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스 김과 미스터 김이 맞장 뜨면?"
- 입력 2013. 04.07. 02:16:54
-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미스 김, 미스터 김이 드라마 대세남, 대세녀로 등극했다. 미드에 수없이 등장하는 제인도우, 존도우(신원미상 남녀)만큼이나 의미를 갖지 않았던 지칭이 직업, 직장의 달인으로 상징화 돼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KBS 미니시리즈 '직장의 신' 미스 김은 완벽하게 다림질 된 셔츠와 몸의 곡선을 적절하게 살린 팬츠 수트로 여성성을 뒤로 감춘 반면, KBS 일일드라마 '미스터 김'은 앞치마로 엄마의 따스함을 강조해 21C 성 개념과 성별 직업관의 변화를 흥미롭게 묘사했다.
옷의 마법일까? 앞치마를 입은 미스터 김은 엄마들이 겪는 일상의 소소한 문제와 마주하게 되고 여성들이 겪는 감정의 파고를 똑같이 경험하면서 진정한 전문 살림꾼으로서 직업의 달인이 된다. 반면, 미스 김은 전형적인 남성성의 상징인 셔츠와 팬츠 수트를 입고 감정보다는 이성에 충실하면 한치의 흐트러짐도 허용하지 않는 프로페셔널리스트로 직장의 신이 된다.
미스 김과 미스터 김 대결에서 승자는 의문의 여지 없이 '미스 김'이다.
미스 김은 이 시대가 원하는 가장 이상적인 직장인의 덕목 '일당 백'의 조건을 완벽하게 갖췄다. 청소아줌마 옷을 입고 청소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중장비를 애완견 다루듯 조작하고, 서류작성에서부터 소소한 일 처리까지 미스 김의 두뇌와 손은 상황마다 재 프로그래밍돼 컴퓨터보다 더 빠르고 완벽하게 작동한다.
미스 김의 완벽한 반전은 집에 돌아와 히피 복장으로 해먹에 누워 책을 읽는 모습이다. 직장에서 항상 긴장하고 경직된 모습만 보이는 것과 달리 집에서는 자신만의 공간에서 진정한 자유를 만끽하는 미스 김에게 누가 감히 대적할 수 있을까?
미스터 김이 이번 대결에서 승자의 위치에 서기 힘든 점은 지나치게 한결같음이다. 한결같음이 신뢰를 줄 수 있지만, 상대나 상황을 지루하게 할 수 있다. 직업인에게 요구되는 전문성 측면에서 미스터 김은 최고점을 받기 충분하지만 만능을 요구하는 직장인으로서는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
반면, 미스 김 캐릭터가 억지스럽지 않고 설득력을 가지는 것은 일상 속에서 소소하게 지나갈 수 있는 요소들로 엮어진 에피소드와 상황에 따라 완벽하게 자신의 모습을 바꾸는 스타일의 신, 김혜수 때문이다.
팬츠 수트가 올해 트렌드와 다소 거리를 두고는 있지만, 하루쯤은 잘 재단된 블랙 팬츠 수트에 빳빳하게 날을 세운 화이트 셔츠를 입고 남성용 서류가방을 연상시키는 클러치 백을 옆에 든채 등을 꼿꼿이 세우고 사무실 문을 당차게 열어보면 어떨까? 그렇다면 당신 역시 직장의 신으로 등극하게 될 것이다.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해당 드라마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