지만 플랫슈즈를 신는 순간 ‘아! 마지막이구나’ 싶었어요. 키 때문에 콤플렉스가 많았는데 역시나 그 미션을 끝으로 떨어졌죠. 하지만 마지막 사진도 맘에 들고 좋은 평을 들어서 행복했어요.”
본의는 아니었지만 키 얘기부터 시작하게 됐다. 앞서 말한 마지막 촬영에서 그는 플랫슈즈를 신은 발뒤꿈치를 들어올리는 영리함으로 사진작가 조선희의 극찬을 받았다.
촬영 콘셉트를 재빠르게 이해하고 표현하는 타고난 끼로 톱4까지 진출한 그는 사실 인터넷쇼핑몰 모델 출신.
“스튜어디스를 꿈꾸며 중국어과에 입학한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대학교에 들어가자 부모님이 이제부턴 알아서 돈을 벌라 하셨죠.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데 마침 길 가다가 우연히 쇼핑몰 모델 제안을 받았어요. 다행히 어릴 때부터 사진 찍는 걸 무척 좋아했던 저로선 흔쾌히 수락했고 오디션을 거쳐 일을 시작했는데, 운이 좋았는지 유명한 사이트에서 제안이 이어져 활동을 계속했어요.”
인기 있는 사이트의 모델로 나름 유명세를 타던 시절이었다. 이후 정식 패션모델로 데뷔하자 여기저기서 좋지 않은 시선이 느껴졌다. 쇼핑몰 시절 예쁜 척, 귀여운 척 하면서 편하게 촬영했던 그였지만 감정과 포즈를 계속 지적받으면서 하이패션의 어려움을 실감했다고. 하지만 당시의 오랜 경험은 카메라 앞에서 불편해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포즈를 취하는 데 분명 도움이 됐다 확신한다.
쌍꺼풀 없이 도톰한 눈과 통통한 볼 그리고 크지 않은 키. 분명 그는 여느 패션모델과는 많이 다르다.
“일단 ‘유니크하다’고 많이들 얘기하시는데 전 좋아요. 운도 좋았고 시대와도 잘 맞았다 생각해요. 제 키는 168.9cm, 모델로선 한참 모자라는 조건이죠. 하지만 동양적이지도 서구적이지도 않은 마스크와 말투가 매력적이라고 많이 말씀하세요. 그래서 방송도 많이 하는 것 아닐까요(웃음).”
그 독특함 때문일까. 분명 그는 같이 출발한 모델 동료들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소속사 방침인지 본인이 고집하는 길인지 궁금해진다.
“의뢰가 들어오면 회사에서 저를 추천하는 경우도 있고 처음부터 제 스케줄을 묻기도 해요. 제가 빈폴 CF로 데뷔해서인지 광고 이미지가 있었던 것 같아요.”
여러 명이 미팅을 가더라도 캐릭터가 독특하고 표현력이 좋아 송해나가 최종 발탁되는 경우가 많다고 소속사 스태프가 귀띔한다. 송해나보다 체격조건과 비율이 훨씬 좋은 모델이 많은데, 동료들의 질투는 없을까.
“분야가 좀 달라요. 저는 런웨이를 많이 못 서서 그 친구들에게 부러움이 있는 것처럼 그들은 패션쇼와 잡지화보를 많이 하고 다만 TV에 조금 덜 나오는 것에 대해 아쉬워할 뿐 질투는 없어요, 아마 없을 걸요 하하.”
모델 중에서는 진정선과 박슬기 등 도수코 출신과 친하다는 그는 안재현과도 매우 가까운 사이. 덕분에 이상형 서인국과 통화도 했다며 갑자기 수줍어한다.
“서바이벌 프로그램 출연으로 인지도가 정말 높아졌어요. 그로 인해 ‘도수코’ 타이틀로 일도 많이 했구요. 하지만 시즌제라는 것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어요. 제가 아무리 활동을 많이 해도 다음 시즌에 나오는 친구들이 새롭게 ‘핫’해지니까요. 제 활동을 유지하지 못하면 다음 친구들에게 밀리게 되는 건 당연해요.”
인기리에 방송중인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올스타’에도 출연한 그는 자신의 키 때문에 옷이 살지 않을까봐 걱정과 미안함이 앞섰다고. 누구든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떨어지면 항상 마음 아프다는 그는 본인의 경험을 떠올리는 듯하다.
“사실 프로그램 방송 이후 엔터테인먼트사에서 많이 연락이 왔어요. 주변에서도 모두 그 쪽을 추천했구요. 그런데 저는 도수코에 출연할 때도 사람들이 저를 연예인으로 보는 것이 싫다고 말했어요. CF에 연이어 출연하면서 패션모델로서의 강한 이미지를 갖지 못할까봐 걱정됐거든요. 엔터테인먼트사에 가서 연기하고 광고하면 더 잘 되지 않았을까 생각도 했지만 현 소속사 아니면 이렇게 지원받을 수 있었을까 싶어 지금은 잘 선택했다고 생각해요.”
도수코 MC이자 소속사 선배인 장윤주는 만날 때마다 “아이고 해나아~”라며 살갑게 반겨주는, 배울 점 많은 롤모델이다.
“데본 아오키도 닮고 싶어요. 키도 작고 비슷하다구요?(웃음) 예전부터 그냥 좋아했는데 일을 시작하고 나니 주위에서 닮았다고 얘기하네요. 일단은 뭔가 비슷해야 닮을 수도 있는 것 아니겠어요?”
이젠 주변의 달라진 반응을 확실히 느낀다. 친구들조차 사인을 요구할 땐 정말 부끄럽지만 말할 수 없이 기분 좋다고. 다만 유치원교사인 여동생은 아주 유명한 것도 안 유명한 것도 아닌 언니의 ‘애매한’ 인기로 인해 불편해한다며 깔깔 웃는다.
발랄한 웃음과 거침없는 말투가 무척이나 인상적인 이 아가씨는 인터뷰 내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술술 얘기를 이어가 함께 자리한 소속사 스태프를 살짝 당황시켰다. 듣기 좋은 목소리로 한참을 재잘거리고는 “아~ 재밌다”며 웃는 모습이 더없이 사랑스럽다.
“그동안은 키 때문에 컬렉션에 많이 서지 못했는데 이번 서울 패션위크에선 8개 쇼에 섰어요. 작년보다 많아져서 기분 좋아요.”
패션위크에서 만난 송해나는 ‘스티브J & 요니P’ 컬렉션에서 이효리가 입고 관람해 화제가 된 프린트 의상으로 런웨이를 누볐다. 그리고 그의 사진은 순식간에 SNS로 퍼져나갔다. 지금 가장 ‘핫’한 여자모델임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매경닷컴 MK패션 김희선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송선미 기자, MK패션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