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조영진, 작품의 일부가 되어 아름다움을 표현하다 [헬레나의 그림이야기 ⑱]
입력 2013. 04.08. 16:26:50
영화를 보다보면, 눈앞에서 펼쳐지는 장면들이 너무 사실적이라 마치 화면에서 영화 속 주인공이 튀어나올 것 같았던 적이 있으신가요? 오늘 나누고 싶은 작품들은 서른 살의 신진 작가인 조영진이 그려낸 ‘영화의 한 장면’과 같은 그림들인데요.
해리 포터 시리즈를 보는 듯한 느낌도 주는 ‘달빛 머문 자리에 너와 나 함께 했던 시간’이라는 작품에서, 조영진 작가는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불타버린 초원을 배경으로 꿈속을 헤매는 것 같은 상상의 이야기들을 표현해 보고자 했다고 합니다.

불타버린 초원과 나무들 사이로 달리는 증기기관차의 모습은, 지나간 것들을 통해 깨닫고 느끼게 되는 인간의 감정들에 대한 모습을 담고 있는데요. 이를 ‘여행을 통한 시간의 풍경’으로 치환하고자 했다는 작가의 언급이 시적으로 느껴집니다.
기차 옆 나무 위에 보이는 모자 쓴 사람과 코끼리 코에 발을 올리고 피리를 불고 있는 사람은 작가 본인을 그린 것이라고 하는데요. 영화적 기법을 모티프로 해서 상황 연출을 위해 등장시킨 캐릭터의 성격을 지녔다고 합니다. 그림을 보면 마치 연인과 함께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보냈던 행복했던 시간을 떠올리는 것 같은 느낌도 들죠? 작품의 제목처럼, 달빛 머문 자리에 누군가와 함께 했던 시간을 돌이켜 보게끔 만들기도 합니다.
[누구나 마음속에 상처 입은 어린아이가 살고 있다]
‘누구나 마음속에 상처 입은 어린아이가 살고 있다’는 문구를 보신 적 있으신가요? 정신분석 전문의 김혜남이 지은 ‘어른으로 산다는 것’이라는 책의 소제목 중 하나인데요. ‘사고뭉치’라는 제목이 붙은 조영진 작가의 작품을 보며, 문득 이 문구가 떠올랐습니다. 우리 마음속에 살고 있는 상처 입은 어린아이 때문에, 간혹 우리는 사고뭉치가 되는 것은 아닐까요?

조영진 작가는 가상의 상황을 만들어 인간 내면에 감춰진 폭력성을 ‘사고뭉치’라는 은유적인 제목으로 나타내고 있는데요. 사건의 발단과 결말이 뒤엉켜 있는 장면을 만들고자 했다는데, 작품에 등장하는 망치는 매일 벌어지는 사건 ‧ 사고의 구성요소로 등장하고 망치를 가지려는 손은 사건의 발생을 막으려는 사회의 구조적인 틀을 대변하는 장치라고 합니다.
이 작품을 보며, 과연 인간의 폭력성이 무엇 때문에 생기는가를 생각해보게 되었는데요. 우리 마음속에 살고 있는 상처 입은 어린아이가 자기를 위협하는 어른들을 상대하기 위해 망치를 들게 되고, 그러한 폭력성 때문에 크고 작은 사건 ‧ 사고들이 일어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여러분 마음속에 살고 있는 상처 입은 어린아이는 폭력성으로 나타날까요? 아니면 그것을 잠재우고자 하는 어른의 이성적인 통제로 인해 숨죽이고 있나요? 이 작품은 마치 우리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지는 것 같습니다.
[영웅이 되고자 하였으나 악당이 되더라니]

경찰차에 불을 지르기 전 차 위에 올라가 차를 부수는 상황을 연출해 나타낸 작품인 ‘영웅이 되고자 하였으나 악당이 되더라니’는, 오늘 소개해 드리진 않았지만 조영진 작가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불은 이미 엎질러졌다’, ‘The Hunter’라는 다른 작품들과 함께 하나의 스토리로 만들어진 시간순서의 상황을 연출해 나타낸 작품이라고 합니다.
이 작품을 보며 ‘영웅’과 ‘악당’의 공통점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되었는데요.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사람들의 큰 주목을 받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악당이나 국가적인 영웅 모두 세상을 깜짝 놀라게 만들어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 되죠. 작품에서 경찰차를 부수는 인물로 등장하는 작가 본인의 모습을 통해, 스스로가 널리 인정받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욕망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껏 같이 감상한 조영진 작가의 작품들, 어떠셨나요? 작품 하나하나 영화 속 한 장면을 보는 듯, 장면을 연출한 작가의 메시지와 미학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과거의 회상을 통해 얻는 깨달음이라든지 인간 내부의 폭력성, 혹은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과도 같은 보편적인 주제를 다채로운 색상으로 연출해낸 점이 훌륭한데요. 관객들로 하여금 작품에 담겨 있는 다양한 장치들이 지니는 의미를 생각하는 재미도 안겨주고 있습니다.
조영진 작가의 작품이 전시장을 메우고 있는 것을 상상해보면 마치 영화 한 편을 보는 것 같을 거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극장에서 영화를 보며 느낄 수 있는 시각적 즐거움을 그림을 통해서도 느낀다면, 그것 또한 즐거운 일이겠죠? 어느덧 완연한 봄 날씨를 만끽할 수 있는 요즘, 조영진 작가의 작품을 통해 영화적인 미쟝센을 감상하는 것을 권합니다.
글: 헬레나 (문화예술 칼럼니스트) faithmyth@hanmail.net blog.daum.net/faithmy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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