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리오너라~" 조선 3대 명주(名酒) 감홍로, 이강주, 죽력고의 이태원 나들이
- 입력 2013. 04.05. 10:16:42
- [매경닷컴 MK패션 차평철 기자] 지난 4월 2일 저녁 7시 반 서울 용산구 이태원 심야식당에서 조선 3대 명주(名酒)인 감홍로, 이강주, 죽력고를 소개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번 만찬은 농촌진흥청 전통주홍보대사인 이현주 전통주소믈리에와 한국산업기술금융연구원 외식산업경영본부의 김민정 본부장 그리고 조선 3대 명주인 감홍로 이기숙 명인과 심야식당 one's kitchen의 권주성 대표가 뭉쳐 시행됐다.조선 3대 명주 갈라 디너는 권주성 대표가 2012년 가을 경기도 고양시 막걸리 축제에서 우연히 조선 3대 명주인 감홍로와 이기숙 명인을 접하면서 시작됐다. 송명섭 명인에게 전통주를 배웠던 권 대표는 원래 죽력고를 취급했고, 또 이강주는 쉽게 구할 수 있었기에 감홍로에 반한 뒤에는 3대 명주가 다 갖춰진 것이다.
1936년 육당 최남선은 ‘매일신보’에 강토편·세시편·풍속편 등 16편 456항목의 조선상식을 연재했고 이는 훗날 조선상식문답(朝鮮常識問答)으로 탄생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조선 3대 명주가 바로 감홍로, 이강주, 죽력고다. 3대 명주의 공통점은 고급스러운 증류주 중에서도 죽력, 8가지 약재 및 배와 꿀이 들어간 리큐르(혼성주)다.
시음은 가장 도수가 낮은 이강주(梨薑酒)부터 시작했다. 이강주는 누룩과 멥쌀로 빚어지며, 나중에 보리쌀로 고두밥을 해서 다시 덧술(2차 술 빚기)을 해서 만든다. 이후 증류를 거쳐 배와 생강, 울금(강황)을 넣어 숙성시킨다. 울금은 조선 시대 황해도 해주와 전라도 전주에서만 생산된 귀한 진상품으로, 현재 이강주는 전라도 무형문화재이자 명인으로 지정된 조정형에 의해 이어지고 있다. 보통 투명한 색을 띄는 다른 증류주처럼 이강주 역시 연한 노란빛이 돌았다. 이는 바로 울금과 생강의 영향이다.
이강주와 함께 떡 카페 합(合)에서 제공한 주악이 먼저 가벼운 안주로 준비됐다. 달콤하면서도 부드럽게 씹히는 느낌이 일품인 주악은 배와 생강이 들어가 청명한 맛을 내는 이강주와 잘 어울렸다. 한편 주악 다음에는 배추전과 스위스식 감자전인 외스티(Rösti)가 나왔다. 더욱이 외스티에 들어간 치즈는 발효식품이라, 우리 전통술과 함께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이후 등장한 태국식 대하오징어볶음은 우리 전통주를 다른 나라 음식과 접목해 보기 위한 철저한 준비 끝에 탄생한 것이다.
이현주 전통주소믈리에는 증류주인 조선 3대 명주와 어울리는 음식으로, 간이 심심한 것 또 국물이 있되 맑은 것, 고춧가루나 기름이 들어가지 않은 담백한 것을 추천했다. 그리고 단백질이 많이 들어간 생선이나 콩비지 등, 맵고 짠 음식이 아니면 조화를 이룬다고 한다. 두 번째로 제공된 죽력고(竹瀝膏)는 전라북도 무형문화재이자 명인으로 지정된 송명섭에 의해 담가지고 있다. 죽력(竹瀝)이란 대나무를 달궈서 기름을 뺀 것으로, 원래 열을 내리거나 멍과 종기 또 붓기를 가라앉히는데 좋다고 한다. 녹두장군 전봉준이 모진 고문 끝에 한양으로 압송될 때 이를 마시고는 꼿꼿이 허리를 펴고 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행사를 준비한 권 대표는 죽력고는 강한 술로 마치 원투스트레이트에 이어 어퍼컷으로 때리는 것 같다는 표현을 썼다. 워낙 술이 세서 센 안주를 붙이면 입안에서 전쟁이 일어난다고. 따라서 고민 끝에, 덜 삭힌 홍어찜과 홍어애탕을 내놓았다. 또 제공된 우엉차는 죽력고를 마신 후 먹으면, 입안을 씻어주면서 개운하고 담백한 기분이 든다.
마지막으로 조선 3대 명주 중 대중적으로 가장 덜 알려진 감홍로(甘紅露)가 소개됐다. 감홍로는 붉고 달콤한 술이라 하여 감홍로로 불린다. 이기숙 명인은 2차 증류 끝에 들어가는 8가지 약초에는 아열대 지방에서 나는 약재들이 있고, 조선 시대 이를 구하기 쉽지 않아 이슬 로(露)가 붙었다고 한다. 이기숙은 1986년 문배주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이경찬의 막내딸로, 현재 평안도 지역에서 내려오는 관서(關西) 감홍로를 만들고 있다. 평양출신인 이경찬은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에 근거해서 감홍로를 만들었고 지금은 딸이 뒤를 잇고 있다.
한편 감홍로의 종류는 다양하며, 여러 약재 중 지초를 가지고 만든 것이 유명한 진도 홍주다. 진도홍주가 화려한 남도 여인의 자태를 뽐낸다면, 감홍주는 은은하면서도 성숙한 맛을 자랑한다. 심지어 32도인 죽력고 보다 도수가 높지만 부드러운 맛에 반해 거푸 들이키다 보면 쉽게 취할 수 있다. 한편 감홍로에는 담백한 약과와 모듬전 그리고 묵은지 등갈비찜과 담백한 항정수육이 제공돼 풍미를 돋우었다.
[매경닷컴 MK패션 차평철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진연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