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뷰티풀데이즈, 88만원 세대 울리는 현대판 ‘운수 좋은 날’
입력 2013. 04.05. 16:53:29

[매경닷컴 MK패션 김지은 기자] 지난 4일 방송된 MBC 뮤직 ‘손담비의 뷰티풀데이즈’ 4회는 프로그램명을 반어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일까. 경제불황에 허덕이는 시청자에게 값비싼 제품을 소개하며 현대판 ‘운수 좋은 날’을 떠올리게 하는 내용으로 88만원 세대를 울렸다.
첫 번째 코너 ‘Beautiful life’에서 MC 손담비와 가희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인테리어 숍을 찾아 봄맞이 인테리어 쇼핑에 나섰다. 집 안 전체를 바꾸는 일이 부담스럽다면 분위기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아기자기한 소품에 주목하라는 명랑한 내레이션에 시청자는 혹할 뻔했다.
숍에 들어서자마자 쇼핑에 들뜬 손담비의 시선을 끈 벽걸이 시계는 무려 20만원대. 가희가 두른 무릎담요는 6만원대. 더욱이 종이 상자로 만든 장난감 집은 9만원대. 그들이 제품에 손을 댈 때마다 마법처럼 화면에 가격이 표시됐고,줄줄이 선보이는 이런 비싼 제품 덕분에 보는 이는 방송내내 철렁이는 가슴을 부여 잡았다.
그것도 모자란 제작진은 두 MC에게 최고가 제품을 찾는 일을 미션으로 던졌다. 미션에서 승리한 손담비가 찾은 제품은 한 외국 디자이너가 만든 500만원대 소파. 그 역시 놀랐던지 “진짜 비싸다. 이게 500만원대예요?”라고 되물어 눈길을 끌었다. 이렇게 인기 연예인 손담비조차 비싸다고 여긴 이런 제품을 무슨 생각으로 취업난과 경제불황의 여파에 허덕이는 20대에게 쇼핑하는 데 참고하라고 소개한 것일까.
지난 3월 제작발표회에서 2030대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뷰티 프로그램을 표방한다더니, 제작진은 TV 앞에 앉아 있는 현 20대의 대부분이 88만원 세대라는 것을 외면한 것일까. 이렇듯 뷰티풀데이즈 4회는 상대적 박탈감의 촉진제나 다름없었다.
평균 임금 88만원으로 저임금에 시달리는 20대가 방송에 나온 고가의 세련된 제품을 보고 단순히 동경한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시청자가 만져 보고 써보지 못한 값비싼 제품을 소개하는 것이 트렌디한 방송이 아니라, 보는 이의 수준을 고려한 한발 앞선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트렌디한 것이 아닐까. 뷰티풀데이즈가 방송된 4일은 20대에게 가장 아름답지 못한 날이었을지도 모른다.
[매경닷컴 MK패션 김지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MBC뮤직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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